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독서] 치츠 히토나리 - 냉정과 열정사이
5.냉정과 열정 사이, 인간에 대한 온정
항상 연필로 밑줄을 그으며 책을 읽는다. 밑줄은 세상과의 만남이다. 밑줄을 긋는 행위는 본인이 어떻게 세상을 보는지에 대한 '인식'의 영역에 속한다. 책을 다 읽은 후 다시 한번 밑줄을 보며, 그때의 생각과 느낌을 반추하는 행위의 반복은 곧 자신만의 '의식'이 된다. 이러한 연유로 밑줄 긋기는 나만의 독서 의식이 되었고, 밑줄은 세상과 나를 잇는 선으로써 'MEETJUL'이 되었다.
우리가 아는 그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본인은 영화를 보고 나서 책을 나중에 읽게 되었다. 피렌체에 가기 전, 영화를 보고 피렌체 두오모 성당 앞에 있는 Costa Coffee에서 다시 한번 영화를 보고, 두오모 성당을 거닐었다. 아르노강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단테의 신곡이 하늘에 울려 퍼져 수많은 커플들의 사랑 노래에 영혼을 불어넣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피렌체, 역사를 끌어안은 거리. 중세를 그대로 간직한 거리. 어리석음과 위대함이 동거하는 거리. 복원을 거듭하는 거리. 과거를 응시하는 거리"
독서는 결국 거리의 문제다. 책을 읽는 것과 느끼는 것의 층위가 다르고 그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건 결국 거리의 문제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냉정과 열정 사이>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독서-영화 감상-피렌체 방문'의 삼위일체가 필요하다. 그럼 이 책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주인공의 이름이 누군지, 감명 깊었던 대사가 무엇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아도 좋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모호한 감정으로 정해진 일상에 괜스레 두근거림을 줄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 냉정과 열정 사이, 잊고 있었던 감정의 촉수를 깨울 수 있는 책의 주옥 같은 문장들을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나는 이 거리에서 나 자신을 재생시킬 수 있을까. 내 안에 르네상스를 일으킬 수 있을까.
하늘은 늘 변한다. 구름은 늘 자유롭게 모습을 바꾸어 간다. 하늘을 올려다본다는 것은 마음을 바라보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나는 하늘을 그릴 때면 마음이 조용히 가라앉았다.
열정이 냉정에 떠밀려 가는 것 같았다. 그것은 이 세상의 밤이 아침에게 떠밀려 사라지는 것과도 같았다.
나는 과거를 되살리지 않고, 미래를 기대하지 않고, 현재를 울려 퍼지게 해야 한다.
냉정과 열정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사랑과 고독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제각기 감정 사이로 흘러가는 작지만 결코 끊임이 없는 강을 발견하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