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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 ONE Nov 29. 2017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을까

14. 행복의 '소비'와 소비의 '행복' 사이

"If you think money can't buy happiness? Then, you're not spending it right." 


       과거 우리는 '어디서 무슨 일을 해’와 같이 생산과 노동으로 자신을 정의했다. 하지만 지금은 소비와 이미지로 우리를 정의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아이폰 구입 대란이다. 아이폰을 가장 먼저 구입한 사람이 되기 위해 일주일 간을 기다리는 사람 등의 헤드라인 기사를 볼 때마다, 기사를 보는 내 눈과 글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진 만큼 그들의 심리를 이해하는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왜 많은 사람들은 쇼핑에 열광하는가? 블랙 프라이데이는 단순히 많은 할인을 하기 때문에 인기가 있는 것일까? 행복을 위한 소비가 오히려 우리의 행복을 점진적으로 소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돈으로는 정말 행복을 살 수 없을까? – 의 질문들이 머릿속을 항해(sailing)하고 있었다.

 


블랙 프라이데이: Turning red into black in a profit

         블랙 프라이데이의 유래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추수감사절 이후에 사람들이 소비를 늘려 많은 유통회사들이 적자(RED)에서 흑자(BLACK) 전환을 했다는 데서 비롯되었다는 이야기가 가장 유력하다. 최근의 블랙 프라이데이는 쇼핑을 안 하면 마치 그 사람이 바보인 것처럼 느끼게 하는데 … 그렇게 나는 바보가 되었다. 블랙 프라이데이에 상품 할인을 받지 않은 어리석음이 바보 같은지, 남들 하는데 왜 혼자 안 하고 있는 우둔함이 바보 같은 건지, 이런 고민 자체가 바보 같은 건지 알 수 없어서, 시내에 나갔지만 진열된 상품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던 바보 같은 짓을 한 후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정말 바보였을까? 엄청난 할인 혜택을 받고, 미래에 필요한 상품을 구매하면 나에게 이롭지 않았을까?"라는 물음들은 이렇게 묻고 있었다. "우리가 돈을 지출해서 소비를 하면, 우리의 행복은 흑자 전환이 되는가?"  우리의 모든 행동이 반드시 행복과 직결될 필요는 없다. 다만, 우리 삶에서 생산보다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음을 고려할 때, 소비에 따른 소유가 행복의 향유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행복소비사회의 역설: Consumer society, Consuming happiness

    장 보드리야르의 소비 사회론에 따르면, 무의식적이고 불필요한 소비를 할수록 행복의 역설에 직면하게 된다, 

"In neo-liberal economic discourse and neo-conservative political rhetoric in particular exercise of consumer choice has been equated with freedom and promoted as an unquestionable virtue, and increases in conspicuous forms of consumption and the consumer lifestyles of iconic celebrity figures, 'the rich and famous' have been widely celebrated. However, if consumerism has become a global cultural form a significant promotion of the world's population people have been deprived of benefits, effectively have been excluded from any meaningful participation in 'consumer society'.

    글의 핵심은 으레 그렇듯 역접의 접속사 However 뒤에 나온다. 결국 사람들의 소비가 많아질수록, 그 사회에 의미 있는 행동들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소비 행위로부터 얻는 의미도 옅어진다는 것이다. 경제학적으로 한계 효용이 체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소비를 줄여야 할까? 그렇게 하기는 힘들다. 소비사회는 성장사회의 종착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 주도의 성장사회는 우리 행복의 성장과도 이어져 있을까?

 

    탈성장 이론가인 세르주 라투슈는 저서 <낭비 사회를 넘어서>에서 다양한 진부화 개념을 소개한다. 과거에는 조작적기술적계획적 진부화가 소비를 촉진했다. 전구 제조 카르텔이 한 예다. 평생 가는 전구를 개발했지만 이내 전구 제조법은 바뀔 수밖에 없었다. 그 전구를 한 번 사면, 미래의 소비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수익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자본주의 상품 생산 논리의 핵심은 생산이 아니라 재생산이다. 소비되지 않는 생산물은 자원의 낭비일 뿐이며, 재생산되고 소비되는 것만이 생산물로써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결국 재생산과 소비는 동의어다. 재생산 메커니즘의 핵심은 결국 진부화인데, 용어 본연의 속성과는 달리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인위적상징적 진부화로 대표되는 최근의 흐름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신 폰이 나올 때마다 제품을 바꾸는 사람들은 기존의 소유물을 진부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여긴다. 즉, 상징적 진부화는 무제한적인 낭비 사회의 수레를 돌리는 자가발전의 원동력인 것이다.


