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독서]밀란 쿤데라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15. 존재의 무게 = 나의 인생 - 책임감이라는 중력

by AND ONE
항상 연필로 밑줄을 그으며 책을 읽는다. 밑줄은 세상과의 만남이다. 밑줄을 긋는 행위는 본인이 어떻게 세상을 보는지에 대한 '인식'의 영역에 속한다. 책을 다 읽은 후 다시 한번 밑줄을 보며, 그때의 생각과 느낌을 반추하는 행위의 반복은 곧 자신만의 '의식'이 된다. 이러한 연유로 밑줄 긋기는 나만의 독서 의식이 되었고, 밑줄은 세상과 나를 잇는 선으로써 'MEETJUL'이 되었다.

"역사와 개인의 시간은 반대로 작용한다. 역사가 시간의 퇴적이라면, 개인의 인생은 시간 속에서 풍화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얼핏, 인생의 무게가 나이에 비례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무게에서 '책임감'을 빼고 난 후의 진짜 인생은 깃털처럼 가벼웠음을 느낄 때, 이 책은 어느새 공기처럼 우리를 스쳐 지나갈 것이다."


#2019.12.21

읽어본 적은 없어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그 내용보다 제목이 우리에게 주는 반향과 독자 개개인이 자신의 상황을 투영하며 생긴 공감의 축적을 통해 이 책은 고전의 반열에 오른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다시 집어 든 이유는 2년 전에 그었던 밑줄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2년 전의 내가 있다. 그리고 지금, 2년이 지난 후의 내가 있다. 과거와 현재의 내가 만나 잃어버린 존재의 무게를 찾는다. 직선의 시간에서 늘어나는 건 짊어져야만 하는 책임감뿐이었다. 만약 한 개인의 인생이 의무와 책임으로만 가득하다면, 그것만큼 가벼운 삶도 없을 것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참기만 하면서 살아온 인생 역설의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2019년도 10일밖에 남지 않은 지금, 나는 또다시 답이 없는 질문들에 답을 원하며 공허한 마음과 존재의 가벼움을 극복하려 한다. '무엇을 비워내고, 무엇으로 채워갈 것인가. 무엇을 푯대 삼아 이정표를 세우고 뿌리를 내릴 것인가. 무엇을 양식으로 인생의 틀을 정립할 것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인간은 오직 한 번밖에 살지 못하므로 체험으로 가정을 확인해 볼 길이 없고, 자기감정에 따르는 것이 옳은 것인지 틀린 것인지 알 길이 없을 것이다.
인간은 가장 깊은 절망의 순간에서조차 무심결에 아름다움의 법칙에 따라 자신의 삶을 작곡한다.
한 여자가 언어를 통해 우리의 시적 기억에 아로새겨지는 순간, 사랑은 시작되는 것이다.
인간의 시간은 원형으로 돌지 않고 직선으로 나아간다. 행복은 반복의 욕구이기에, 인간이 행복할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슬픔은 형식이었고, 행복이 내용이었다. 행복은 슬픔의 공간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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