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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매일 독서하면서 알게 된 것들

초등 3학년 독서 습관 만들기 프로젝트

by 안세영


2020년, 1년을 방학처럼 보내다.


우리 쌍둥이들은 이제 곧 초등 4학년이 됩니다. 작년 한 해는 1년 내내 마치 방학을 보내듯 보낸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학원이나 공부방에도 안 다니고, 학습지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홈스쿨링을 하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제가 아이들 학습에 대해 얼마나 방치를 했는지에 대해서 작년 가을이 지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저는 아이들의 학업에 대해 일일이 간섭하거나 관리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엄마입니다. 공부는 중요하고 꼭 필요한 것이기에 아이들이 알아서 하기를 바랐습니다. 시험을 보기 위한 공부보다 어느 정도 학업을 따라가면서 자신들이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잘할 수 있는 아이들로 키워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3학년부터 벌써 수포자가 시작되는 시기라죠? 아이들의 수업 태도를 보면서 우리 아이들이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초등 3학년이면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호불호와 자기 주관이 아주 뚜렷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미술은 너무 재밌고, 수학은 지옥이라고 이야기하는 아이들입니다. (구구단을 외우기 시작하면 하품을 하다가도, 그림을 그리자고 하면 눈이 반짝거린다는)



코로나 시기에 학원을 안 보낸다면 엄마표는 필수일까?


온라인 수업이 길어지면서 초기에 긴장하며 따라가던 아이들은 점점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더 다양한 방식의 틀어놓고 딴짓하기 기술을 선보이더군요.) 기본적인 학업을 따라가지 못하니 점점 학교 공부에 흥미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 상황에서 학원을 다니지 않는다면 엄마표는 필수일까요? 대부분의 엄마가 홈스쿨링을 하는 게 어려운 상황일 텐데 말입니다. 저도 사실 집에서 공부시키는 건 어렵습니다.


선생님들이 미칠 때쯤 방학이 되고, 엄마들이 미칠 때쯤 개학이 된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밖에서 일을 하던 집에서 일을 하던 하루 종일 챙길 게 얼마나 많습니까. (프리랜서로 재택근무를 주로 하는 저도 하루가 너무 짧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부모가 공부까지 가르치는 건 정말이지 대단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니까 학교가 있는 것이겠고요.


어쨌든 제가 가지고 있는 (공부 보다 아이의 소질을 키워주고 싶다는) 교육철학이 이 상황에서는 아이를 방치하는 현실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기본은 되어야 아이들이 학교 공부에 흥미를 잃어버리지 않을 테니까요. 작년 12월부터 아이들과 수학 홈스쿨링과 함께 매일 독서하기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이대로 방치하면 안 되겠구나 하는 반성을 했고, 무언가를 같이 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 중에 하나가 책이기에 아이들에게도 독서하는 습관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은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는 독서활동에 대해 정리해보겠습니다.



아이들과 매일 독서하기 프로젝트


지난 12월 1일부터 매일 하루에 1~2번 30분씩 아이들과 둘러앉아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매일 책 읽는 시간을 갖자고 했는데, 의의로 아이들이 잘 따라와 주더군요. 6주가 지난 지금 아이들이 읽은 책은 약간의 그림책들을 포함해 문학작품 50권 정도를 읽었습니다.


책 선택은 각자가 알아서 선택하거나 제가 추천을 하기도 합니다. 타이머로 30분을 맞추고 시작하고, 타이머가 울리면 읽고 있는 부분을 접어놓게 합니다. 아이들이 책을 읽을 때 저도 함께 제가 읽고 싶은 책을 읽습니다. 아이들의 집중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 아이들의 경우에는 30분 정도가 집중하기에 딱 좋은 시간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아이들이 읽은 책의 목록은 도깨비 손님, 심청전, 토끼전, 흥보전 등의 우리 고전이 있고, 알프스 소녀 하이디, 키다리 아저씨, 몽테크리스토 백작, 비밀의 화원, 80일간의 세계일주, 아라비안나이트, 메리 포핀스, 소공자 등의 명작동화가 있습니다. 주로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고 있는데, 가장 재밌게 읽은 책의 목록에는 엉덩이 탐정 시리즈, 쥐포 스타일, 무엇이든 마녀 상회 시리즈 등이 있습니다.


처음 독서를 같이 시작할 무렵에는 10분 정도 간격으로 "엄마, 시간 다 됐어요? 얼마나 됐어요?"라고 묻기도 했는데, 그럴 경우에는 한 두 페이지만 더 읽고 그만두게 했습니다. 그러던 아이가 이제는 시간이 다 끝나도 더 읽겠다고 하고, 책 읽는 시간이 아니어도 읽다가 만 책을 읽기도 하더라고요.


