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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율 Mar 18. 2022

사진은 우리가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을 담곤 한다.

시간을 거슬러 온 풍경을 마주하는 법

20여 년 전 북한산성, 사진: 한 율


 사진은 우리가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을 담곤 한다. 그 시간은 지금 사진 속 풍경과 함께 멈춰 있다. 우리의 기억 속에서 그 시간은 이따금 생동하는 듯이 느껴진다.


 최근 20여 년 전에 찍은 사진을 무심코 발견하였다. 2000년대 초반 북한산의 풍경이었다. 북한산성 안으로 들어가 보이는 북한산의 모습을 찍었던 것이다. '북한산을 올라갔을 때가 언제쯤이었나?' 스스로 생각해 보았다. 새까만 기억 속을 이리저리 헤집어 보며 반추해 본다. 그러다가 사진을 마주하기 전 수년간 까먹고 있던 기억을 발견하였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사진만이 남는다.'라는 말을 직접 체감하게 된 순간이었다. 사진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보면 아지랑이처럼 점차 희미했던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렇다. 분명히 사진에서 본 그대로 가을날이었다. 한낮에는 여름의 기운이 어렴풋이 서려있는 가을날이었다. 그 계절의 온도와 함께 그 당시 있었던 일들이 조각조각 퍼즐을 맞추듯 하나둘씩 드러났다.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 그때의 나는 어떤 것들을 느끼고 생각하며 살아갔는가. 당연히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우리는 살아가며 지나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시간들과 수없이 마주한다.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그저 우리의 기억 속에서나마 다시 되감을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우리의 기억은 새로운 정보들을 담기에 바쁘다. 지금 이 순간도 시시각각 나타나는 변화를 담기 위해 우리의 감각기관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 과거의 일들을 시간이 흐름에 따라 희미해진다. 다만, 우리는 시간이 흘러도 오래 기억하고자 그것에 관한 정보를 기록한다. 예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첩과 공책을 들고 다니며 펜으로 기록하였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점차 보급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이 기록의 수단이 되었다. 그리고 필름 카메라를 쓰던 시절과 달리 사진을 찍고 보관하는 것도 간편해지면서 우리는 사진으로도 일상을 기록한다.


그래서일까? 같은 사진이어도 최근에 찍은 사진과 예전에 찍은 사진은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옛날에 찍었던 투박한 사진은 우리에게 더 깊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돌아갈 수 없는 그리움과 그 시절의 향기가 묻어서 일까? 낮은 화질의 흐릿한 사진들을 들여다보면 많은 생각들이 일렁인다. 시간을 거슬러온 풍경들을 마주하다 보면 사진에 드러나지 않는 저마다의 추억이 느껴진다. 비단 내가 찍은 사진이 아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빛바랜 사진을 들고 그 안에 담긴 시간을 관조하다 보면 사진 안에 담긴 시간이 일렁이듯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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