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0.
전학을 반복하며 이사 다니던 시절에는 친구들과 오래 지낼 기회가 없었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 학교에서 깊은 우정을 쌓기는 어려웠으니까. 하지만 6학년이 되면서 생각도 상황도 달라졌다. 처음으로 한 학년을 온전히 함께 할 친구들이 생겼고, 너는 마음속 깊이 감사와 설렘을 느끼며 기대하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너는 특별한 결심을 했다. “올해 생일만큼은 뭔가 특별하게 보내고 싶어.”
부모님께 허락을 받고, 집을 통째로 비워 달라고 말씀드렸다.
엄마는 그런 너를 보며 “넌 참 괴짜야, 내 속에서 태어났지만, 진짜 신기해. 생일날 집을 친구들로 꽉 채우겠다니...” 하고 웃으셨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허락을 해주셨다.
생각해보면 그 말씀은 잔소리라기보다는, 네가 뭔가 독특한 아이디어를 내면 늘 따라붙던 애정 어린 농담 같은 것이었다. 늘 져주시는 엄마는 독특하다고 하시면서도 네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말리는 법은 없으셨으니...
그날 오후, 반 아이들 절반 가까이가 네 집에 몰려왔다.
번호가 적힌 독특한 초대장은 행운권 추첨까지 준비한 네가 밤새워 준비한 이벤트의 시작이었다.
남자아이, 여자아이 가리지 않고 초대장을 받은 친구들은 모두 들뜬 표정이었다.
행운권 추첨에 따라 네가 직접 만들거나 그린 선물을 나눠주면서도 너는 아주 기분 좋아보였다.
네가 준비한 야심작은 그 시절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던 음식 ― 떡볶이와 김밥. 그리고, 직접 구운 한국식 피자빵(엄마에게 전수받은 가정식 홈메이드 피자빵) 이었다.
생일의 주인공이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다소 생소했지만, 너는 개의치 않았다.
손끝에 매운 양념이 묻고, 김발 위에 김과 밥, 채소를 펼쳐가며 만든 김밥이 차곡차곡 쌓였다.
친구들은 그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재밌어 보인다 했다.
먹으면서 “와, 진짜 맛있다!” 하고 외칠 때마다 너는 흐뭇하게 웃었다.
너는 또래 친구라기보다, 누나나 언니처럼 보살펴주고 싶었는지 네가 축하받는 그 순간보다 음식을 해주고, 친구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게 더 좋다고 느꼈던 듯하다. 그 파티는 단순한 생일잔치가 아니었다.
생일인 주인공이 친구들을 대접하는 파티였다.
그리고, 그 파티는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후, 중학생때는 교회친구들을 불러 모아서 똑같이 앞치마를 두르고, 친구들을 초대해 생일 파티를 열었다. 특별하고 기억에 남는 시간들이었다.
다만,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선 여학생들만 있는 학교에서 만난 동급생들과는 친구사이가 되지 못하고 거리감을 느껴서 그 파티를 함께 하지 못했었다. 만약 학교 친구들과 그 파티를 했다면 너의 학창시절이 조금은 달라졌을까? 궁금하긴 하다.
너는 이미 그때부터 무언가를 기획하고, 사람들을 모아, 다 같이 즐기는 일에 큰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학교에서 동아리처럼 즉흥적인 모임을 만들고 싶었고, 그 안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걸 좋아했다.
아이들이 시키면 뭐든 앞장서서 하고, 주목을 받는 순간마다 마치 무대 위에 선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쩌면, 그 무렵부터 이미 네 안에는 “무대에 서고 싶다”는 막연한 열망이 싹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시절, 너의 관심은 점점 음악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3학년 때부터 배우던 피아노 체르니 30번을 마치자 마자, 그만두고는 기타학원에 등록해 새 악기에 도전했다.
엄마는 너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며 "세고비아"라는 브랜드의 기타를 사주셨고, 기타학원의 이름은 정겨운 가수 출신 선생님이 운영하시던 ‘논두렁 밭두렁 기타교실’. 선생님의 손가락을 눈으로 따라가며 코드를 익히고, 첫날은 손끝이 아려왔지만, 불과 두 달 만에 기본 반주곡들을 터득하고는 스스로 노래를 부르며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후에는 독학이었다. 굳이 학원에서 계속 배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너는 기초만 겨우 뗀 실력으로 매일매일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인기 가요를 귀로 따라 잡아 코드로 바꾸었고, 친구들 앞에서 직접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순간마다 눈빛이 반짝였다.
남들보다 조금 빠르게 배우고, 새로운 걸 금세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게 너의 특기였다면 특기였을까?
자주 듣던 말이 '팔방미인' 사실 그것만큼 실속 없는 것도 없는 데 말이야.
돌아보면, 6학년의 생일파티와 기타 연습은 모두 같은 뿌리를 가진 일이었다.
사람들을 모으고, 그들을 즐겁게 하고, 그 속에서 자신을 표현하며 자유를 얻는 일.
그때의 너는 이미 작은 무대 위의 주인공이었고, 친구들은 환한 조명 대신 환호와 웃음으로 너를 비추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너는 반짝 반짝 빛나는 웃음의 주인이었다. 뭔가 그리 좋은지 연신 행복해 하던 웃음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어린 시절의 마지막 해, 너는 진지한 것이 마치 소년 같으면서도 여리디 여린 소녀 같은 모습으로 가장 너답게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