아이들과 매일 독서하면서 알게 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겁니다. 아이들은 엄마가 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도 책 읽는 아이가 되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제가 워낙에 책을 좋아하고, 거의 매일 읽습니다.) 대신 아이들과 함께 읽는 환경을 만들고 함께 읽을 때, 아이들은 책 읽는 습관을 가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KakaoTalk_20210117_160502241.jpg 도서관에서 빌려서 보고 있는 아이들 책들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저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1~2학년 때 학부모 책나래 봉사단 활동을 했습니다. 2주에 한 번씩 아이들 학교에 가서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낭독해주는 활동이었어요. 아이들의 만족도 면에서 볼 때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고, 보람을 느꼈던 활동 중 하나였습니다.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늘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삶 속에 책이라는 좋은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책을 통해 얻었던 귀한 것들을 아이들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라봅니다. 그런데 요즘은 워낙에 집안에만 있어도 재미난 게 많습니다. 유튜브만 봐도 너무너무 재밌는 게 많고요. 아이들 태블릿 PC에 어플이나 게임들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사로잡아놓기 일쑤입니다.


그렇다 보니 아이들에게 책에 대한 관심과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지기 전에 책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해주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되는 비결


아이들이 책에 흥미를 갖게 해 줄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비결 중에 가장 확실한 비결은 바로 아이에게 책을 꾸준히 읽어주는 것입니다. <하루 15분 책 읽어주기의 힘>에서 짐 트렐리즈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책 읽는 법은 가르쳤지만, 책을 읽고 싶어 하도록 가르치지는 못했다."고요. 그러면서 "아이들이 책을 읽고 싶도록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라고 강조합니다.


초등학생이 되면서 아이들은 읽기 독립을 하고, 그때부터 대부분의 엄마들은 아이들이 알아서 책을 읽기를 바라게 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오히려 그때부터 아이에게 더 읽어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듣기와 읽기의 수준이 비슷해지는 것은 중학교 2학년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때까지는 부모가 꾸준히 읽어주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저는 아이들이 2살 정도부터 지금까지 잠자리 동화로 책을 읽어주었습니다. 하루 10~30분 정도 읽어주는 것 같습니다. 그런 게 익숙해진 아이들은 유튜브로 잠자리 동화를 틀어주어도 엄마가 읽어주는 게 훨씬 좋다고 합니다. 물론 아이들과 돌아가며 읽을 때도 있지만, 아이들에게 책을 통해 교감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가급적이면 밤에는 제가 읽어주려고 합니다. 매일 읽어주지는 못하더라도 1주일에 평균 3~4번 정도 읽어주려고 노력합니다.



6주 동안 아이들과 책을 매일 읽으면서 느낀 것


부모가 책을 오랫동안 읽어주는 것이야말로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되는 비결이라고 합니다. 제가 아이들과 6주간 매일 독서 프로젝트를 하면서 느낀 것은 이것입니다. (물론 아직 독서습관을 만들어가는 초기 과정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1. 아이들의 독서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엄마가 먼저 책을 좋아하고 읽어야 한다는 것


2. 엄마가 좋아하고 읽는 것만으로는 안되고, 아이들과 함께 (각자 자기 책을) 읽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엄마의 의지와 아이들에 대해 요구 및 동기부여가 필요함)


3. 그전에 먼저 아이들이 책을 좋아해야 한다는 것 (책을 좋아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가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책을 읽어주어야 한다는 것)





아이들과 매일 독서활동을 하고 있는 내용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예전에는 제가 책을 읽으면 언젠가 알아서 책을 읽겠지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아이들에게 책 읽는 환경을 조성하고, 매일 독서 시간을 따로 만들면서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책에 흥미를 느끼게끔 부모가 도와주기만 한다면 아이들이 책 읽는 습관을 만드는 것도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마다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가 있기 마련이고, 그렇게 좋아하고 재밌는 내용을 읽다 보면 점점 더 책을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초등학생 때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독서와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 태도가 염려되긴 하지만, 덕분에 함께 독서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하게 여깁니다. 책장 넘기는 소리만 가득한 아이들과 책 읽는 시간이 요즘 너무나 행복합니다. 아이들이 계속 잘 따라와 줄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겨울방학 때까지는 아이들과 책 읽는 시간을 계속 이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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