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초록의 쉼표가 머무는 단양에서는
남한강에 흔들리는 갈대에
하나의 마음을 태워 보낸다.
남한강에 흩날리는 낙엽에
하나의 마음을 띄워 보낸다.
단양 상공에 떠 있는 수많은 패러글라이딩 행렬이
위에서 아래로 감정을 털어놓을 때
보발재 굽이 굽이 따라 올라
수많은 상념들을
아래에서 위로 날려 보낸다.
새한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시 한 편,
헌 시집에는 시간에 바래지 않고
한 사람만 바라본 녹슬지 않은 마음이 있었다.
사랑은 운명처럼 시작되었고
이별의 운명도 정해져 있다는 듯
단양 8경은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
겨울은 아직 오지 않았음을
11월은 겨울이 오기엔 아직 이른 계절이며
가을을 지속하기엔 덧없이 짧음을
옷가지에 머무른 단풍을 보며 깨닫곤 한다.
바람 소리는 사실 바람의 소리가 아닌
나뭇잎을 목소리 삼아 말하는
공기의 소리인 것처럼
단양을 벗 삼아 내면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여행을 다닌다.
혼자 여행을 그만두려 하다가도
여행은 역시 혼자 하는 게 맞음을 깨달을 때
다음 여행을 준비한다.
사랑하는 이와 같이 올 날을
꿈꾸는 아이러니와 함께
처음 우리의 만남은 운명이었다
이별할 때 그 운명을 알았던 것처럼
처음 우리의 사랑은 저항할 수 없었다
다만 이별할 때는 저항하고 싶었다.
처음 우리의 사랑은 아름답다고 했었다.
이별할 때 그 사랑의 잔인함을 알았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네 마리의 고양이들은
세상만사 고민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듯
무심히 누운 채로 긁고 뒹굴며 햇볕을 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