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달, 사진: 한 율(코레아트)
그날도
틈에 껴있었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소음
그리고 그 사이엔 수많은 사람들
대체 여기서 무엇을 하는 걸까 나는
여남은 후회마저 묻혀버린 그때
떠나고자 젓는 노를 부서뜨린 물살
그저 멀어지고 싶던 하루는 얼어붙은 듯
그것마저 흔적 없이 녹고 어른이 된 나는 웃고
그렇게 사는 건가 혹은 사라지는 건가 싶다
수많은 대화는 거울 같아서 되돌아보니 언제나 홀로
무수한 얼굴들은 점차 희미해져 어디로 떠나갔을까
오늘도 쏟아지는 무의미한 글자들은 달콤한 것들만
조곤조곤 속삭이고 우리는 무표정한 얼굴로 소비하고
그렇게 공허한 틈 바구니에 손을 뻗어 다시 손을 뻗어
이윽고 손에 가득 담긴 것들은 모래처럼 부서져
이튿날 새벽 잠 못 이루는 밤 흔적조차 없이 사라질걸
삶이란 무엇일까 하며 머리맡에 쌓인 고민만 들여다보겠지
밤과 낮의 틈부터 인생의 틈까지 그저 어딜 가나 틈에 껴있었다
부둥켜안을 수조차 없는 빈 공간 속에서 도대체 무엇을 끌어안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