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은 공백이 아니라 선물

by 달쓴이

나는 10년 차 직장인이다.

성과와 평가, 경쟁과 압박 속에서 살아왔다.

회사에서는 누구보다 몰입했고,

눈에 보이는 숫자와 성과로 나를 증명하며 버텼다.

집으로 돌아오면 또 다른 역할이 기다리고 있었다.

밥을 하고, 씻기고, 재우는 ‘기능적인 엄마’로서의 하루.

그 속에서 아이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어떤 마음을 품었는지,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늘 뒷전이었다.


둘째를 낳고 육아휴직에 들어서야

비로소 긴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나는 아이의 마음을 처음으로 깊게 관찰하게 되었다.

친구와 다투어 속상하다는 이야기를 꺼내놓을 때,

그 마음을 들어주고 다독이면

아이는 안도하는 눈빛을 보냈다.

그리고 놀랍게도, 다음 날 유치원에서는

조금 더 단단해지고, 조금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제야 알았다.

엄마의 손길은 단순히 집에 있는 시간이 아니라,

아이에게 세상을 살아낼 힘을 주는 절대적인 토대라는것을.

희생이라고만 여겼던 이 시간이

사실은 아이에게 평생의 자산이자

나에게는 직장에서 얻은 어떤 성취보다 값진 성과라는 것을.


하지만 마음 한켠은 여전히 무겁다.

내가 다시 회사로 돌아가야 할까?

아니면 일을 포기하고 아이 곁에 남아야 할까?

나는 일에 몰입하는 성향이라,

복귀한다면 또다시 아이와의 시간을 잃고

같은 악순환을 반복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10년 동안 쌓아온 커리어를 완전히 놓는 것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나의 정체성과 자존감, 가정의 경제와 안정,

그리고 아이의 성장까지…

모두가 무겁게 어깨 위에 얹혀 있다.


분명한 건 하나다.

성과표에는 남지 않는 이 시간이

나와 아이에게는 평생의 자산이라는 사실.

직장이 내게 성취를 안겨주었지만,

아이 곁에서 보내는 지금의 시간은

내 삶의 의미를 다시 써 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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