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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수학]소비VS필요-즐겁지만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

결핍의 필요, 즐거움과 만족감의 차이에 대해서.

by Oh haoh 오하오

물건사고 영상 보면 생겨나는 즐거움

하지만 만족 없이 또 사고 또 보는데

결핍이란 고통 속에서 태어나는 행복함


우리는 물건을 정말 필요해서 살까, 아니면 단지 갖고 싶어서 살까?


지금은 소비의 시대다. 사람들은 꼭 필요하지 않아도 새롭거나 예쁘고, 기능이 조금 더 좋다는 이유로 물건을 산다. 어쩌면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소비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이 완전히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필요에 의한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예전은 필요의 시대였다. 사람들은 단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건만을 샀고, 그것만으로도 삶의 질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텔레비전, 자동차, 에어컨 등 새로운 물건 하나하나가 진짜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물론 그 물건을 사기 위해 몇 달 또는 몇 년을 열심히 모았기 때문에 그 만족감은 더 컸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더 좋고 더 예쁜 물건이 끊임없이 나오고, 우리는 계속해서 만족하지 못한다. 소비는 늘어났지만, 행복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즐거움’과 ‘만족감’의 차이에 있다.

즐거움은 순간적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칭찬을 받을 때 쉽게 찾아온다. 반면 만족감은 쉽게 얻을 수 없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때로는 즐겁지 않은 과정도 포함된다.

하지만 어떤 일을 끝냈을 때, 목표를 달성했을 때 오는 만족감은 즐거움보다 훨씬 깊고 오래간다.


즐거움과 만족이 동시에 오는 순간도 있다. 그러나 그런 순간은 드물고, 대부분의 일은 즐겁지는 않지만 만족할 수 있는 경우다. 예를 들어 공부나 일을 할 때는 힘들지만, 결과가 좋으면 만족할 수 있다.

반대로 즐겁지만 만족하지 못하는 순간도 있다. 이건 정말 위험하다. 즐겁지만 만족하지 못하는 상태는 다른 사람과의 비교나 무한한 자극 속에서 일어난다. 이는 중독된 현상과도 비슷하다. 술이나 담배, 그리고 요즘 아이들이 즐겨하는 유튜브나 SNS다.


이들의 공통점은 짧고 강한 즐거움이 반복되지만, 진짜 만족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끝도 없이 더 많은 자극을 찾게 된다.

왜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는 만족하지 못할까? 그건 아마도 무한 속에서는 만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가 예전에 물건 하나에 만족할 수 있는 이유는, 다른 걸 포기했기 때문에다. 텔레비전이나 에어컨을 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여행가지 않고 맛있는 걸 먹지 않고 참았던가.


선택에는 대가가 있고, 그 대가가 만족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유튜브나 SNS는 아주 저렴한 비용과 무한한 자극이 이어지기 때문에 만족을 느낄 수 없다. 특히 어떤 영상을 보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시간을 비용으로 지불하는 것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필요’로 돌아가야 한다.


비교 대신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선택해야 한다. 필요에 의한 소비는 만족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진짜 만족을 위해선, 약간의 부족함이나 결핍이 꼭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즐거움과 만족감이라는 감정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보자. 얼핏 보면 비슷하지만, 두 감정은 전혀 다르다.

즐거움은 순간적으로 찾아온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친구와 놀거나,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을 때 느낄 수 있다.


반면 만족감은 더디게 다가온다. 시간이 필요하고, 때로는 고된 과정이 따라온다. 맡은 일을 끝냈을 때, 노력 끝에 목표를 이뤘을 때 만족감은 천천히 찾아오고 오래 남는다.


심리학적으로도 이 두 감정은 다른 방식으로 뇌에 작용한다. 즐거움은 도파민이라는 뇌의 보상물질과 관련이 있다. 도파민은 자극적인 무언가를 얻었을 때 분비되며, 우리를 "더, 더!" 하며 계속 자극을 찾게 만든다. 그래서 유튜브나 SNS처럼 빠르게 즐거움을 주는 것들에 중독되기 쉽다.

반면, 만족감은 세로토닌이라는 물질과 더 관계가 깊다. 세로토닌은 감정의 안정, 자기 수용, 깊은 행복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 만족감은 흔하지 않지만, 한 번 느끼면 오래가고 사람을 단단하게 만든다.


즐거움은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이지만, 만족감은 내부에서 일어난 반성과 선택의 결과다. 그래서 즐거움은 쉽게 오지만 쉽게 사라지고, 만족감은 어렵게 오지만 오래 남는다.


만족감의 필요조건은 부족함이다. 지금 즐거운가? 만족스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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