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목포는 항구다 - 여행의 이유와 여유
용산까지는 아직 서른두 개의 역이 남아 있었다. 스스로 내릴 수 있는 기회도 서른두 번이 남아있다는 뜻이었다.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으로 시작된 여행, 하지만 그 여행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여행을 떠난 자는 불안해진다. 그건 현실에서 떠난다고 해서 모두 자유로워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어딘가로 떠나버려"라는 내면 속 외침으로부터 시작된 여행에서 우리는 역설적으로 끝을 원한다. 만약 여행이 무한히 지속될 수 있다면 그건 여행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렇듯 우리는 내면에서 요구하는 모든 삶을 다 살아낼 수 없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그건 영화 속 주인공의 인생쯤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행은 추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추억과 영화는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기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기억들이 모여 각자 내면의 목소리가 되는 것이다. 그 목소리가 너무 커서 타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 자신의 삶을 찾는 기차에 몸을 맡겨야 할 때다.
누군가 여행을 통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모습을 찾았냐고 물어보았을 때, 언제나 대답은 "아직"이었다. 답을 찾기 위해 여행을 가지 않는 내게 중요한 건 "오직"일뿐, 여행의 목적과 목적지는 1순위가 아니었다. 뚜렷하지 않은 심연에서 감추어진 삶을 찾으려는 구도자(求道者)를 허용할 수 있는, 혼란스러운 생각이 잔잔한 바다에 정착할 수 있는 밤의 시간을 허용할 수 있는 이곳, 목포는 항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