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적 흐름

감정이 어린 밤

by 한 율
여명, 사진: 한 율(코레아트)

검은 숲속에서 흰토끼를 찾아 헤매다

길을 잃어서 너무 먼 곳까지 와버렸구나

잃어버린 의미들은 결국 제자릴 도는 메아리

뒤늦게 없는 색깔을 흰색이라고 정의 내렸다

그래서 흰 종이에는 덧대야 할 검은 글자

차곡차곡 쌓여나가다 끝내 교차하는 회색 그림자

날카로운 시선을 던지면 무너져버릴 듯한 돌탑 앞에 서다

한두 마디를 더 얹으려 올라가는 가느다란 은색 사다리

깊은 어둠이 더께로 쌓인 고요는 차디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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