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는 몇 개나 만들어졌을까?
난자채취 후 이식방법은 2가지인데 며칠 뒤 바로 이식하는 신선배아와 냉동 후에 몸상태가 회복된 후 생리주기에 맞춰 이식하는 냉동배아가 있습니다. 담당 의사분께서 저의 경우 냉동배아로 진행하자고 하셔서 한동안은 몸 회복에만 집중했습니다.
난자 채취를 많이 한 경우 난소과자극증후군이 올 가능성이 높아서 관리를 잘해야 한대요. 채취 당일 대형마트에 가서 이온음료 한 박스를 사 와 매일 1~1.5리터씩 마셨고 주사랑 약도 꼬박꼬박 챙겨주었어요.
첫째 날은 배가 아파서 오래 서있지를 못하고 걸을 때는 허리를 구부정하게 하고 걸었어요. 그리고 아주 생생한 악몽을 연달아 두 번이나 꿨습니다. 심리적으로 엄청난 긴장을 했던 것 같아요.
둘째 날은 하루 종일 소화가 잘 안 되어 더부룩한 상태였고 배는 그전보다 많이 괜찮아졌지만 여전히 아팠고 걸을 때는 평소의 절반 속도로 걸었어요. 그날 밤부터 어깨에 근육통이 와서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2-3시간에 한 번씩 깼고 이 때도 평상시 꾸지 않는 희한한 꿈들을 꿨어요. 베개를 3개 겹쳐놓고 비스듬히 누워 끙끙 앓다가 새벽 4시에 타이레놀을 먹었더니 그나마 좀 나아졌어요. (병원에서 힘들면 진통제 먹어도 된다고 하셨어요)
난자채취가 이렇게 힘들 줄 몰랐는데 이틀차까진 생각보다 너무 힘들어서 당황스러웠어요. 몸회복이 잘 되지 않고 많은 약을 먹다 보니 정신이 몽롱한 상태가 지속됐어요. 사람마다 증상이 다르다던데 저는 채취를 많이 해서 그런지 정말 힘들더라고요.
잠 못 드는 새벽 한 시, 어플에 들어가 보니 수정란수 21개라고 떠있었어요. 부디 많이 배아가 되어 다시는 난자채취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셋째 날부터는 정신이 좀 돌아와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일상생활이 가능했어요. 배는 생리통처럼 욱씬댔지만 이 정도는 평상시 수준이라서 배가 아플 때마다 이온음료를 먹으면서 버텼어요.
쉬면서 체외수정(시험관) 기술을 개발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조이의 탄생'을 봤어요. 1970년대에 영국에서 체외수정을 처음 시도할 때에는 생명의 탄생은 신의 영역이라고 인간이 그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며 반발도 있었다고 해요. 하지만 그 당시에도 난임인 부부들이 있었고 간절한 마음에 그 부인들은 기꺼이 실험에 참여해 주었어요. 연구자들은 자신들이 아니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더욱 연구에 매진했고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1978년 마침내 최초의 시험관 아기 '조이'가 탄생했습니다.
그 당시의 일반인들처럼 저 또한 처음 시험관을 할지 말지 고민할 때 시험관을 통해 태어나는 아이가 원래는 태어나면 안 되는 생명인데 태어나는 게 아닌지에 대한 불편함이 있었어요.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 혼인 연령이 증가하고 여성의 사회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가임력이 떨어지는 것이지, 애초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합니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고, 그에 대한 기술력이 생겨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마치 기술의 발달로 각종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줄어든 것처럼 난임도 하나의 '질병'으로 보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대입을 해보니 불편함이 많이 사그라들었습니다. 결국 제 난자와 남편의 정자가 만나서 배아가 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니까요.
일주일이 지나고 약도 먹지 않으니 몸과 정신이 모두 돌아왔어요. 기력이 생기니 취미생활이 하고 싶어서 집에서 할 수 있는 취미 키트들을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어플을 확인하니 냉동배아개수가 11개라고 업데이트되었습니다. 몇 번은 이식을 시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생리가 터지면 병원에 방문하라고 하셨으니 이제 편안한 마음으로 일상생활을 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