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독서] 알랭 드 보통 -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13. 기억의 무게를 힘겨워하는 영혼을 위하여

by AND ONE
항상 연필로 밑줄을 그으며 책을 읽는다. 밑줄은 세상과의 만남이다. 밑줄을 긋는 행위는 본인이 어떻게 세상을 보는지에 대한 '인식'의 영역에 속한다. 책을 다 읽은 후 다시 한번 밑줄을 보며, 그때의 생각과 느낌을 반추하는 행위의 반복은 곧 자신만의 '의식'이 된다. 이러한 연유로 밑줄 긋기는 나만의 독서 의식이 되었고, 밑줄은 세상과 나를 잇는 선으로써 'MEETJUL'이 되었다.

지나간 시간이 같이 지냈던 시간을 지워나갈 때쯤, 기억의 무게는 가벼워지다가 다시 무거워졌다. 우리는 왜 누군가를 사랑하는가. 그리고 그 사랑은 왜 이별을 한 후에 다시 시작되는가. 사랑의 끝은 마치 사랑의 시작에 포함되어 있는 것처럼.


사랑한다와 좋아한다의 차이는 무엇인가. 그 차이는 관계의 무게에서 비롯된다. 좋아한다는 표현이 갖는 무게에는, 상대방이 좋지 않은 상태일 때도 곁에 있을 수 있고 자신이 좋지 않은 상황일 때, 온전히 그 모습을 상대방에게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의 중력이 없다.


알랭 드 보통은 그 중력에 철저히 순응하며 현실적인 관계를 관찰함과 동시에 이상적인 관계를 상상하며 중력을 거부하기도 한다. 중력에 순응함으로써 독자들의 보편성을 획득함과 동시에 사랑의 현실적이고 이상적인 속성을 철학자로서, 작가로서, 사랑을 해본 보통의 인간으로서 전달하고자 한다. - 이러한 면모는 특히, 이후 작품인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The course of Love>에 잘 드러나는데, 이 책은 다음 글에서 소개하겠다.


이 책을 읽고 역설적으로 우리가 사랑을 하는 이유보다 어떻게 사랑을 시작하고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이해할 수 있는 사랑이란 사랑이 아니고 이해하고 싶은 사랑이란 이해할 수 없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클로이는 너무나 오랫동안 나의 유일한 생각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내가 그녀와 공유할 수 없는 하나의 생각이었다.
눈의 언어는 말의 언어로 번역되는 것에 고집스럽게 저항한다.
우리는 여유가 있는 만큼만 회의적일 수 있으며, 따라서 근본적으로 우리를 지탱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는 회의를 품는 것이 무척 쉽다.
우리의 사랑은 갑자기 시작되었듯이 갑자기 끝날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공동의 운명에 호소함으로써 현재를 강화하려고 했다.
그녀는 끝난 것을 안타까워했지만, 사랑은 썰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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