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WALK AND TALK
항상 연필로 밑줄을 그으며 책을 읽는다. 밑줄은 세상과의 만남이다. 밑줄을 긋는 행위는 본인이 어떻게 세상을 보는지에 대한 '인식'의 영역에 속한다. 책을 다 읽은 후 다시 한번 밑줄을 보며, 그때의 생각과 느낌을 반추하는 행위의 반복은 곧 자신만의 '의식'이 된다. 이러한 연유로 밑줄 긋기는 나만의 독서 의식이 되었고, 밑줄은 세상과 나를 잇는 선으로써 'MEETJUL'이 되었다.
소로는 걷기에 걸리는 시간과 똑같은 시간을 글쓰기에 할애했다. 문화와 도서관이 파놓은 함정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글이 다른 사람들의 문체로 가득 채워지기 때문이었다.
걸을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냥 걷기만 할 뿐이다. 그러나 다른 일은 전혀 하지 않고 오직 걷기만 하면 ‘순수한 존재감’을 되찾을 수 있고, 어린 시절을 만들어낸 삶의 소박한 즐거움도 재발견할 수 있다. 이렇듯 걷기는 부담을 덜어주고 무슨 일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도록 함으로써 어린 시절의 그 ‘영원성’을 다시 만나게 해 준다.
손으로만 글을 쓰는 건 아니다. “자신의 발로도” 글을 잘 쓸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내가 보는 것을 내 것으로 만든다.”라고 소로는 썼다. 그것은 겨울밤을 위해 걸으면서 채색된 감정과 태양의 추억을 축적한다는 얘기다. 우리의 보물, 우리의 진짜 재산은 우리가 받아들여 간직한 심상의 합이다.
행복이란 정확히 그것을 되풀이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불안정하다.
권태란 사유의 공백에 직면한 육체의 부동성이다.
권태, 그것은 부동성에 대한 공허한 저항이다.
걷는다는 것은 한 발을 다른 한 발 앞으로 내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