켜켜이 쌓여가는 하루들이다. 어쩌면 의미가 있는, 아니면 없는 것 같은 시간들이.
동네에 술과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카페를 찾았다. 그게 행복이라면 행복이겠다. 책을 집중해서 읽고 싶을 때, 그곳에 가면 방해되지 않는 잔잔한 음악과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다.
주인장이 고른 책들을 하나씩 보는 일이, 취향이 맞아떨어지는 책을 발견했을 때에 반가움이, 결국 골라 읽다가 데려오게 되는 뿌듯함이 있다.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나아지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관심과 애정이 몰아치는 우울의 폭풍을 몰아내고 나의 바다를 잠잠하게 해 줬다. 여전히 불편한 긴장감과 간질간질한 우울들이 괴롭힐 때도 있지만 이젠 휩쓸리지 않는다.
작지만 튼튼한 쪽배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곳은 안전하고 따뜻하며 나에게 새로운 항해를 제시해 준다.
나에게 필요한 건 응원, 칭찬, 인정 같은 것들이었다. 이것들을 받는 데까지 오랜 시간을 돌아온 기분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누리는 것들이 있다고. 그저 그랬던 하루들도 요즘을 위해 있었던 거라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