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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 ONE Oct 09. 2019

가을의 무궁화호, 목포를 기억하는 법(2)

19. 목포는 항구다 - 여행의 이유와 여유

용산까지는 아직 서른두 개의 역이 남아 있었다. 스스로 내릴 수 있는 기회도 서른두 번이 남아있다는 뜻이었다.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으로 시작된 여행, 하지만 그 여행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여행을 떠난 자는 불안해진다. 그건 현실에서 떠난다고 해서 모두 자유로워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어딘가로 떠나버려"라는 내면 속 외침으로부터 시작된 여행에서 우리는 역설적으로 끝을 원한다. 만약 여행이 무한히 지속될 수 있다면 그건 여행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렇듯 우리는 내면에서 요구하는 모든 삶을 다 살아낼 수 없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그건 영화 속 주인공의 인생쯤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행은 추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추억과 영화는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기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기억들이 모여 각자 내면의 목소리가 되는 것이다. 그 목소리가 너무 커서 타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 자신의 삶을 찾는 기차에 몸을 맡겨야 할 때다.



누군가 여행을 통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모습을 찾았냐고 물어보았을 , 언제나 대답은 "아직"이었다. 답을 찾기 위해 여행을 가지 않는 내게 중요한  "오직"일뿐, 여행의 목적과 목적지는 1순위가 아니었다. 뚜렷하지 않은 심연에서 감추어진 삶을 찾으려는 구도자(求道者) 허용할  있는, 혼란스러운 생각이 잔잔한 바다에 정착할  있는 밤의 시간을 허용할  있는 이곳,  목포는 항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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