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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 ONE Oct 25. 2017

행복의 반려동물, 주인을 반려한다.

8. 행복 이기주의와 행복 책임주의


"반려동물을 기르는 건 개인의 자유다. 다만, 더욱 중요한 사실은 타인에게 결코 어떠한 자유의 침해도 입혀서는 안 된다는 상식이다. 자유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목숨 걸고 책임져야 한다."


   어디서나 그렇듯,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면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이 자기소개다. 한번은 교환학생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에서 같은 조 친구 중 한 명이 자기소개를 하면서 좋아하는 동물 얘기를 했다. 각자 여러 동물을 말하고, 내 순서가 되었을 때, "l don't like animal or pet" 이렇게 답했다. 그랬더니 모두가 놀랐다. 어떻게 동물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냐며 신기해했다. 놀란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한 명은 애완견이 주인인 SNS 계정도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줄지만 반려동물은 늘고 있다.

    유럽 친구들의 반응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에겐 애완동물을 기르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56% 이상의 사람들이 적어도 한 마리의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어떠할까? 우리나라에서는 애완동물을 기르지 않는 것이 더욱 일반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반려동물의 주인들이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According to an online survey of more than 27,000 people across 22 countries conducted by global research firm GfK, more than half (56 percent) of people internationally have at least one pet living with them. Asian countries  appear to have the smallest percentage of their online population who own pets. In South Korea, just 31 percent report having a pet living with them.

 왜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기르려고 할까?

          인생 질문 중 하나다. 반려동물한테 쓰일 돈과 시간을 나와 소중한 사람들한테 더 쏟을 수 있는데 굳이 왜 동물에게 쏟는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물을 친구, 인격체, 인생 동반자로서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자유 그 자체는 논쟁거리가 아니다. 근원적인 이유가 궁금했다. '사람들은 도대체 왜 반려동물을 찾는가' '반려동물의 주인들은 그 동물을 사랑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을 사랑하기에 동물이 필요한 것일까' 등등의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그러던 중, 사람이 개를 물었다. 그분은 사망했다. 개의 주인은 슈퍼주니어 소속 가수의 최시원이었다. 이 글은 최시원과 같이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수많은 무책임하고 비도덕적이며, 미성숙한 반려동물 주인들의 비상식적인 사고가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7-80%에 달하는 한국인들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행복 이기주의 : 진정한 강자는 OO이 없는 사람

    이기주의란 '타인을 신경 쓰지 않고 과도하게 자신의 이익, 기쁨, 복지에 신경 쓰는 상태’라고 한다. 심리학에서는 공감의 부족을 이기심으로 보고 있다.

Lack of empathy has been seen as one of the roots of selfishness, extending as far as the cold manipulation of the psychopath. - Wikipedia

타인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에겐 공통점이 있다. 바로, 책임감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빈칸의 정답은 책임이다. 그래서 진정한 강자는 책임감 없는 이기적인 사람이다.


"진정한 강자는 약해지고 싶을 때 약자가 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대통령도, 부모님도 결코 강자가 될 수 없다. 약하고 싶을 때, 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국가의 지도자로서, 부모로서 고유의 책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책임감이 있는 사람은 이기적일 수 없다.  그렇다면 진정한 강자란 어떤 부류의 사람들인가? 반려동물이 사람처럼 대우 받길 바라지만, 자유만 누린 채 책임은 회피하고, 나아가 타인의 자유에 피해를 입혀도 침해가 아니라 실수로 책임감을 희석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우리 애는 물지 않아요. 우리 애가 실수를 했나 보네요" 라며 당당히 거리를 활보하며 반려동물의 배변도 치우지 않고, 타인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를 생각하지 못하는 반려동물 주인들이야 말로 진정한 강자이자, 대한민국에 만연한 행복 이기주의의 표본들이다.


행복 책임주의 : 자유는 곧 책임이다

    그렇다면, 왜 일부 사람들은 자신의 자유만 누리려 하고 늘어난 자유만큼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 것일까? 그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자유와 책임을 별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현대 사회에서 자유란 가처분 소득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가처분 소득을 간단히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Disposable income is total personal income minus personal current taxes."


