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6
학교 앞 골목은 언제나 달콤하고 자극적인 냄새로 가득했다.
교문을 나서는 순간, 바람에 섞여 들려오는 소리와 향기가 너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떡꼬치 세 개요!”
“순대꼬치 두 개!”
분홍색 앞치마를 두른 매대 아줌마는 손이 쉴 틈이 없었다.
노릇하게 튀겨진 떡꼬치를 양념통에 푹 담갔다가 건져 올리는 모습이 눈앞에서 슬로모션처럼 느껴졌다.
빨간 맵달 양념이 꼬치 끝을 타고 떨어지면, 입안이 저절로 침으로 가득 찼다.
“한 입만 줘 영서야!”
친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조르는 통에 결국 한 입을 내주었지만, 너는 속으로 조금 후회했다.
그 한 입이 너무 너무 맛있었거든...
정문을 나와 오른쪽 옆 골목 안쪽에는 건물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위에 너희들의 아지트가 있었다.
바로 ‘먹고가 떡볶이’. 입구에는 이상한 문구도 붙어 있었다. [손님은 손님일 뿐, 주인이 왕이다.]
처음 봤을 땐 고개를 갸웃했지만, 지금은 그게 '먹고가 떡볶이'의 법칙임을 안다.
주인 아저씨가 말하면 그냥 “예” 해야 했고, 괜히 토를 달면 “그럼 나가라!” 라는 호통이 날아왔다.
그 말투가 묘하게 무섭지만 또 웃겼다. 그래서일까, 그 가게는 언제나 북적였다.
너와 친구들은 학교가 끝나면 반쯤 숨을 죽이며 2층으로 올라갔다.
“오늘은 짜장 반, 고추장 반 혼합으로 먹자. 그게 젤 맛있는 거 같아.”
"사리는 처음에만 넣을 수 있어. 중간에 추가 안되니까, 잘 골라야 해. " "부족하거나 남으면 어쩌지?"
"어쩔 수가 없지. 담을 기약해야지. "
" 주인이 왕이잖아. 우리는 힘이 없어."
즉석떡볶이 냄비에 사리를 넣고, 양념이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소리에 모두의 눈이 반짝였다.
떡을 젓가락으로 들어 호호 불어 먹을 때, 혀끝에 닿는 달콤 짭짤한 양념이 그날의 피로를 싹 지워버렸다.
“아, 이거지 이거. 이게 행복이지.”
누군가 말하자, 너는 입안 가득 떡을 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
먹고가 떡볶이를 나오면 코끝을 스치는 달콤한 냄새가 또 발길을 붙잡았다.
[한마음 분식] 빙수와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유명했다.
“우리 오늘은 딸기빙수!”
“야, 그거 800원인데?”
“괜찮아, 내가 300원 보태줄게.”
그렇게 나눈 빙수 한 그릇이 여름의 우정처럼 달고 시원했다.
다음날, 사건은 집에서 학교로 가던 골목에서 일어났다. 아침 등굣길, 햇살이 유난히 밝았던 날이었다.
멀리서 이상하게 바바리 코트를 단단히 여민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까만 양말에 구두를 신고 털이 숭숭난 다리가 코트 아래 보이는데... '더운 날씨에 웬 코트람'… 의아하던 순간, 그가 갑자기 코트를 휙 벌렸다.
너는 순간적으로 얼음이 되었다.
“꺄악!” 뒤따라오던 친구의 비명이 하늘을 찢었다.
그때 넌 무의식적으로 언젠가 친구가 가르쳐준 말을 큰 소리로 외쳤다.
“에게… 쪼마나네!!”
그 소리가 너무 커서 그랬는지, 진실에 놀랐는지, 황급히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심장이 쾅쾅 뛰었지만, 너는 그때 이상하게 용감했다고 느꼈다.
그날 하루 내내 학교는 그 이야기로 떠들썩 했지만, 너는 다음 날부터 아무렇지 않은 척 그 길을 다시 지나기는 왠지 걱정이 되었다. 큰길로 돌아가는 것이 조금 멀어도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는 거지'
여학교만 3개가 붙어있는 그 등굣길은 그런 이상한 놈들이 출몰하는 지역이라는 말을 친구에게 들었을 때만 해도, 사실 네가 직접 마주하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을 텐데, 그 자리에서 그렇게 외칠 수 있었던 넌 그래도 굴하지 않는 용감한 모습이었다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교길엔 또 다른 세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락실]
학교 정문 큰길 맞은편, 네온사인이 “GAME”이란 글씨가 깜빡깜빡였다.
