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 냉동배아 이식에 실패했다

또 실패라니

by 써니



작년 말부터 임신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면서 일도 멈추고 모임도 중단하면서 가족 외에는 거의 사람을 안 만났던 것 같아요. 얼마나 장기전이 될지 알지도 못하는데 괜히 준비한다고 주변에 이야기하는 것도 좀 마음에 내키지 않았고 그들이 건네는 이야기들도 괜히 부담이 될 것 같더라고요.


그러다가 최근에 이식 후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어쩌다가 친구 몇몇에게 말하게 되었는데, 고맙게도 한 명은 엽산밖에 모른다며 엽산을 선물해 주고 한 명은 착상에 좋다며 포도즙을 선물해 주었어요. 선물을 바라고 말한 건 아니었는데, 그 따뜻한 마음에 괜히 눈물이 났어요 (원래 잘 울지 않는데 호르몬 영향이 대단합니다) 엄마는 이식 당일에 맛있는 걸 사 먹으라며 다 큰 딸에게 용돈을 주셨는데 이것도 마음이 괜히 찡했어요.




한동안은 쉬기만 하다가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저 같은 사람에게는 영 맞지 않아서 무언가를 배워보기로 했어요. 하나는 전통자수였고, 하나는 AI MVP 과정이었습니다. 지난주에 동시에 수업이 시작해서 병행해서 배우고 있는데 전통자수는 뇌를 쉬게 해 주는 그 편안함이 좋고, AI MVP는 새로운 AI 툴을 배우는 그 도파민에 신이 납니다.


자수는 태교에 좋다던데 이번에 열심히 배워서 임신 기간 동안 아기를 위한 소품이라도 하나 만들어보면 좋겠다 싶어요. AI MVP는 AI 시대에 뒤처질 수 없으니, 이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한 번 고민을 해보려고요. 교육을 시작하니 하루가 참 바쁘게 지나갑니다.




그렇게 이식 후 9일이 지나고 피검사 날이 밝았습니다. 지난번에 임테기 때문에 감정변화를 겪는 게 힘들어서 이번엔 임신테스트기를 사용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피검사를 하러 갔더니 피검사 후 결과가 나오기까지 1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 혹시 임신이면 약을 추가로 받아가야 한다고 해서 그 시간 동안 기다리기로 했어요. 근처에서 밥을 먹고 조금 있다 보니 결과가 나왔는데 아쉽게도 비임신이었습니다. 전화를 듣고는 바로 집으로 갔어요. 저처럼 기다리지 않으려면 미리 임신테스트기를 하고 오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남편은 이미 반차를 써서 오후가 되니 집으로 왔어요. 우울해진 저를 데리고 먹고 싶었던 음식점에 데려가 밥을 먹고 쇼핑몰에 가서 구경도 했습니다. 저녁에는 임신이 아니라고 하니 괜히 날 것이 먹고 싶은 거예요. 어차피 임신하면 못 먹을 텐데 지금 실컷 먹자는 심정으로 육회와 산 낙지 탕탕이를 시켜서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그래도 인공수정 때 한 번 실패를 경험해서 그런지 그때보다는 덤덤하더라고요. 이식 4~5일 차 즈음에 제가 생선 두 마리를 굽는 꿈을 꿨는데, 꿈에서 깨어서 왜 살아있는 물고기가 아니라 죽은 생선일까.. 괜히 찝찝했었거든요. 그때부터 왠지 임신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남편에겐 말하지 않았다가 이번에 사실 이런 꿈을 꿨다고 말하니 엄청 웃네요.


약은 피검사 날부터 중단했어요. 다음 날이 되니 머리가 맑은 기분입니다. 변비 증상도 없고 배도 왠지 좀 들어간 것 같고요. 시간이 좀 지나고 나니 배아도 좋고 내벽도 좋다고 했는데, 이번엔 딱히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안 됐지? 싶어서 괜히 병원 탓을 하기도 했네요. 전원을 생각하기도 했는데 냉동배아가 꽤 남아있어서 그때까지는 여기에서 시도해 보기로 했어요.




아마 임신할 때까지 지금처럼 생리를 하면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고 이식하는 과정을 반복해야겠죠. 꼭 올해 출산하고 싶었는데 4월에 이식해서 성공하면 1월 출산이라고 하네요. 왜 더 일찍부터 시도하지 않았을까.. 과거를 후회하지 않는 성격인데도 임신에서만큼은 후회되더라고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아직 고민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시라고 말해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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