    핵심은 세금을 뺀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세금을 듣고 떠올릴 이미지는 '국가에서 제공하는 혜택의 재원'이 아니라 부담이다. 후자라고 느끼기 때문에 세금은 많은 사람들에게 국민으로서의 책임의무로 인식되고 있다. 즉, 가처분 소득이란 책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으로서 개인에게 인식되는 것이다. 이러한 인지 과정은 자유와 책임을 분리시켜 집단 이기주의의 시발점이 되었다.


   가처분 소득의 증가는 반려동물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원인 중 하나다. 세금을 낸 후, 본인이 쓸 돈도 충분하지 않다면 어떻게 반려 동물을 기를 수 있겠는가? 그래서 경제 발전과 애완 동물 양육 문화는 궤를 같이 한다.

The rise of the middle class stimulated the development of pet keeping. (중략) …animals became a fixture within urban culture as commodities and decorative objects. _Wikipedia


역사는 말한다. 반려 동물은 재화 중에서 사치재다. 가처분 소득이 늘면 사치재 소비가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다. 2014년 한국은 OECD 국가 중 가처분 소득 증가율이 4위였다. 하지만, 늘어난 자유만큼 책임도 지고 있을까?  

가처분 소득 통계_OECD 국가 비교_출처 : OECD

국민개세주의와 독일의 개'세금'(Hundesteuer)

    국민개세주의란 모든 국민은 적은 액수라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하며 우리 헌법 제38조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의 조항으로 이를 보여준다. 반려동물은 스스로 세금을 낼 수는 없다. 대신에 반려동물 주인이 대신 추가적인 세금을 내야 한다. 그 이유를 개 주인에게 추가적인 세금을 부과하는 독일의 사례로 설명하고자 한다. 아래는 독일에서 개 세금이 정당화될 수 있는 기사 일부를 발췌했다.

The justification for the Hundesteuer (dog tax) is partly that dogs often leave public areas dirty, but the safety of both the animals and the public also plays a part. Dogs in Germany must also be registered with the authorities, neutered, micro-chipped, and - depending on the breed - undergo a 'character test' to determine whether they should be muzzled when in public. - THE LOCAL_DE

    애완 동물 소유주가 추가적 세금 부담으로 우리 사회에 책임을 져야 하는 이유는 독일의 사례만 보아도 충분하다. 자신의 가처분 소득으로 무엇을 하든 상관없다. 타인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말이다. 하지만, 반려동물은 필연적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 독일은 이 부분을 명확히 했다. 개가 공공장소, 생태계, 사람에게 미칠 잠재적 피해,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인력 투입에 대한 보상 등을 이유로 근거로 개 세금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필자는 동물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싫어하지도 않는다. 동물원에서 구경하는 것도 좋아한다. 위협을 느끼지 않으니까 말이다. 동물에게는 잘못이 없다. 누군가를 문다는 것은 그만큼 동물이 긴장했다는 얘기다. 이는 전적으로 긴장 상황에 몰아붙인 주인의 잘못이다. 또한 긴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초래함에도 불구하고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피해 방지 의무를 다하지 못한 부작위도 주인의 잘못이다. '반려 동물을 정말 가족처럼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주인이 먼저 사람 되시길 간곡히 부탁 드린다. 덴마크에서는 여러분의 가족 같은 반려동물이 죽을 수도 있다. 


Amendments to the Danish Act on Dogs in 2014. On June 11, 2014, the Danish Parliament adopted amendments to the Danish Act on Dogs. The amendments came into force July 1, 2014.

According to the Danish Act on Dogs, the police are obligated to euthanize dogs, which savage a person or another dog in an attack. However, the amendments introduce a new, more specific definition of ‘savaging’. Also according to these new provisions, the owner of the attacking dog can request an expert assessment of the case.



참고 자료 / 사이트

1. http://moderndogmagazine.com/blogs/modern-pets/country-highest-percentage-pet-ownership

2. http://www.gfk.com/global-studies/global-studies-pet-ownership/

3. http://english.yonhapnews.co.kr/national/2017/02/19/0302000000AEN20170219001300320.html

4. https://www.thelocal.de/20170126/should-germans-have-to-pay-tax-on-pet-cats

5. https://data.oecd.org/hha/household-disposable-income.htm

6. https://www.foedevarestyrelsen.dk/english/ImportExport/Travelling_with_pet_animals/Pages/The-Danish-dog-legislation.aspx

7. http://news.joins.com/article/21862331

8. https://en.wikipedia.org/wiki/Pet#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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