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독서] 섹스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는 법

11. 알랭 드 보통 - 인생학교 X deep talks on SEX

by AND ONE
항상 연필로 밑줄을 그으며 책을 읽는다. 밑줄은 세상과의 만남이다. 밑줄을 긋는 행위는 본인이 어떻게 세상을 보는지에 대한 '인식'의 영역에 속한다. 책을 다 읽은 후 다시 한번 밑줄을 보며, 그때의 생각과 느낌을 반추하는 행위의 반복은 곧 자신만의 '의식'이 된다. 이러한 연유로 밑줄 긋기는 나만의 독서 의식이 되었고, 밑줄은 세상과 나를 잇는 선으로써 'MEETJUL'이 되었다.

플라톤은 살아생전 입에 담아보지도 못했던 Platonic Love. 누구나 한 번쯤은 플라톤으로 빙의하여 사랑에 대한 자신만의 개똥철학을 풀어낼 때가 있을 것이다. 그중 최고는 알랭 드 보통이라고 생각하는데, 본인만의 개똥철학을 그 누구보다도 설득력 있게 말할 줄 아는 탁월함의 소유자다.


그의 필력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지만, 새벽의 기운을 빌린 나의 개똥철학은 이렇다. 이성 간의 섹스란 - 몸의 연주이며 주연과 조연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위치의 전환이 마치 유성 영화에서 무성 영화로 페이드 아웃되는 그런 것. 무슨 말인지 공감하지 못하시겠다면, 어쩔 수 없다. 개똥철학이 한번에 이해되면 그건 개똥철학이라고 할 수 없으니까.


감히 단언해보자면, 섹스 후 현자가 될 것 같은 시간의 향기를 맡게 되면(흔히 '현타'라고 부르는) 그건 덧없는 몸부림에 불과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만약 몸과 몸의 합일이 서로의 마음까지 이어 붙여 두 존재가 가까워졌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그건 성공적인 관계였을 것이다. 성공을 성(姓)과 공(共)의 합성어로 정의하는 것에 동의한다면.


아무튼, 섹스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 공허함 또는 공백기를 갖고 있는 분들이라면 가볍게 일독을 권해본다.




성적 판타지나 동경은 격식과 친밀감이 만나는 교차점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듯하다.
섹스는 고통스러운 이분법, 즉 우리 모두가 유년기 이후에 익숙해지는 ‘불결함’과 ‘순수함’의 이분법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준다.
섹스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섹스와 일상의 현격한 대비가 문제다.
사랑에 빠지는 행위는 자기 자신의 약점을 넘어서고 싶어 하는 인간적인 희망의 승리다.
아름다움은 행복의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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