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맛, 글쓰기의 멋, 일상의 밋밋함

15. 여행을 부르는 시간, 일요일과 월요일 사이

by AND ONE

혼자 다니는 여행에서 셀카를 찍는 것만큼 재미없는 일도 없다. 그래서였을까. 언제부턴가 배경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내 얼굴만 떡하니 있는 사진의 괴상함을 느끼고 난 이후로 여행을 다니면 언제나 글을 썼다.


# 나무 아래에서(2017.07.30)


시골엔 많은 기억들이 담겨 있다. 시간에 따른 변화의 흐름에 빗겨나간 것처럼 보이는 마을은, 어릴 적 추억을 회상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눈을 감으면 할머니의 굽은 허리가 보인다. 자식들을 길러내며 겪었을 인생의 무게와 깊이를 가늠하기에는 아직까지 경험치가 부족하다. 내 인생의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 행복과 고통의 순간들의 합일까. 평범하게 보낸 일상의 순간들은? 인생의 행복을 넘어 인생의 의미를 규정할 수 있는 기준이란 무엇일까. 이때, 여행은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 최소한 이러한 생각의 ‘기회’, 마음의 ‘여유’, 시선의 ‘전환’을 이끄는 일상의 ‘일탈’이기 때문이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그곳의 공기와 분위기를 여유로운 마음으로 음미할 수 있을 때, 여행은 시작된다.


#버스 안에서(2017.07.31)


달린다. 국도에서 고속도로로 진입한다. 톨게이트는 마치 훈련소 정문 같다. 처음 진입할 땐 언제 지나갈까 싶지만 빠져나온 순간, 시간은 너무나 빠르게 흘러가버린다. 그러한 시간들은 조금씩 우리의 몸에 스며들어 주름이 된다. 삶의 길이는 인생의 주름에 비례한다. 주름은 굴곡이다. 꼬불꼬불 휘어진 삶은 개별적 필연과 우연이 얽히고설켜 곡선을 그린다. 인생은 한 지점을 향한 최단거리가 아니다. 우리를 부르는, 우리가 향하는 푯대는 여러 가지다. 그곳에 우리 삶의 실타래를 감는다. 거기에 그물을 만들어 각자 인생의 의미망을 직조해야 할 것이다.



#침대 위에서(2019.08.18)

“하는 일 없이 한가하다는 것이 바쁜 것보다 훨씬 괴롭습니다. 매일 할 일 없이 빈둥대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을 학대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좋은 생각도 일이 바쁜 가운데서 떠오른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휴식이 달콤한 것은 그것이 ‘일상’이 아닌 ‘일탈’이기 때문입니다.” - 찰스 램(영국 수필가)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토록 갖고 싶었던 일상의 안정감을 집어던지고 일탈을 꿈꾼다. 이건 월요병일까 일요병일까. 아침엔 기분이 좋았다가 밤이 되면 우울해지는 일요일 밤에는 지나간 여행의 순간들을 불러본다. 여행을 부르는 시간, 일요일과 월요일 사이(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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