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여명, 사진: 한 율(코레아트)
아아, 들리십니까
분명 들리는지 수차례 물었지만
팔짱을 풀지 않고 지켜보고만 있었다
들리십니까, 저기요
그렇다 분명 그곳에 있었으나
부동의 자세로 그는 잠자코 허공을 응시하였다
한 공간에 있지만
이어져있지 않은 그 둘
그리고 그 둘과 여과된 채 지나가는 그들
뚜, 뚜, 뚜, 뚜, 뚜, 뚜
공간이 벌어진 통화음 사이로
각자의 우주는 쉼 없이 멀어지고 있었다
#부재중 대화 1건
토막 난 통화음을 대체하는 토씨 하나 없는 공백들
오늘도 단절될 우리의 대화는 어김없이 부재중
쏟아놓은 낱말들은 결국 닿지 못할 것을 잘 알기에
불필요한 공감을 지우고 덧바른 단어로 서두를 뗀다
쏘아붙이듯 서두를 테지 에두른 표현은 서투를 테니
본심은 가시처럼 툭 튀어나와 목젖을 찌르고 말 테지
목소리는 어딘 가에 걸려 늘어진 카세트테이프
반복하는 말들이 뒤섞여 흐려진 대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