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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꼬마 눈사람 만들기

하얀 세상에 발도장 콩콩콩...

by 안세영


"와! 온 세상이 하얘졌어요!"


아이들이 일어나자마자 베란다로 나가서 소리친다. 조금 더 자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깨우며, 밖에 눈이 왔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이따가 줌 수업 끝나고, 눈사람 만들러 가자."


이 말을 듣고서야 번쩍 잠이 깬 아이들. 일어나자마자 창밖 풍경을 확인한다. 나뭇가지마다 하얀 눈꽃송이들이 매달려있고, 차도를 제외한 아파트 정원에 눈이 제법 쌓여있다. 아침에 줌 수업을 듣고, 온라인 수업을 들은 수에 11시 반에 나가기로 약속을 했다.


옷을 단단히 입고,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밖에 나갔다. 아이들은 거의 일주일 만에 외출이었다. 하얗게 변해버린 세상에 신이 난 아이들은 여기저기 발도장을 찍으며 걷느라 신이 났다. 쌓인 눈을 보는 게 얼마만이던가. 두두둑~ 두두둑! 눈 위를 밟으며 나도 살짝 들뜨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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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갈까 하다가 집 근처 학교 운동장으로 향했다. 여기저기 먼저 온 사람들이 찍어놓은 발자국과 눈사람을 만든 흔적들이 보인다. 눈을 뭉쳐서 던지기도 하고 한 참을 발도장을 찍으며 돌아다니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을 뭉치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장갑에서 손을 몇 번 뺐더니 손이 얼음장이 되어버렸다. 햇살은 좋은데, 너무 추웠다. 금방 따뜻한 집이 그리워졌다. 아이들은 이미 얇은 장갑이 다 젖어버렸다. 그래도 아이들은 역시 아이들이다. 아랑곳하지 않고 눈을 뭉친다. 눈 뭉치를 들고 다니며 배시시 웃는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이렇게 온전히 즐기는 마음은 아이들을 따라갈 수가 없다. 아이들은 뒷 일 걱정도 할 것 없고, 추위와 손 시림도 잊어버린 채 그저 하얀 눈과 하나가 되어 하하호호 즐겁기만 하다. 그 모습이 좋아서 나도 눈을 뭉쳐보았다. 아이들과 눈 사람 만들기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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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온 지 한참 되어서인지 눈이 크게 뭉쳐지지는 않았다. 그냥 작은 눈사람 몇 개를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만들었다 부수고, 눈사람을 갖고 다니며 논다. 우리가 많이 오가는 횡단보도 앞자리로 눈 사람을 이동해서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팔도 꽂아주고, 모자도 씌워주었다. 눈 사람에게 안녕~ 하고 집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학교 정문을 나와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횡단보도 앞을 지나칠 때 우리가 만들었던 눈사람의 뒷모습이 보였다. 아이들이 너무 예쁘다며 반가워한다. 뒷모습을 찍어달래서 찰칵~! 담아가지고 왔다. 집에 들어가는 길에 또 여기저기 발자국을 찍으며 신이 난 아이들. 강아지처럼 똥꼬 발랄하다. :)


집에 오자마자 외투를 벗고, 손을 씻고 몸을 녹였다. 길지 않은 외출이었지만 뭔가 변한 게 있다. 하얀 세상을 바라보고 왔더니, 마음이 맑아진 느낌이랄까. 집을 나서기 전과 들어오고 난 후에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다면 나의 착각일까.


하얗게 맑아진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새롭게 맞이하고 싶다.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땅에 콩콩콩 발자국을 만들 때의 설렘과 새로운 마음으로, 평범한 일상에 빛나는 흔적들을 만들어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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