안에서는 테트리스 음악이 '띠띠띠리리리 띠띠띠리리리' 흘러나왔고, 보글보글의 거품 소리와 너구리의 경쾌한 삑삑 점프소리와 또로로롱 떨어지는 배경음이 뒤섞여 있었다. 버튼을 누를 때마다 들리는 소리가 가슴을 쿵쿵거리게 했다. 한 판을 깨면 친구들이 '와아' 하고 박수를 쳤고, “GAME OVER”가 뜨면 다같이 탄식을 내뱉었다. 2인용으로 함께 자리에 앉아 신나게 버튼을 두드리다 보면 처음 느끼는 흥분감으로 하교길 네 주머니를 비어가게 만들던 오락실.
“다음엔 내가 깨보게.”
“야, 너 그건 못 깬다.”
그 때의 대화는 단순했지만, 진심이었다. 그 순간, 너희는 어른도 어린아이도 아닌 중간 어딘가에 있었다.
세상이 조금 씩 열리고, 그 틈에서 웃음과 두려움, 그리고 꿈이 뒤섞여 살아있었다.
학교 앞 오락실뿐 아니라, 집 근처에도 오락실이 하나 생겼다.
그리고 그 유혹의 굴레에 빠진 건 — 영서가 아닌 민혁이었다.
부모님께 오락실 갈 용돈을 받을 수 없었던 민혁이는 결국 아버지의 주머니를 뒤졌다가 들통이 났고,
그날 저녁, 한바탕 난리가 났다. 생전 처음 아버지가 저렇게 무서워 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날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너는 무수히 많은 생각들을 했다.
영서 너와 민혁이가 즐겁다고 부모님도 즐거울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과 하고 싶다고 무조건 다 해도 되는 건 아니라는 것. 오락이란 게 단순히 재미만 있는 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삼켜버릴 수도 있다는 걸.
그날 이후로 너는 ‘하루 30분만!’ 그렇게 스스로와 약속을 했다.
물론 민혁이도 난생 처음으로 호되게 혼나고, 아버지에게 매를 맞은 날이라, 그날을 결코 잊지 못하리라.
훗날, 그 사건을 통해 절제를 배웠던 민혁이는 아주 멋지게 잘 자랐다는 사실.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초달사태였다.
P.S
삶의 지혜가 기록된 성경의 잠언 13장 24절을 보면
“초달을 차마 못하는 자는 그 자식을 미워함이라 자식을 사랑하는 자는 근실히 징계하느니라” 기록되어 있다.
**초달이란, 잘못을 범했을 때, 부모나 스승이 회초리로 엉덩이나 종아리를 때리는 것이다. 자녀들이 잘못을 했을 때 부모가 초달하지 못하는 이유를 대부분은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답변한다. 하지만, 진짜 자녀를 사랑한다면 무엇이 잘못인가를 깨우쳐 주고 근실히 징계하여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양육하는 것이 맞다고, 우리가 살아가던 시대에는 이것이 부모 양육 방법이었고, 나는 성경속의 이 잠언의 지혜가 옳았다고 믿는다.
물론, 지금 시대에는 부모가 자녀를 이유없이 학대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폭력 그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나는 폭력이 옳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폭력이 아닌 제대로 된 초달은 어떤 방법으로든 자녀 교육을 위해 꼭 필요하다 믿는다.
하여, 부모에게 초달을 받지 못해 훗날 범죄자가 된 이들도 나라가 부모가 되어 못다한 초달로 제대로 교육하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말이다.
초달은 반드시, 죄를 저질렀을때, 라는 단서가 붙기 때문에 이유없는 폭력을 초달이라 불러선 안될 것이다.
피해자에겐 가혹하고, 가해자에게는 관대한 사회가 되지 않기를..
그래서 가정의, 나라의 초달 교육이 바로 잡히기를 지면을 빌어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