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h haoh 오하오 Oct 22. 2024

[시적 수학] 부등변 삼각형에게서 배운 자유

다양성이 존중되는 시대에는 부등변 삼각형이 정삼각형이다.

다르고 쓸모없어 사라진 이름이여

 

이제야 그 가치를 조금은 알겠구나!

 

너에게 자유로움과 당당함을 배우네

세 변의 길이가 모두 다른 삼각형 - 부등변 삼각형

위 시의 제목은 부등변 삼각형이다.  

유클리드 원론의 정의에 보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삼변형 가운데 등변삼각형이란 세 개의 같은 변을 가진 것이고, 이등변삼각형이란 두 개의 변을 가진 것이다. 또한 부등변삼각형이란 세 개의 같지 않은 변을 가진 것이다.

그러나 초등학교에서는 정삼각형과 이등변삼각형은 배우지만 부등변삼각형이라는 용어는 배우지 않는다. 정삼각형과 이등변삼각형은 특징이 있고 쓸모가 있기 때문에 배운다. 부등변삼각형은 특징이 없고 쓸모도 없다. 그러나 어쩌면 그러한 점이 부등변 삼각형의 가장 큰 특징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 또한 예전에 부등변 삼각형이 싫었다. 어쩌면 이름조차 몰랐던 것 같다.

 세 변의 길이가 다른 삼각형, 세 각의 크기가 다른 삼각형

 그래서 쓸모없는 삼각형


사람이 만든 물건 중에서 부등변 삼각형은 찾기 어렵다.

피라미드, 튼튼한 다리를 위한 트러스 구조, 삼각김밥...

 정삼각형이나 이등변 삼각형은 아주 멋져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얼마 전 학생들과 삼각형에 대해 공부하면서 문득 든 생각이 있다. 어떤 삼각형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역시나 정삼각형이 가장 인기가 많았다. 그러나


‘나는 부등변 삼각형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부등변 삼각형에서 자유로움을 느꼈다.

같을 필요가 없는 자유.

쓸모없음에서 자유로움을 느꼈다.

정해진 용도가 없어서 무엇이든 될 수 있음을 알았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다. 다른 사람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정해진 것과 다르게, 남과 다르게 하고 싶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눈치 보지 않고 싶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따라 하는 것도 잘한다.

맛집은 가봐야 하고, 인증샷은 찍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이등변 삼각형처럼 살려고 한다. 남과 비교하고 따라 한다.


그러나 이등변 삼각형이 되면 이제 다른 것은 단 하나!

더욱더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가 쉬워진다. 그리고 한 줄 세우기가 가능해진다.

등수가 정해지는 것이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등수가 높으면 좀 더 행복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등수가 낮으면 괴롭다.

그리고 등수가 높아도 자기보다 더 높은 등수를 바라보면서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완벽한(?) 정삼각형을 향해 노력한다. 정삼각형에 가까운 사람이 이기는 경기. 답이 정해진 경기이다. 재미도 없고 힘들다.


한편으론 정삼각형의 이름이 삼등변 삼각형이 아닌 것이 아쉽다.


정삼각형의 정자는 바르다는 뜻이다. 세 변이 길이가 같은, 즉 같은 것이 바르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 같다. 마치 부등변 삼각형이 틀린 삼각형처럼 들린다.


1등은 정삼각형

2등은 이등변 삼각형

3등은 부등변 삼각형

으로 등수를 매기는 것 같다.


그러나 부등변 삼각형처럼 살면 자유롭다. 모든 것이 다르다. 그래서 비교할 수도 없다.

부등변삼각형끼리는 함께 살아도 비교할 수 없다.


이제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참으로 다행이다. 지금의 정삼각형은 삼등변 삼각형으로 부르면 좋겠다.


언젠가는 부등변 삼각형이 바른 삼각형, 즉 정삼각형이 될 수 있을까? 여전히 나와 다른 생각을 틀렸다고 하는 사람이 있지만, 부등변 삼각형을 보면서 나부터 바뀌어야겠다는 용기를 내본다.


도형의 이름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는 이루어지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적 수학] 해야만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최적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