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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세영 Jan 19. 2021

용돈과 보상이 공부 못하는 아이를 만드는 이유

외적 보상은 내적 동기를 떨어뜨린다.


공부와 배움에 흥미를 잃어가는 아이들, 무엇이 문제일까?


어린아이들은 호기심 천국 그 자체입니다. 끊임없이 미지의 세상을 탐색하고, 실험하는 걸 즐깁니다. 안전한 범위 안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알아가는 것을 좋아하고, 의욕적으로 학습합니다. 그렇게 의욕과 활력이 충만하던 아이들이 커가면서 점점 배우는 것에 대한 흥미와 열정을 잃어가는 걸 보게 됩니다.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으면서 학습격차가 상당히 심각해졌다고 하죠. 주로 집에서 생활하며 공부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자기 주도 학습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의 수업태도를 보면 걱정이 많으실 텐데요.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공부는 아니더라도 배움의 즐거움을 알았으면 좋겠고, 이왕이면 좀 더 기꺼이 공부하는 태도를 갖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실 것 같습니다.


아이에게 잔소리를 했다가 때로는 보상으로 동기부여를 해보지만, 돌아오는 결과는 매번 똑같은가요?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은 대부분의 부모에게 숙제일 텐데요. 오늘은 공부를 할 때 꼭 필요한 '동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외적 동기 vs 내적 동기

외적 동기는 자기 내면이 아닌 외부의 통제나 보상에 의해 무언가를 하게 되는 동기를 말한다.

반면, 내적 동기는 외부의 지시나 강제 또는 보상에 의해서가 아니라 학습자 내면의 성취하고자 하는 동기를 일컫는다. 어떤 일에 내적 동기가 있다면 타율에 의한 것이 아닌 자발적 동기에 의한 것이기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기꺼이 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다.




내적 동기를 떨어뜨리는 말


외적인 보상과 칭찬이 내적 동기를 떨어뜨린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대부분의 부모라면 자녀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전략을 사용하신 적이 있으실 거예요.


1. ~하면 ~해줄게.


받아쓰기 100점 맞으면 장난감 사줄게.

공부 열심히 하면 피자 사줄게.

시험 잘 보면 용돈 올려줄게.

학습지 다 풀면 용돈 줄게.

학원 빠지지 않고 잘 다니면 네가 원하는 거 하게 해 줄게.


혹시 이런 식으로 아이에게 동기부여를 하곤 하나요? '만약 __ 하면 __해줄게'의 '조건적 보상'은 단기적으로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공부에 대한 흥미와 내적 동기를 잃게 만드는 원인이 니다.


2. ~ 해서 ~ 해주는 거야.


착하고 말 잘 들어서 그 장난감 사준 거야.

공부 열심히 해서 주는 상이야.

이번에 시험 잘 봐서 용돈 주는 거야.

책 많이 읽었으니까 이거 사준 거야.


혹시 아이에게 무언가를 사주거나 선물을 할 때마다 이런 식으로 (올바른 행동을 했으니까 주는 거라고) 강조하지는 않나요? 이런 식의 동기부여 전략도 외적인 통제로 작용하여, 아이 내면의 동기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됩니다.




외적 보상이 내적 동기를 떨어뜨린다.


외적인 보상이 내적 동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를 했습니다.


내적 동기의 발견


위스콘신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인 해리 할로우는 원숭이의 학습능력에 대한 실험을 했습니다. 해리 할로우는 다음의 그림처럼 (경첩이 달린 덮개를 들어 올리는) 기계장치 퍼즐을 고안했습니다. 원숭이 우리 안에 퍼즐을 넣어주자, 원숭이들은 흥미를 보이면서 퍼즐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습니다.


다니엘 핑크의 <드라이브>


어떻게 하면 퍼즐을 풀 수 있는지 파악하던 원숭이들은 점점 더 능숙한 솜씨로 퍼즐을 풀었습니다. 그들은 특별한 외부적 보상이 없었음에도 퍼즐 풀기 자체를 즐긴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할로우는 퍼즐을 푼 원숭이에게 건포도(외적 보상)를 준다면 틀림없이 더 잘 풀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퍼즐을 풀 때마다 보상을 받은 원숭이들은 오히려 이전보다 실수를 많이 했고 퍼즐 푸는 속도가 느려졌다는 것입니다. 당시 이 연구는 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당시의 일반적인 믿음과 같이 원숭이들은 보상에 의해 움직인 것이 아니라 자발적 동기(흥미와 즐거움)에 의해 퍼즐을 풀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보상이 제공되었을 때 성과는 오히려 더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할로우는 상벌에 의해 동기부여되지 않았던 원숭이들의 행동을 내재 동기라고 불렀습니다.




