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 내 인생의 책들을 읽고
리처드 도킨스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에서 몇 안 되는 살아있는 사람이다. 칼 세이건, 리처드 파인만과 함께 내 인생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물론 이러한 배움의 즐거움을 선사해 준 책은 칼세이건의 코스모스와 함께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이다. 흔히 말하는 두꺼운 책의 입문용으로 추천한다.
도킨스를 알고 난 이후 나는 그가 집필한 책을 찾아 읽고 있다. '이기적 유전자'는 도킨스를 처음 만난 책이다. 이후 순서는 상관없이 소개하면 만들어진 신, 확장된 표현형, 눈먼 시계공, 무지개를 풀며, 조상이야기, 지상 최대의 쇼, 영곤이 숨 쉬는 과학, 신 만들어진 위험까지 흥미롭게 읽었다.
이번에 도킨스의 신간이 나와서 매우 좋았다. 물론 이 책은 도킨스가 집필한 책이라기보다는 도킨스가 다른 책을 평가하고 소개하는 모음집이다. 때로는 다른 사람과의 대담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진화론의 재미를 알게 해 준 도킨스가 추천하는 책도 많이 소개되어 있다.
도킨스는 가장 뛰어난 과학자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장 유명한 과학자다. 도킨스는 동료들이 연구한 과학을 우리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홍보하는 일에는 대단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도킨스는 과학을 믿으며, 지식과 관련해서는 종교를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다. 무언가를 극도로 싫어한다는 것은 확신이 있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토록 심한 말을 할 수 있을까? 과연 어떤 종교학자가 도킨스를 만나 이야기하면 대적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태어나지 않기에 죽을 일도 없다는 글은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태어난 신비에 대해 조금이라고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며, 그렇기 위해서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아주 오래도록 조금씩 아껴 읽은 책이다. 이 책은 전체 6장 58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하루에 하나의 내용씩 읽다 보니 2달은 넘게 걸린 것 같다. 기억하고 싶은 문구는 다음과 같다.
77쪽 과학은 무지를 줄이고 두려움을 쫓아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
114쪽 중요한 건 사실들이 아니라 그 사실들을 발견하는 방법이다.
115쪽 강의의 목적은 정보 제공이 아니라 영감 불어넣기여야 한다.
455쪽 과학자들은 답을 알지 못하는 문제를 사랑한다.
471쪽 교육은 유혹하기다. 아이들은 배울 것에 관심이 없다.
514쪽 우리는 의도가 없는 곳에서도 지나치게 의도를 찾는 성향이 있다.
내가 도킨스를 만나면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도킨스는 기독교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 또한 종교에 관심이 없다. 과학이 이성적인 부분에서는 종교보다 정확도가 높다. 그러나 종교에도 좋은 점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부분에서는 논리를 펼칠 때 정확한 통계 자료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도킨스라면 아마도 그것은 과학자가 아니라 종교인이 스스로 증명해야 할 몫이라고 이야기할 듯 하긴 하다.
진화론에 관심이 있는 사람. 관련된 더 많은 책을 찾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