   소비 행위 자체는 문제가 될 수 없다. 다만, 돈으로 무엇을 사는 행위에 익숙해지면, 구매를 통해 얻는 행복의 강도가 약해진다. 감도가 점점 낮아지기 때문에 빈도를 높이려고 한다. 소비가 소비를 낳고 끊임없는 불만족의 상태를 잉태하는 메커니즘은 이미 우리 사회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 없다?

   우리는 행복해지는 방법이 여러 가지라고 생각하지만 절대다수의 방법은 소비 의존적이다. 여행을 다녀도, 영화를 보거나 카페를 가도, 심지어 독서를 위해 책을 구입하는 것도 돈을 필요로 한다. 소비를 하지 않고 행복해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행복을 얘기할 때, 돈을 빼놓고 논의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얘기다. 그래서 행복 담론은 반드시 어떻게 돈을 쓸 것인가를 고려해야만 한다.


     홍콩 친구 Joe는 행복과 소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Satisfaction and dissatisfaction all lead to more consumption". 만족하면 만족한 대로, 만족스럽지 않다면 다른 상품을 구입해 만족을 얻으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소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대답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각자 나름의 성공을 위해 살아간다. 이때의 성공은 대부분 자본주의 메커니즘과 공명을 이룰 때가 많다. 무소유의 정신과 안분지족의 미덕으로 행복하자는 가르침은 책에서만 가능하다. 첫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는 끊임없이 증가하기 때문이고 둘째는 소비의 양이 아닌 방향이 본질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소비의 행복은 위(We)를 향할 때 위(上)로 향한다.

     행복은 순환해야 한다. 모든 소비가 나를 향할수록, 그를 통해 얻어지는 기쁨이나, 만족의 역치(threshold)가 높아지기에 행복감을 느끼기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비의 방향은 입체적이어야 한다. 자신을 향하는 1인칭 시점도 필요하지만, 2인칭인 우리 나아가 3인칭의 타인에게까지 향할 수 있어야 한다.  기부하는 게 윤리적이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행복을 높여주기 때문에라도 소비의 방향키를 여러 방향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하버드 대학교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노튼 교수는 [Money can buy happiness] 주제의 TED 강연에서 한 가지 실험을 소개했다. 캐나다 밴쿠버의 학생들에게 5달러를 줘 A집단에게는 그 돈을 자신에게 쓰도록 하고, B집단에게는 타인을 위해 사용하도록 했다. 한 가지 흥미로웠던 결과는 A, B 두 집단 모두 스타벅스 커피를 많이 샀는데, 이때, 자신이 커피를 마시는 것보다 커피를 사서 다른 사람에게 준 B집단의 행복도가 더욱 높게 상승했다. 또 다른 결과는 5달러를 주나 20달러를 주나 행복도 상승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https://www.youtube.com/watch?v=ZwGEQcFo9RE&feature=youtu.be)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습니다: 마이클 노튼 (Michael Norton)

        여러분은 다음의 두 가지 결과를 보고 어떤 결론을 내렸는가? 내가 가진 돈을 앞으로 타인에게 더욱 많이 써서 행복해져야겠다? 사회적으로 좋은 생각이다. 다만,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먼저 강연에서 언급된 연구는 자신의 재산이 아니라 특정 금액을 추가적으로 받았을 때, 그 돈을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서 행복의 변화를 측정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나의 재산을 쓴 게 아니다. 선물하거나 기부하는 게 행복감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아도 나한테 쓸 돈도 빠듯한 현실에, 그 돈을 타인에게 쓰기 아까운 것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중요한 연구 결과는 두 번째, 5달러나 20달러에서 얻는 행복감의 차이가 적다는 사실이다. 돈이 많을수록 살 수 있는 것이 많아지고, 큰 행복감을 얻을 수 있지만 어느 순간 한계에 도달할 것이다. 이때 우리는 마치 주식 분산 투자처럼 나(A)라는 종목에서 우리(B)와 제3자(C)종목에 돈을 소비함으로써 행복의 총합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이번 글의 결론이다. 


"블랙 프라이데이의 진정한 핵심은 대규모 할인 행사가 아니라 그 전날 추수감사절에 다 같이 모여 저녁을 먹는다는 것이다. 맛있는 대화를 나누며 방안을 가득 채우는 사람 냄새가 쇼핑에 감칠맛을 더하는 것이다. 양손 한가득인 쇼핑백 안에 오로지 나를 위한 물건밖에 없는 사람이라면, 현명한 소비자일지언정 행복한 소비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행복한 소비는 포장을 뜯었을 때, 신상의 향기가 아닌 사람의 향기가 물씬 풍길 때 가능한 건 아닐까."




참고자료


1. 세르주 라투슈 - <낭비 사회를 넘어서>

2. http://www.history.com/news/whats-the-real-history-of-black-friday

3. http://www.eolss.net/sample-chapters/c04/E6-99A-30.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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