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우당탕탕 강릉여행

(1) 혼자 떠나는 여행

by 하온


무슨 용기였을까. 어째서인지 바다를 보고 싶었고, 무작정 강릉에 가는 기차를 예매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정말 내가 혼자 여행을 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내 성격과 맞지 않는 행동이었다. 계획 없이 떠나는 여행. 바다가 보이는 한가한 동네에 숙소를 잡고 가고 싶은 곳 몇 군데만 정해둔 채 시간이 흘렀고 내가 예매했던 그 날짜가 다가왔다. 짐을 싸고 서울역으로 가는 그 순간까지 내가 혼자 여행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강릉으로 가는 기차에 올라탔고 기차는 여지없이 그곳을 향해 출발했다. 정말 아무도 없이 오롯이 혼자 떠나는 여행이었다. 무슨 생각이었을까. 아직도 그런 행동을 했던 나 자신이 신기하다.


그래 이왕 보고 싶었던 바다를 보러 가는 것이니 실컷 바다를 보고 돌아오자고 생각했다. 카메라 한대와 함께 그렇게 무작정 강릉여행은 시작되었다. 강릉역에 도착하자마자 숙소를 들어가기 전 강릉역과 가장 가까운 바다를 보고 들어가자는 생각에 가장 가까운 강문해변을 갈 수 있는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 창문으로 보이는 강릉의 풍경을 한참 보고 있었는데 문득 눈에 들어오는 정류장 이름이 있었다. ‘허균. 허난설헌기념관’ 나의 목적지는 아니었지만 고즈넉하게 펼쳐져 있는 한옥을 보자 홀린 듯이 버스에서 내렸다.


사람이 드문 생가를 돌아다녔다. 여기저기 구경하고 있었는데 사람이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휴무였다. 하긴,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무작정 내린 곳이었으니 언제 문을 여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그래도 좋았다. 햇빛은 뜨거웠지만 강릉의 바닷바람이 불었고 그곳엔 여름에도 볼 수 있는 진분홍색의 꽃이 피어있었고 작은 우물도 있었고 작지만 세월이 담긴 돌담도 있었다. 그렇게 마루에 앉아 한참을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마 누군가와 왔다면 할 수 없는 일이었겠지. 나는 상대방의 여행스타일에 맞춰 그가 가고 싶은 곳을 같이 가주었을 것이다. 이렇게 아무 곳에서 마루에 앉아 한참을 말없이 하늘을 바라볼 일은 없었을 거란 얘기다. 좋았다. 평화로웠고, 무엇보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곳을 나의 속도로 천천히 둘러보며 카메라에 담고 강문해변에 아닌 숙소로 향했다. 숙소는 끝없는 바다를 볼 수 있는 아주 조용하고 깔끔한 곳이었다.


그곳에서 짐을 정리하고 책 한 권을 들고 주문진 해변으로 향했다. 그날은 날씨가 조금 흐렸지만 그래서 더 여유롭게 바닷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줄지어 서 있는 가게들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음악소리 그와 대비되는 시원한 바닷소리 그리고 사람들의 들뜬 목소리와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 그때의 분위기와 온도와 습도 그리고 모래바닥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서핑을 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다가 한 벤치에 앉아 책을 읽었다. 하염없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말이다. 한참이 지나고 다시 바다를 바라보다 숙소로 돌아왔다. 맞다, 사실 뭔가를 제대로 한 것이 없다. 그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었던 것도 아니었고, 서핑을 배웠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모래사장에 있는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바다를 봤을 뿐이다. 하지만 그게 나에게 그리고 나의 우울에게 평안함을 안겨주었다. 그렇게 나의 첫 혼자 하는 여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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