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살면서 옅어지는 색깔은 '무채색'

팔리지 않을 나의 음악들을 위하여

by 한 율
무채색 뜻, 출처: 실험심리학용어사전


무채색이라는 노래는 2016-2017년 사이에 작업한 곡이다.


지금으로부터 5-6년 전, 이 곡 안에 어떠한 의미나 이야기를 담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했었다.


그 당시에는 밤하늘을 올려다보거나 우주 사진을 즐겨보았는데 광활한 검은 공간 안에 빛나는 백색의 별들을 보면 유독 아련하게 다가왔다.


검은 도화지처럼 어두운 밤하늘에 이따금씩 존재를 밝히는 별들.


그 별들을 바라보니 자연스럽게 무채색이라는 단어가 연상되었다.


이와 더불어 노래를 만드는 도중 이와 관련된 계획이 무산되거나 노래를 전반적으로 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거기에서 나온 감정들까지 하나로 엮어 설명하기엔 '무채색'이라는 단어가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이를 곡의 제목으로 설정하였다.




평소에 바라보는 풍경들 역시 무채색을 이루는 구성요소 중의 하나였다.


이상의 소설 속과 비슷하게 느껴지는 회탁의 거리.


색깔이 없는 표정들과 스쳐 지나가며 수많은 날 비슷한 풍경들을 쌓고 차례대로 지워갔다.


이는 주변의 사람들도 많이 경험하는 현상이었다.


나 또한 커가면서 그동안 지니고 있던 본연의 색깔이 옅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러한 현상을 심하게 겪은 이들은 자신의 색깔을 이미 잃어버렸다고 말하였다.




그렇다면 우리의 본연의 색깔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도화지를 색칠해 나가는 것처럼 잃어버린 색깔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까?


어둠이 내려앉은 방 안 가운데에 걸터앉아 머리를 감싸 쥐고 골몰히 생각해 보았다.


쉽게 정의를 내릴 수 없었다.


컬러티비의 화면이 흑백 화면으로 바뀌어가는 듯 끊임없이 태엽을 과거로 되감아야 했기 때문이다.


혼탁한 잿빛의 무채색.


그 당시의 기분을 색으로 표현하자면 위와 같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색깔이 섞이듯 생각들이 뒤죽박죽 뒤엉켜 형성한 띠는 몇 개의 단어로 분절되어 노래 속 빈 공간으로 퍼져나갔다.




그렇게 조금씩 곡 안으로 떨어져 나온 말들을 다시 이어보았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맴돌던 이야기와 달리 가사로 기능하는 문장들은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아쉬웠다.


그래서 몇 번 정도 가사를 갈아엎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몇 번씩 도돌이표처럼 다시 돌아가 낱말들을 채워가던 중 이렇게 조각난 생각들을 그대로 이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색깔들이 섞여가며 탁한 빛으로 물들어가듯 정돈되지 않은 혼란한 생각을 조금 빠른 템포로 풀어내면 괜찮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존의 것들을 리셋하듯 모두 비우고 생각이 흘러가는 대로 2절의 가사를 써 내려갔다.


무에서 유까지는 아니더라도 검은 도화지를 무채색의 빛깔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에게 색깔을 잃지 않았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제법 선선해진 밤공기 위로 무채색 빛깔의 생각들을 던져본다.




코레아트 - 무채색 MV


가사)

가려진 서울의 별 오늘도 머리 위
가려진 서울의 별 오늘도 머리 위에


가려진 서울의 별 오늘도 머리 위
떠 있어 검은 도화지는 언제나 뿌옇지
네가 어릴 때 본 밤하늘과 다른지
어른이 된 후에 겪는 삶과 같을지는
몰라 너와 나의 삶이 다르듯
넌 매일 밤 쏟아지네 유성우
기억은 소행성 파편
저 멀리로 흩어지는 듯
손을 뻗어봐도 스치듯 못 미쳐
그저 느껴 I don't give a
그럴수록 더욱 검어져
예전엔 걸었지 은하수
커감에 불을 꺼 어둠 속
검정색 더욱더 짙어
깊은 잠에 들어야 꿈꿔
커가며 수없이 꿈을 깨
야만 했지 왜냐고 묻기 전
주입된 것이 추억으로 탈바꿈해 이제
검게 칠해야 했던 수많은 별들은
한때는 불렸었던 가능성
가늠조차 안 되는 지금에
모든 건 다 한때지
기횐 돈과 한 패지
넘겨봐 삶의 다음 장
흰 종이에 글자는 명암이지


회색 빛깔 도시 안을 헤매듯이 걸어 넌
텁텁함이 가시기 전 쓴웃음을 걸쳐 넌
우린 알고 있어 잠시 거쳐가는 것을 넌
수많은 태엽이 다시 맞물리는 것처럼


회색 빛깔 도시 안을 헤매듯이 걸어 넌
텁텁함이 가시기 전 쓴웃음을 걸쳐 넌
우린 알고 있어 잠시 거쳐가는 것을 넌
수많은 태엽이 다시 맞물리는 것처럼


날밤을 까
덜 익은 회색빛 잔상
베물어 한입
입안에 감도는 텁텁함
내뱉는 낱말 역시 탁해
너와 네가 속한 이 도시 외벽
보다 딱딱한 내면
내리쫴 매일 직사
내 생각 기울어 피사
맺힌 시선 속 넌 어딜 봐 지금
문득 생각이 나 근데 지금
Phone call ring 풀어야 해 내 패턴
내 머릿속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을
다 지워버리고 싶을 때가 가끔 있어
리셋 버튼 어딨어
저리 치워 liquor, 물 1.25L
옅어져야만 해 색깔을 뒤덮는
현실은 파도 들이쳐 계속
I be on that waves
Nah, surfing on that flow
Move to live
모든 건 잎
찰나 꽃잎
진 뒤 남기는 씨
내리는 뿌리
다시 내리는 뿌리
깊게 각인해 리듬
믿음 하나로만 남기는 이름
Coreart


회색 빛깔 도시 안을 헤매듯이 걸어 넌
텁텁함이 가시기 전 쓴웃음을 걸쳐 넌
우린 알고 있어 잠시 거쳐가는 것을 넌
수많은 태엽이 다시 맞물리는 것처럼


회색 빛깔 도시 안을 헤매듯이 걸어 넌
텁텁함이 가시기 전 쓴웃음을 걸쳐 넌
우린 알고 있어 잠시 거쳐가는 것을 넌
수많은 태엽이 다시 맞물리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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