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루틴의 소중함

무거운 추를 달고 오늘도 수영장에 간다.

by everythinghappenstome



내 주변 사람들은 내가 수영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까지 꾸준히 열심히 다닐지 몰랐다고 했다. 그래서 8개월째 수영을 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대단하다고 말한다. (금요일에도 한 주의 모든 피로를 가지고 수영장으로 향하고, 주말에도 할 게 없으면 자유수영을 가는 나를 보면서 주변에서는 농담으로 선수할 거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사실 그 당시 나에게 수영은 절박함이었다.



취미로 하는 수영이 절박함이라니, 너무 과한 표현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당시 나는 남자친구와 이별했고, 회사에서의 환경도 갑작스럽게 바뀌어 마음 붙일 곳이 없었다. 시간은 계속 흐르는데 혼자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무기력의 늪에 빠졌다.



이런 나를 보면서 평소 친한 후배가 책을 하나 추천해 줬다.


"반복이 패턴을 만들고, 패턴이 패터슨의 일상을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든다. 패턴은 일상의 행동에 작은 전구를 일정한 간격으로 달아놓는 일이기에, 삶은 패턴으로 인해 조금이나마 빛나게 된다."



그때 나에게 필요했던 것은 무기력한 나를 다시 일으켜 줄 일상의 패턴이었다. 그나마 회사를 다니고 일을 했기 때문에 회사에 있는 시간 동안에는 평소와 같이 지냈지만 회사를 가지 않는 주말이나 퇴근 후에는 속수무책으로 스스로를 방치했다. 남들의 시선이 중요한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멀쩡한 척, 괜찮은 척했지만 혼자 남겨진 시간 동안에는 자기 파괴적인 행동들, 방을 안 치운 채 방치하거나, 매일 같이 누워 있거나, 식사를 제대로 먹지 않는 등의 스스로를 돌보지 않는 생활을 했다. 지금껏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뒤돌아보니 직장인으로도, 한 명의 개인으로서도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는 생각 때문에 괴로웠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계속 됐다.



일단 운동을 해야 몸이 지쳐야 밤 사이 무한 증식되는 나의 번잡한 생각들이 사라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스스로를 돌보기 위해서는 건강해져야만 했기 때문에 시작한 이유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매일매일 수행해야 할 과제를 스스로 부여했어야 했다. 작지만 꾸준히 성취할 목표의식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렇게 필사적으로 수영을 다녔다. 책에 나온 구절처럼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삶은 무기력함과 우울함에 짓눌려 있는 나를 빠르게 끄집어 올려줬다. 물론 하다 보니 수영 자체에 대한 재미가 있어서 계속한 것도 있지만, 수영은 내게 있어 일상의 반복과 패턴을 부여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 하기 싫고 힘들고 피곤하고 우울해도, 기쁘고 즐겁고 행복해도 수영을 한다. 일상의 루틴은 너무 슬픈 날에도 너무 기쁜 날에도 중간 정도의 감정으로 다시 회귀하게 하는데, 이 안에서 나는 고요한 평안을 얻는다.



마음에 흔들림이 오는 날에도 어김없이 일어나 씻고 출근을 한다. 그렇게 정신없이 일을 하고 퇴근을 한 후엔 수영을 하러 가겠지. 한 없이 작아지고, 웅크리고 싶을 때마다 내 목덜미를 잡고 수많은 감정 사이에서 날 다시 일으켜 주는 단조롭고 반복적인 일상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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