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과 서른의 간격에는

36. 여백과 행간의 크기만큼 여행은 가득히 흐른다

by AND ONE

스물아홉 살과 서른의 차이는 정말로 숫자에 불과한 것이고, 마음먹기에 따라 20대일 수도 있고 30대로 살 수도 있는 것이지만 특정한 나이가 갖는 시대적 행간과 순간순간 맞이하는 공허라는 여백 사이에서 스물아홉과 서른 사이의 간격은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


중요하다는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의 희소성일 수도 있으며, 20대가 품은 날 것의 철없음 - 목표를 향한 무모함이 될 수도 이성을 향한 순수함이 될 수도 있는, 경계가 없었던 그 마음의 자유로움을 이제는 마치 경계선을 지키는 군인처럼 나는 하염없이 시간이 지나기를 바라기도 하면서 동시에 이 시간이 가지 않았으면 하는 모순에 걸터앉아 있다.


한 달 반 남짓한 시간이 지나면 언제나 그렇듯 또 다른 새해가 우리를 맞이하고 '수많은 처음'이 탄생하며 우리 인생은 활기차게 시작될 것이다 - 라는 막연한 기대도 이제는 작심삼일의 공허한 외침이 되리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겨울철 감나무 가지에 달려있는 마지막 과실을 먹지 않은 채로 땅에게 양보하여 새로운 성장의 씨앗이 되기를 바라는 '석과불식(碩果不食)'의 마음처럼, 나는 남은 2020년에 무엇을 달성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2021년의 건강한 시작을 위해 지나온 길을 되돌아본다.


신영복 선생의 말처럼 모든 깨달음은 오늘의 깨달음 위에 다시 내일의 깨달음을 쌓아 감으로써 깨달음 그 자체를 부단히 높여 나가는 과정의 총체이듯, 나는 찰나의 깨달음을 줄탁동시의 순간으로 삼고자 오늘도 손과 발을 움직인다. 결국 인생의 역경에서 필요한 것은 무언가를 쥐을 수 있는 손, 나아갈 수 있는 발임을 알기에.


그리고 각자의 여백 속을 거닐던 그 두 손과 발이 만나 서로의 행간이 될 때 사랑도 시작될 것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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