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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미니 Dec 20. 2023

커피 이야기

2. 사이폰 커피 - 이대 앞 Symphony

내가 처음 사이폰 커피를 만난 건 이대앞 심포니 라는 붉은 벽돌집 카페였다. 그 당시엔 나름 유명한 커피숍이었는데 이젠 없어져서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이 글을 읽는 이 중에  그걸 같이 기억하는 또래가 있다면 정말 반가울 것 같다. 사이폰 커피 수업을 할 때마다 그 곳과 그때 감성을 이야기 하는데 아직 맞장구 쳐주는 친구를 만나지 못했다.


그 곳은 이름처럼 클래식 음악이 러나왔다.  메뉴판에는 원두 종류도 많아 브라질, 과테말라, 블루마운틴 등 산지별 커피가 있어서 뭐나 특별한 취향이 있는 것처럼 고르는 재미가 있었고, 카푸치노, 비엔나커피, 카페로얄 같은 지금 봐도 꽤 전문적인 메뉴가 있었다.


그 중 가장 특별한 커피는 사이폰 커피였다. 사이폰에 대하여 설명하자면, 가운데 전구 모양의 볼에 물을 넣고 밑에 알콜램프나 할로겐빔으로 열을 가하면 끓어오른 물이 가느다란 관을 타고 올라가  상단 비이커 속의 커피를 녹이고, 열원을 끄면 다시 둥근 전구로 추출액이 내려오는 커피이다. <블루보틀 크래프트 오브 커피> 저자는 '모든 브루잉 방법 중 가장 연극적인' 방식 이라고 했는데 정말 깊이 공감되는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겨우 교복을 벗어난 스물 초반, 뭣도 모르면서  촌스럽게 겉멋을 부렸던 것 같다. 사이폰 기구를 앞에 두고, 속으론  전구가 깨질까 겁나는  맘을 숨기고, 뚫어져라 쳐다보며 물이 끓기만 기다리던 때를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겁이 나니 자꾸 '저기요~ 물 끓는대요' 하면 퉁명스레 종업원이 '아직 아니예요' 하고 지나가곤 했다. 하긴 나 말고도 여기저기 테이블에서 불러댔을테니 꽤나 성가셨겠다. 이제보니 설겆이도 쉽지 않고, 깨지는 일도 종종 있었으리라.

맛은 음... 글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은 없고 입이 데었던 기억은 있다. 사이폰 커피는 온도가 높으니 조심하셔요! 사이폰 커피는 현재는 일본제품만 주로 남았는데 사실 유럽에서 역사가 긴 추출방식이었다. 프랑스의 어느 마담은 이 추출방식이 지닌 심미적 요소를 간파하고 전문 커피숍을 열어서 꽤 유명했다고 한다.  발명특허가 계속 여러 곳에서 이어졌는데, 미국에 와서 파이렉스 내열유리 회사가 유리 재질을 바꿔 완성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지금은 사이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 흔치 않다. 참 아쉬운 일이다. 홍대앞 한군데 정도만 기억한다. 기회가 되신다면 꼭 즐겨보시길 바란다. 예쁜 사진을 한장 찍고 싶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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