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눈에서 마음의 눈으로 - 서울 여행을 하며

도시의 크기, 인간의 감정 - 클수록 작은 것의 소중함

by Oh haoh 오하오

서울은 거대했다. 그리고 그 안의 나는 작은 인간이었다. 스케일의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이곳에서 인간은 어떻게 위안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저 거대한 공간 속에서 내가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 가는 팀의 일부라면 뿌듯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더 초라해질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럼에도 이 도시를 걸으며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라는 감정은 분명히 느껴졌다.



광화문에서 소원 쓰기 활동을 하며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쓴다고 해서 소원이 이루어질까?’

라고 지금까지는 냉소적으로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원을 적는 행위는 누군가에게 바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한 번 더 다짐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느꼈다. 물론 100억 로또 당첨 같은 허황된 소원도 있지만, 합격이나 성장, 발전처럼 자기 자신과 관련된 소원은 분명 스스로를 다시 붙잡게 만든다.


이번 여행은 철저히 이성으로만 생각해 오던 나에게 감성의 중요함을 느끼게 한 계기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역사의 현장을 보며, 단순히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라 그 당시의 사람이 되어 느끼고 즐기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재미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외국인들이 한복을 입는 이유 역시 비슷할 것이다.


우리는 문화의 현장에서 그 문화를 진짜로 체험하기 위해 몸과 마음이 함께 동화되어야 한다. 관련된 전통 음식을 먹고, 옷을 입고, 체험을 하며 그 순간 그 시대에도 우리와 같이 소중한 가족이 살았고, 숨 쉬며 살아갔다는 사실을 느껴보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박물관의 작품 한 점, 미술관의 작품 하나, 가는 곳마다 남아 있는 흔적들이 훨씬 더 재미있게 다가왔다. 이것이 감정이입인가 보다.


나는 원래 감정이입을 잘하지 않는 편이었다. 문제 해결에도, 과학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감정 또한 이성만큼 소중하다는 것을 느꼈다. 물론 그전에도 감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성적으로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는 것’이 아니라 ‘느낀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세상을 뇌의 눈으로 바라보며 살아왔다면, 이제부터는 마음의 눈으로도 세상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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