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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 수학] 알 수 없는 길을 걷는 용기

예측 너머의 인간다움

by Oh haoh 오하오

빛 쫓는 벌레처럼

내 본능이 정해져도


어느 날 엉뚱한 길,

어둠 속을 향해 간다


예측을 벗어나는 힘,

그것이 인간이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예측 가능한 것을 좋아한다. 안정감이 있기 때문이다. 주식 시장이나 경제에서 ‘불확실성’이 최대 악재로 꼽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러나 역사를 돌아보면, 진화의 시작점은 언제나 돌연변이였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변이가 도약과 발전의 시작이 되었고, 그 덕분에 우리는 지금의 복잡하고 위대한 생태계와 문명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변화는 실패를 동반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예측 가능한 일상을 선호하고, 남들과 비슷한 삶을 택한다. 그러나 그 속에서 다름을 찾고 우위를 확보하려고、 측정가능한 행복、 즉 아파트 평수나 사치품으로 그것을 표현한다。 그러나 동물에게는 새로운 시도의 실패가 치명적이겠지만、 인간에게는 실패가 그리 치명적이지 않은 것도 많다。



특히 인간이 다른 동물과 확연히 구별되는 점은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선택할 수 있다는 데 있지 않을까? 개미는 단맛에 몰리고, 모기는 몸에서 피를 빠며, 곤충은 언제나 빛을 향해 날아든다. 만약 예측할 수 없는 곤충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아마 공포를 느낄 것이다.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하는 것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자유의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인간에게 그 ‘불확실성’은 공포가 아니라 자산이 될 수 있다. DNA가 미리 짜둔 지시문을 벗어나 낯선 길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는 자유, 그것이 인간만의 특권이다. 다행히 오늘날 우리는 남들과 다르게 행동한다고 해서 생명의 위협을 크게 받지는 않는다. 남을 따라 하기만 하거나、 알고리즘이 추천해 주는 코스대로 살아가는 길은 편리하지만, 거기엔 모험도, 재미도 없다.


그러니 오늘만큼은 작게라도 평소와 다른 행동 하나쯤 해보면 어떨까? 예측할 수 없는 길모퉁이에서, 우리는 어쩌면 진짜 ‘나’를 만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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