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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온 Nov 02. 2023

정신병동 일기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정신병원에도 아침이 와요'라는 넷플릭스 드라마가 곧 방영한다. 나는 웹툰 때부터 봤던 독자였는데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던 적이 있어 기억하고 있었는데 드라마화가 돼서 여기저기 광고가 나온다. 이젠 드라마의 소재가 될 만큼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 있는 것일까? 


사회불안증이 극심해지고 환청까지 들려서 결국 돌고 돌아 간 응급실에서는 폐쇄병동 입원을 권유했다. 정신병동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 폐쇄병동과 일반병동이다. 폐쇄병동은 말 그대로 사회와 단절되고 병동에서 나갈 수 없다. 핸드폰을 비롯한 위험이 될만한 물건들은 갖고 갈 수 없다. 드라이기조차 마음대로 쓸 수 없는 곳이다. 


당시 코로나 확산이 심할 때라 코로나 검사 이후 하루 정도 격리 병실에 있다가 병동으로 올라갔다. 6인실이었고 문 바로 옆 침대였다. 신경안정제를 주사로 맞았더니 너무 졸려서 며칠은 그냥 그렇게 밥만 먹고 잠만 잤던 것 같다. 입원한 지 이틀 만에 샤워장에 가서 씻고 조금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때서야 기분이 조금 묘했던 것 같다. 한 대밖에 없는 공중전화 앞에서 전화카드를 들고 서 있는 줄, 독방, 치매를 앓고 계신 할머니..

영화에서나 드라마에서 무섭게 연출되는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마음이 쓸쓸해지는 기분은 어쩔 수가 없었던 것 같다. 


나도 그 줄 사이에 껴서 가족들과 친구들과 통화를 했고 식판을 들고 서서 밥을 먹었으며 종이접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일기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글들은 문장이 맞지 않는 이상한 말들 뿐이었다. 아마도 인지능력이 많이 떨어졌었던 것 같다. 집중력도 없어서 글도 제대로 읽지 못했다. 누군가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외딴곳에 떨어져 있으니 난 정말 여기저기 고장 나 있는 장난감 같았다.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오고 보니 밖에 나가고 싶어졌다. 사실 대학병원 병동이 아닌 개인병동은 거의 요양병원이나 다름없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모든 병원이 그렇지는 않다) 급하게 찾아 들어간 병원인만큼 위생시설도 환자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은 병원이었기에 공중전화로 가족에게 퇴원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그렇게 퇴원이 결정되고 짐을 찾아서 간호사님과 함께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잠시였지만 함께 있었던 분들이 밖으로 가는 나에게 응원을 건넸다. 


"잘 가요"

"행복해요"

"잘 살아요"


그리고 간호사님의 마지막 한 마다


"다시는 보지 맙시다"


밖은 아주 밝은 아침이었다. 아침이 오기 전 새벽이 가장 고요하고 어스름하다. 하지만 아침 빛이 비치는 순간 세상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곳이 된다. 그곳에서 나의 행복과 안녕을 응원해 주었던 모든 환우분들이 꼭 그 새벽을 지나 기어코 아침을 맞이하기를 나는 아직도 바라고 있다. 


그렇다, 정신병동에도 분명 아침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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