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의미를 담은 음악 속 ‘그때’

팔리지 않을 나의 음악들을 위하여

by 한 율

음악 안에 의미를 담는 일.


그것은 곧 삶을 음악 속에 녹이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진심은 하나의 의미가 되어 결국 통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삶을 보여주면서 이를 음악으로 풀어내기가 여간 어려웠다.


평이한 일들도 그 안에 있는 감정들을 꺼내보면 때론 너무 날카로웠다.


그리고 이러한 날 선 감정들을 다듬다 보면 스스로 생각하였을 때 본연의 이야기보단 가공된 이야기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 작업을 중단하거나 갈아엎게 되었다.


그래서 이런 곡들의 경우 자연스럽게 붙잡고 있는 기간이 매우 길어졌다.


사운드 적인 측면과는 별개로 가사와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에 많은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의미와 동시에 삶을 너무 무겁지 않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마치 오래전에 찍었던 사진을 보며 잊고 있던 예전의 자신을 상기하듯 말이다.




이런 곡들 중 몇 곡은 여러 번을 갈아엎고 다시 한 글자 한 글자를 써 내려갔던 기억이 있다.


그 곡 중에 한 곡을 소개하고자 한다.


곡의 이름은 바로 ‘그때’이다.


이곡은 8월인 지금 이 맘 때의 기억을 바탕으로 쓴 곡이다.


여름날 밤의 풍경, 그 안에 서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내가 품었던 생각들을 음악으로 풀어내고 싶었다.


마치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인화한 듯이 음악을 들으면 그날의 풍경이 점차 선명하게 그려지도록 배치하였다.



학교 운동장이 담고 있던 검은 밤하늘, 그 안을 감도는 바람은 다가오는 가을을 품어 선선함이 감돌았다.


풀벌레 소리와 함께 어렴풋이 반짝이던 몇 개의 별들.


두 팔을 벌려 하늘로 뻗어 그 거리를 어림해 보았다.


당찬 자신감으로 무장한 어린 시절, 미래의 성공에 대한 확신은 검은 밤하늘 안 작은 별들을 손에 잡힐 듯하게 만들었다.


반짝거리던 나의 가능성.


그러한 가능성을 지우고 얼마나 기능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가를 스스로 고민하는 순간 어른이 된 나와 마주하였다.




‘무언갈 단단히 지운 채로 살아가고 있었구나.’


중요한 무언갈 빠뜨린 채로 이리저리 부딪히며 굴러가다 멈춰서 보니 어느새 낡은 골동품.


그래서 그 무언가가 대체 무엇인지 고민하며 과거를 되감아 나갔다.


시간의 간격은 빙하의 크레바스처럼 좁고 깊은 빈 공동을 만들어 놨다.


그렇게 하염없이 많은 시간을 헤매다 발견한 풍경은 어릴 때 본 여름 밤하늘이었다.


빛바랜 사진과도 기억 속에는 잃어버렸던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Coreart - 그때


가사
07년 8월, 별이 몇 개 박힌 여름밤
그때쯤 꿈꿨던 오늘은 어제와 같을까
잠 못 드는 새벽 유달리 오늘 더 짙게
스쳐가는 후회들은 이따금씩 깊게
베어가 날카롭게 다...
그래서 쫓기듯이 계속 뛰고 있는지도 몰라
요즘 친구들의 고민에는 침묵으로 답해
삶은 무거워지고 그 앞에 숙일 수밖에
뒤를 돌아보면 어느새 몇 년 전 일이고
비로소 깨닫지 우린 많은 걸 놓쳤다는 걸
그건 사람, 돈, 명예 혹은 기회
그리고 그 밖에 모든 것
난 담지 못해 모든 걸
흐르는 계절 여전히 차가운 겨울
거울 앞에 비친 것이 가끔 내가 아닌 듯이
내가 알고 지낸 너도 결국 남이 되었듯이
그래서 감추고 사나 봐
가면을 쓰고 살아 봐

아른아른거릴 때쯤 어른
우린, 못 돌아간다고 너도 느꼈다면 얼음
재촉하는 발걸음은 무거워지겠지 어둠
속 적막과 저무는 너의 하루는 너의 젊음
아른아른거릴 때쯤 어른
우린, 못 돌아간다고 너도 느꼈다면 얼음
재촉하는 발걸음은 무거워지겠지 어둠
속 적막과 저무는 너의 하루는 너의 젊음

당연했던 성공 역시 불투명해졌던
오늘도 이젠 어제로
날 스쳐 지나갔던
수많은 감정, 사랑
역시 지나치면 상처
잡을수록 멀어지는 거
날 잃어버렸던 시간
좁아진 시야
찌푸린 미간
반복된 일상
잠 못 드는 밤
화면 속에 웃고 있는 사람
개도 쓴 건 가면이지 뭐
내 머릿속
시기 어린 푸념
질투였지 뭐
이제 더 이상 의미가 없어
그런 건
두려운 건 내일일 뿐이야
부끄러운 건
재료로 사는 인생
그건 사는 게 아닌 듯
그렇게 사는 것 같아서
새벽에 내쉰 한숨 더욱
짙게 깔려 더
짙게 깔려 더욱
짙게 깔려 더
짙게 깔려 더욱
짙게 깔려 더
짙게 깔려 더욱

아른아른거릴 때쯤 어른
우린, 못 돌아간다고 너도 느꼈다면 얼음
재촉하는 발걸음은 무거워지겠지 어둠
속 적막과 저무는 너의 하루는 너의 젊음
아른아른거릴 때쯤 어른
우린, 못 돌아간다고 너도 느꼈다면 얼음
재촉하는 발걸음은 무거워지겠지 어둠
속 적막과 저무는 너의 하루는 너의 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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