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내가 노래한 ‘새벽’

팔리지 않을 나의 음악들을 위하여

by 한 율
도시가 자는 시간, 사진: 한 율(코레아트)


새벽은 고요해질수록 더욱 깊어진다.


정적에 휩싸인 상념의 시간들.


검푸른 새벽은 이따금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던 생각들을 꺼내온다.


그렇기 때문에 새벽은 자신에게 가장 솔직해지는 시간이 아닐까.


시끄러운 소음들이 점차 옅어지고 여름이 자나 가고 있음을 알리는 풀벌레 소리 사이로 다양한 생각들이 밀려온다.


크게 파도치지는 않지만 잔잔하게 이어지는 생각들.


그러다가 어느새 수풀처럼 우거진 상념들에 길을 잃어 잠을 못 이루기도 하였다.


그러한 고민들은 대부분 머릿속에서 생각해 온 이상과 부딪힐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비롯되었다.




이상과 현실.


이는 누구나 해보았을 법한 이야기이다.


어렸을 때는 이상을 좇아 나아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고 그것이 멋져 보였다.


누구에게나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당당하게 이야기하던 시절, 꿈이 없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쉽게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살아간다는 것.


현실적이라는 것은 대부분 ‘타협’이라는 말과 이어져 일종의 패배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모두가 품은 이상을 항상 성취하며 살아갈 수는 없다.


이상과 현실의 부조화.


그런 경우에 우리는 어떠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새벽, 사진: 한 율(코레아트)


‘그래서 지금은 꿈이 뭐예요?’


만일 누군가 갑자기 나에게 다가와 위와 같은 질문을 한다면 적잖이 당황할 것이다.


어렴풋이나마 세상을 알게 되면서 그동안 품고 왔던 이상은 바람에 휘날리는 민들레 씨처럼 소리 없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누구는 이러한 과정을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러한 이상을 좇는 것이 자신의 욕심 혹은 미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을 줄여가면서 희미해진 꿈들의 조각을 맞추려 붙들고 있는 일.


그냥 눈 딱 감고 짧은 꿈을 꾼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할 수도 있다.


‘꿈을 꾸지 않고 꿈을 좇는 일’


달갑지 않은 현실에 대한 불만족과 이에 굴복하지 않으려는 저항이라고 포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새벽 안에서는 적어도 자기 자신에게만큼은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새벽’이라는 노래가 만들어졌다.



사진: 한 율(코레아트)

Coreart - 새벽


가사)

돈보다 더

큰 걸 원했지만

결국 겉돌다

답은 돈

이란 걸

깨달은 밤은

의미를 잃어 또

내 머릿속에서 쥐어짜 낸

몇 마디는 쥐여주지 않아

돈, 해답이 될 수 없지

빨리 손 털고 차려야지 정신

쓴맛을 본 후에야 다들 입을 닫지

벌어먹고 살아야지 그러니까 거짓

가끔 늦은 밤에 예전 생각이 나 멈칫

수많은 구절

몇 번씩 되뇐 후

지웠던 새벽

이런 건 별 의밀

남기지 못하니

버리고 또다시

백지로 계속

돌아가려던 밤 그게

실수라는 걸 알았어

더 이상 이건 아무런

답을 줄 수 없지 내겐

아무리 포장해봐도

결국 무엇 하나

다를 게 없지

너와 난 그저

소모품 일부

돌아가자

그대로 잠시

맞물린 새벽

그렇게 흐르고

등 떠미는 시간 앞에

부여잡는 중야

무엇 하나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