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장. 드디어, 서로의 목소리를 향해

by 카르페디엠

은하는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했다.


평소와 같은 톤이지만,
한 마디 한 마디가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당신이 제 글을 읽고,
그걸 마음으로 받아준다는 걸 느끼는 순간…
저도 말하고 싶어졌어요.”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를 다시 듣다가
몇 번이고 지우고, 다시 녹음했다.

결국 그녀는
10초 남짓한 짧은 음성을
시우의 메일 주소로 보냈다.

“이건… 글보다 조용한 마음이에요.
말은 짧지만, 담긴 건 크다고 믿어요.”

그녀는 제목을 남기지 않았다.
단지, ‘고래책방’이라는 이름으로.


그 시각,
시우는 노트북 앞에 앉아
작곡 중이던 파일을 멈췄다.


새로운 메일이 하나 도착해 있었다.
고래책방.


그는 숨을 고르고
이어폰을 꽂았다.


그 짧은 음성 파일은
조용했지만, 분명히 살아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그가 상상하던 것보다 더 낮았고,
따뜻했고,
글보다 더 선명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그 목소리가 마음에 도착하는 소리를
그저 듣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

시우는 특별한 제목 없이
라이브 방송을 켰다.

“오늘은,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노래가 있어요.
그 사람이 듣고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그는 기타를 들고
작은 숨을 들이쉰 뒤
노래를 시작했다.


그 곡의 이름은
'다시, 너에게 말을 건다'


가사에는 이름이 없었지만,
그 안의 문장들은
그녀가 보냈던 말들로 채워져 있었다.

“도착하지 않아도,
그 마음이 닿을 수 있다면
나는 오늘도
당신을 향해 말을 건다.”

은하는 침대 위에서
이어폰을 꽂고 조용히 그 노래를 듣고 있었다.

눈을 감은 채,
그의 기타 소리와 목소리에
작게, 그리고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들렸어요.”

그녀는 속으로 그렇게 말한 뒤,
천천히 휴대폰을 들어
녹음 앱을 열었다.

그리고 짧게 속삭였다.

“이번엔, 제가 먼저 말을 걸게요.”

그날 밤,
두 사람은 말이 아닌 소리로
서로의 진심을 처음으로 마주했다.

글로 시작된 마음은
음악과 목소리로 이어졌다.

드디어,
서로의 목소리를 향해
걷기 시작한 밤이었다.


월, 목 연재
이전 15화15장. 다시, 너에게 말을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