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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 ONE Jan 17. 2021

[밑줄독서] 김수우, 김민정 - 나를 지켜준 편지

29. 나타나고 사라지는 것들에 마음 두지 않기를

항상 연필로 밑줄을 그으며 책을 읽는다. 밑줄은 세상과의 만남이다. 밑줄을 긋는 행위는 본인이 어떻게 세상을 보는지에 대한 '인식'의 영역에 속한다. 책을 다 읽은 후 다시 한번 밑줄을 보며, 그때의 생각과 느낌을 반추하는 행위의 반복은 곧 자신만의 '의식'이 된다. 이러한 연유로 밑줄 긋기는 나만의 독서 의식이 되었고, 밑줄은 세상과 나를 잇는 선으로써 'MEETJUL'이 되었다.
게으른 고뇌는 독이 된다.
화살 같은 방향성 있는 고뇌가 중요하고
여기에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하얀 눈이 거리를 쓸고 지나가며 남긴 검은 자국처럼 느낌 좋았던 소개팅에서 추천받았던 책은 인연의 징검다리가 되지 못한 채 찜찜한 상태로 책장에 걸터앉는다. 처음 만난 남녀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서른의 겹을 두르고 마주하는 그 어색한 느낌처럼.


인연은 버스와 같다고 했던가. 정거장에 멈춰 선 버스에 누군가는 올라타고 누군가는 내린다. 과거에는 참 지독하게도 지나간 버스도 붙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이젠 그러지 않기로 했다. 모든 우연 속에서도 필연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다시 연필을 잡는다.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라는 마음으로 책을 펼다. 책을 읽는 순간이 더욱 편해질수록 한편으론 불안하다. 독서야말로 홀로 해야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활자를 눈으로 보고, 글자의 흐름을 따라가다 문득 눈길이 멈추기도 하고, 특정 단어로부터 점화된 감정에 가슴이 먹먹해지거나 한 번에 이해되지 않을 때는 다시 돌아가 소리 내어 읽는 모든 것들은 혼자만 할 수 있는 일이기에.


혼자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누군가와 닿기를 바란다. 나만의 밑줄들이 좋은 사람을 품는 씨줄과 날줄이 되리라 믿으며.



공간은 아주 실용적이고 도구적인 사고이지만, ‘장소’는 매우 존재론적이고 인간적인 사고입니다.
그리움이 쌓인 곳이 장소입니다. 시간의 때가 묻고 마음의 보풀이 일어나는 곳. 인간의 능력은 어쩌면 공간을 장소화 하는 데서 오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언어는 끊임없이 미끄러집니다. 의미는 전달되지 않습니다. 자꾸 흘러가고 자꾸 비껴갑니다.
게으른 고뇌는 독이 된다. 화살 같은 방향성 있는 고뇌가 중요하고, 여기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쓰는 일을 통해 비로소 지식은 낮아지고, 손과 발이 되고, 가슴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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