내적 동기에 보상을 준다면 어떻게 될까?


래퍼와 그린이라는 학자들은 자발적으로 즐기고 있는 행위에 대해 보상을 해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들은 유치원에서 다음과 같은 유명한 실험을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리고 싶은지를 물은 뒤, 그림을 그리고 싶은 아이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A그룹에게는 그림을 그리면 상을 주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림을 다 그린 후에는 약속대로 상을 주었습니다. B그룹은 (미리 상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않고) 그림을 다 그린 후에 상을 주었습니다. C그룹은 상에 대해 이야기도 하지 않고 주지도 않았습니다.


2주일이 지나고 자유놀이 시간에 그림 그리는 활동을 관찰했더니, B그룹과 C그룹은 2주 전과 마찬가지로 재미있게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런데 A그룹만 다른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들은 오히려 그리기에 관심이 감소했으며, 그림 그리는 시간이 줄어들었던 것입니다.


A그룹의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면 상을 주겠다고 제안을 했고, 그림을 그린 대가로 상을 받았습니다. 이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조건적 보상이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한 내면의 동기를 떨어뜨렸다는 것입니다.




내적 동기는 외적 보상에 의해 훼손된다.


J라는 사람이 자주 들리는 공터가 있었습니다. 그는 거기서 한적하게 산책도 하고 머리를 식히는 시간을 갖는 걸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 빈 공터에 아이들이 몰려와서 농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신만의 시간을 방해받은 J는 한 가지 꾀를 냈습니다. 그는 아이들에게 1달러씩 주면서 이야기했습니다.


"아저씨가 농구를 좋아하는데, 너희들 운동하는 모습이 보기 좋구나. 열심히 하면 1달러씩 주겠다."


아이들이 농구를 즐기기 시작하자, 아저씨는 음료수라도 사 먹으라며 1달러씩을 나누어주었습니다. 다음날에도 아이들이 몰려와 농구를 했습니다. J는 아이들에게 또 이야기했습니다.


"너희들이 농구를 열심히 하면 돈을 주겠다. 근데 오늘은 50센트씩밖에 못줄 것 같다."


아이들은 50센트씩 돈을 받고는 신나게 농구를 했습니다. 다음에 또 아이들이 왔을 때 J가 말했습니다.


"얘들아, 미안한데 오늘은 1센트씩밖에 못주겠구나. 그래도 농구를 하겠니?"


그러자 아이들은 이렇게 말하며 돌아갔다고 합니다. "고작 1센트를 받으려고 이 더위에 땀 흘리면서 농구하겠어요. 차라리 집에서 쉬는 게 낫지."




외적 보상이 내적 동기를 떨어뜨리는 이유


실험 결과와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스스로 하는 행위에 대해 보상을 주면 오히려 내적 동기를 떨어뜨린다는 것입니다. 외적 보상이 주어질 경우 내적 동기가 있던 자리를 외적 동기가 대체하기 때문입니다.


내적 동기의 핵심은 자율성에서 옵니다. 자율성은 누군가에 의해서 강제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싶다는 중요한  욕구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가 결정하고 선택했다는 느낌이 자율성을 갖게 해 줍니다. 우리는 자기가 선택한 것을 해냈을 때, 행위 자체에서 오는 '뿌듯함과 만족감'이라는 가장 중요한 보상을 받습니다.


그런데 '만약 __한다면 __해줄게'와 같은 조건적 보상을 받으면, 스스로가 선택해서 무언가를 했다는 자율성의 느낌은 훼손될 것입니다.



공부하는 자녀에 대해 돈으로 보상을 한다면


아이들 이 학습지를 풀 때마다 돈을 주거나, 시험을 잘 보면 용돈을 올려준다는 식의 동기부여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외적인 보상은 단기적으로는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리고, 돈을 받지 않으면 공부를 하지 않으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공부에 흥미를 잃게 만드는 좋은 방법은 공부를 할 때마다, 시험을 잘 볼 때마다 큰 보상을 해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내적 동기에 의해 자발적으로 공부하는걸 도울 수 있을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에 한 번 더 정리해보겠습니다.




<참고서적>


에드워드 L. 데시, 리처드 플래스트의 <마음의 작동법>

다니엘 핑크의 <드라이브>

김주환의 <그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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