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용사의 지배자 하오빛, 글자 속으로

ep14회. 불안감의 안개 낀 절벽, 흔들리는 발걸음

by 하오빛

오늘 에피소드와 연결된 팟캐스트


오늘 에피소드와 연결되는 브런치북



하오빛은 요즘 라디오 사연 속에서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알 수 없는 걱정에 휩싸인 이들의 목소리를 자주 접했다. 준비되지 않은 시험, 불확실한 취업, 예측 불가능한 사회 변화 앞에서 사람들은 매 순간 주저하고 망설였다. 작은 변화에도 크게 동요하며, 새로운 시도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불안감’이라는 형용사가 마치 걷히지 않는 안개처럼 세상 곳곳을 뒤덮고 있는 듯했다.


그날 밤, 하오빛은 잠자리에 들기 전, 이러한 보이지 않는 두려움의 정체를 밝히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을 품었다. 그리고 의식의 흐름에 몸을 맡겼다. 눈을 떴을 때, 그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끝없는 안갯속, 아슬아슬한 절벽이었다.


그는 사방이 짙은 안개에 잠겨 시야가 극히 제한된 ‘불안감의 안개 낀 절벽’에 서 있었다. 절벽 아래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심연이 있었고, 발을 잘못 디디면 그대로 추락할 것 같은 아찔함이 느껴졌다. 절벽 위로는 가늘고 미끄러운 길들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었고,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는 막막함이 느껴졌다. 이곳이 바로 ‘불안감의 안개 낀 절벽’ 임을 하오빛은 직감했다. 인간의 모든 불확실성과 걱정이 응축되어, 한 발짝 내딛는 것조차 두렵게 만드는 공간이었다.


절벽의 공기는 차갑고 습했으며, 그의 심장을 조여 오는 듯한 불길한 기운이 감돌았다. 안갯속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위험해… 하지 마… 틀림없이 실패할 거야….” 그것은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대한 ‘미지의 속삭임’이었다. 속삭임은 점차 커지더니, 안개가 더욱 짙어지며 절벽 곳곳에서 희미한 그림자들이 나타났다.


그것은 ‘불확실성의 망령’이었다. 망령들은 형태가 없었지만, 주변의 안개를 더욱 짙게 만들어 하오빛의 시야를 완전히 가렸다. 망령들이 내뿜는 기운은 하오빛의 이성을 흐리게 하고, 그의 마음속에 가장 깊은 두려움을 심으려 했다. 그들이 내뱉는 속삭임은 그의 가장 작은 결정마저 흔들었다.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라.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마.’


하오빛은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그의 발걸음은 몹시 흔들렸다.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갯속에서 한 발짝 내딛는 것조차 두려웠다. 그는 ‘끈기의 나침반’을 꺼내 들었지만, 나침반의 바늘은 맹렬하게 흔들릴 뿐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 불확실성 앞에서는 나침반마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는 ‘공감의 수정 방패’를 사용해 망령들을 막으려 했다. 방패는 희미하게 빛났지만, 망령들이 내뿜는 불안의 기운은 방패마저 뒤흔들었다. 하오빛은 필사적으로 망령들을 헤치고 절벽의 길을 따라 나아가려 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미끄러운 바닥이 그를 넘어뜨리려 했고, ‘미지의 속삭임’이 더욱 강렬하게 그의 귀를 파고들었다. ‘지금까지 쌓아 올린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어! 위험을 감수하지 마!’


절벽의 가장 깊은 곳에 다다랐을 때, 그곳은 더욱 짙은 안개에 휩싸여 있었다. 안갯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거대한 수정 하나가 보였다. 수정은 마치 심장처럼 불안정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그것은 ‘확신의 불씨’였다. 이 불씨가 불안의 안개에 완전히 잠식되면, 현실의 사람들은 영원히 흔들리는 삶 속에서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섬뜩한 확신이 들었다.


그 순간, ‘불확실성의 망령’들이 파도처럼 밀려와 하오빛을 에워쌌다. 안개는 그의 숨통을 조여왔고, 심연의 바닥에서 올라오는 듯한 공포가 온몸을 휘감았다.


‘이대로는 안 돼! 나는 흔들리지 않아!’


그는 라디오에서 수없이 외쳤던 말들을 떠올렸다. ‘확신은 용기를 낳는다.’ ‘미지의 두려움을 깨고 나아가야 한다.’ ‘가장 확실한 것은 변화 그 자체다.’ 그의 내면에서 ‘단호한 결단력’과 ‘미지에 대한 긍정적인 수용’이라는 단단한 관념이 솟아났다.


그 결단력이 그의 손에 모이자, 작지만 맑은 빛을 내는 ‘명료함의 수정구’가 나타났다. 이것은 짙은 안갯속에서도 본질을 꿰뚫어 보고, 불확실성을 명료하게 만드는 이데아 아이템이었다. 하오빛은 망설이지 않고 ‘명료함의 수정구’를 들어 ‘불확실성의 망령’들을 향해 높이 치켜들었다. 수정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맑은 빛이 망령들에 닿자, 망령들은 ‘쉬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들의 본질인 ‘불확실성’이 ‘명료함’의 빛 앞에서 소멸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명료함의 수정구’를 ‘확신의 불씨’에 가까이 가져갔다. 수정구의 빛이 불씨에 닿자, 불씨는 순식간에 거대한 불꽃으로 타올랐다. 불꽃은 절벽을 뒤덮었던 짙은 안개를 순식간에 걷어냈다. 절벽 아래의 심연은 더 이상 두렵지 않고, 그저 드넓은 공간으로 느껴졌다. 복잡하게 얽혔던 길들은 사라지고, 하나의 명확한 길이 펼쳐졌다. 절벽 전체에서는 더 이상 ‘미지의 속삭임’이 들리지 않았다. 대신, ‘앞으로 나아가자!’,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어!’ 하는 확신에 찬 속삭임이 울려 퍼지는 듯했다.


의식이 현실로 돌아온 하오빛은 침대에 누워 심호흡을 했다. 그의 몸은 가벼웠고, 마음속은 이전에 없던 확신과 명료함으로 가득 찼다. 방송 대본을 준비하며 그는 문득 깨달았다. 그의 목소리에는 이전보다 훨씬 더 단단한 결단력과 명확한 방향성이 실려 있었다. 방송 후, 라디오 게시판에는 놀랍게도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겠다는, 그리고 불안했지만 결국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사연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하오빛은 미소 지었다. 이데아의 저편에서의 싸움은 그에게 ‘불안감’이라는 형용사가 얼마나 삶의 발목을 잡는 독인지. 하지만 동시에, ‘명료함’과 ‘결단력’이라는 가장 강력한 힘으로 불확실한 미래를 헤쳐나갈 수 있음을 일깨워주었다. 그는 이제 그 길을 밝히는 '형용사의 지배자'임을 다시금 확인했다.


이데아의 저편에서의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다음에는 어떤 관념의 공간이 하오빛을 기다리고 있을까?


형용사의 지배자 하오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