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외로움을 넘어 고독의 터널을 관통한다면
항상 연필로 밑줄을 그으며 책을 읽는다. 밑줄은 세상과의 만남이다. 밑줄을 긋는 행위는 본인이 어떻게 세상을 보는지에 대한 '인식'의 영역에 속한다. 책을 다 읽은 후 다시 한번 밑줄을 보며, 그때의 생각과 느낌을 반추하는 행위의 반복은 곧 자신만의 '의식'이 된다. 이러한 연유로 밑줄 긋기는 나만의 독서 의식이 되었고, 밑줄은 세상과 나를 잇는 선으로써 'MEETJUL'이 되었다.
혼자 시간을 쓰고, 혼자 질문을 하고 혼자 그에 대한 답을 하게 되는 과정에서 사람을 괴롭히기 위해 닥쳐오는 외로움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슬픔을 아는 사람이면 좋겠다. 슬픔을 알더라도 드러나지는 않지만, 또 어딘가에는 슬쩍이라도 칠칠맞지 못하게 슬픔을 묻힌 사람이면 좋겠다.
첫눈을 기다리는 것은, 우리가 우리의 원래 상태대로 돌려지고 싶은 어쩌면 회귀의 욕망... 사람들은 눈을 기다리며 기뻐할 준비와 슬퍼할 채비를 동시에 하고 있다. 첫눈이 온다는 건, 그 첫눈을 밟으며 당신이 올지도 모른다는 막연하지만 아름다운 가능성일 테니까.
세상 흔한 것을 갖고 싶은 게 아니라면, 남들 다 하는 것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나만 할 수 있고, 나만 가질 수 있는 것들은 오직 혼자여야 가능하다.
색이 짙지도 않고 감정이 치열하지도 않은 채로 사랑하는 상태를 그들은 사랑이라 한다. 이 또한 시대의 색깔일까. (중략) 허전한 공백 상태를 못 견디는 세대의 특성이 시대의 물살을 맹물 같은 사랑으로나마 건너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랑하지 않을수록 우리에게 주어진 새장의 면적과 시간의 덩어리는 점점 좁고 작아져만 간다. 한 번 태어난 인생인데 몇 번이나 사랑을 한다고 사랑 앞에서 사랑을 참아야 하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