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오렌지주스 빛깔 한 모금

팔리지 않을 나의 음악들을 위하여

by 한 율
코레아트 골방환상곡 앨범 커버 아트워크

가사)

바랜 것만 입히니까
쉽게 착각하지 추억
주워놓고 보면
별거 없지
안 봐도 잘 보여
가끔 일렁이는 느낌
그쯤에서 다시 잊지
뒤에 무얼 이을런지(X)
그럴 시간에 차라리...


영원한 건 없다던데
네가 잠에 들 땐
똑같은 내일을 생각해?
멍하게 해가 뜰 땐
다시 또 그럴 텐데
언제나 그렇듯
파도치듯 떠밀려와
서성이는 지금 어디


차라리 차라리
차라리 차라리


차라리 차라리
차라리 차라리


엎질러진 물
쏟아지는 빛깔
반대로 하면
여름에 미끄러져 빙판
겨울에 무더위
그걸 뒤바꾸는 생각
표정이 굳을 즈음 활짝
웃어야 하니까
구겨진 옷에 주름 펴
물을 뿌려 그러면
조금 더 녹을걸
감춰야지 마저
빙산의 일각
베일 수 있으니까
조심해 그럼 이만


기억 너머 유리병 안 빛깔
자세한 건 이제 보니 빈칸


오렌지주스, 사진: 한 율

저마다 기억 속에 유독 오래 남는 풍경이 있다.


나의 경우는 유리병에 담긴 황금빛의 오렌지주스.


햇살이 가득한 오후, 오렌지주스가 담긴 유리병은 햇빛을 받아 다양한 빛깔로 빛나곤 했다.


떠다니는 먼지가 작은 모래 알갱이처럼 흩어지고 유리병은 무지개색으로 빛을 가느다랗게 부서뜨리던 풍경.


부서진 빛의 조각처럼 희미한 기억을 따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마치 멈춰있는 듯 느리게 흘러가던 순간들은 어느새 머나먼 과거가 되어 있었다.


유리병에 가득 담긴 오렌지 주스를 넘치지 않게 조마조마하며 컵에 따르던 그때의 나.


일렁이는 과거의 시간들 사이에서 퍼즐을 맞추듯 기억의 빈틈을 채워나가려던 일화를 노래로 풀어보았다.


그러다가 기억의 마지막 빈칸은 끝내 채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 여백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자, 아리송한 낱말들을 남겨두었다.


형언하기 힘든 오렌지 주스 빛깔이 파도치듯 흘러가던 그날의 오후처럼 말이다.


Coreart - 오렌지 주스 빛깔 한 모금 (A sip of orange juice light)

Coreart - 오렌지 주스 빛깔 한 모금 MV


Coreart - 오렌지 주스 빛깔 한 모금 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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