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나만의 속도로 즐기자.
자세히 보고 싶다. 무엇이든 오래도록 보고 싶다.
그러나 갈수록 바쁘게 살기를 요구하는 시대에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또한 너무나 빨리 흘러가는 많은 정보들을 붙잡기는 더욱 쉽지 않다.
새로 태어나고 사라지는 정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샐 수 없다.
모든 것을 다 보지 못해도 좋다.
어쩌면 하나에 모든 것이 다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몸에 모든 우주가 다 들어 있는 것처럼.
얼마 전 배달을 시켜서 저녁을 먹을 때 문득 이와 같은 생각이 들었다. 2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다.
그리 크지 않은 금액으로 내가 느낀 기쁨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크다.
내가 먹은 것은 만두계란탕, 유부초밥, 김밥, 감자튀김이다.
계란은 어디에서 왔을까? 누군가는 닭을 키우고, 그 닭은 알을 낳고, 그 알을 누군가는 옮겨서 포장했다. 그리고 여기 도시까지 배달을 해주고, 누군가는 또 그 가게로 배달하고, 그 가게에서 요리를 만들어서 또 누군가가 우리 집까지 배달해 주었다.
함께 먹었던 김이나 감자 또한 이러한 과정을 거쳐 나의 입까지 온 것이다.
음식을 먹으면서 하나씩 자세히 들여다보는 순간
감동과 행복이 밀려온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 기쁘다.
그러고 보면 무엇이든 자세히 보고 생각하면 이쁘지 않은 것이 있나?
반대로, 자세히 보지 않고도 이쁜 것이 있을 수 있나?
그러니 그것을 자세히 보지 않고서는 못났다는 험담을 해서는 안된다.
험담은 잘 알고 있는 사람이 그것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만이 해야 하는 것이다.
쇼츠와 SNS 그리고 수많은 정보로 번지는 팝콘 같은 세상
가끔은 느리게 생각하고 천천히 세상을 즐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