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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 ONE Nov 03. 2017

행복을 사고 팔 수 있을까

9. 행복 국가 덴마크와 행복 마케팅

"Happiness cannot be pursued ; it must ensue. One must have a reason to be happy"



 

      덴마크는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었다. 우리 학교는 5 지망까지 파견 희망 학교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하는데, 덴마크는 마지막 선택이었다. 파견 결과 발표 이후 끊임없이 찾아 헤맸다. 이유를 말이다. 혹자는 외국에서 공부하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한 경험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특별한 이유 없이 취업 준비를 해야 할 4-1학기를 외국에서 보내고 싶지 않았다. 


    왜 우리는 행복한 국가 하면 가장 먼저 덴마크를 떠올리는 것일까? 2017년 세계행복보고서 기준, 1위는 노르웨이다. (덴마크는 2012년-2016년 5년 연속 1위 17년 2위 18년 3위). 보고서에 따른 행복 지수는 수치 상으로 큰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덴마크가 우리에게 각인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오늘의 주제와 관련 있다. 마케팅 

출처 :  http://itmademesmile.com



덴마크는 외국인이 살기 좋은 국가가 아니다(?) 

     HSBC의 2017년 Expat Explorer Survey에 따르면, '총 46개 국가 중 외국인이 가장 살기 좋은 국가는 싱가포르였다. 한국은 2년 연속 36위를 기록했다. 이 보고서는 경제(Economics), 경험(Experience), 가정(Family)라는 3가지 측면에서 ‘자국에 있을 때보다 여러 기준에서 얼마나 향상됐는지’ 묻는다. 한국은 각각 30위, 19위, 42위를 기록했는데 눈 여겨 볼만한 특징은 설문 조사대상 중 74%의 외국인들이 한국에 왔을 때, 전보다 가처분 소득이 증가했다고 답한 것이다.


    이 사실이 흥미로운 이유는 보통의 경우 소득의 증가 또는 높은 수준의 GDP는 행복 수준의 향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가처분 소득의 증가라는 세부 항목에서는 2위를 차지한 한국이 경제라는 포괄 항목에서는 30위를 기록했을까? 그 이유는 경제 항목이 소득 전망, 업무 환경, 커리어 성장성을 합산한 값이기 때문이다. 

 

Expat Exploer Survey 2017 Overal League Table-HSBC


    위의 통계가 갖는 함의는 묵직하다. 한국에 온 외국인들은 고향에서 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지만 업무 환경이나, 미래를 생각했을 때, 만족하지 못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 분야에서 한국은 뒤에서 5번째 순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덴마크가 수많은 한국인들에게 행복한 국가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덴마크의 행복 브랜딩

    브랜딩은 ‘Brand + ing’의 합성어다. 우리가 덴마크를 행복한 국가라고 인식하는 이유는 결국 덴마크와 관계된 모든 사람들의 행동에서 비롯된 결과다. 여기서 핵심은 행동(ing)이다. 따뜻한 벽난로나, 캔들이 자아낸 은은한 조명 아래 맛있는 음식과 대화가 있는 휘게 라이프는 덴마크인들에게 특별하지 않은 행동이었다. 덴마크의 행복을 특별하게 만든 행복은 따로 있었다. 


    Happiness Research Institute. 코펜하겐에 위치한 행복연구소는 행복 연구와 컨설팅을 통해 행복한 국가, 덴마크의 탄생에 기여했다. 행복 연구에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순위를 발표하고, 특별한 것 없는 휘게 문화를 가지고 출판, 세미나 등과 같은 일련의 행위가 행복 국가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상당히 유기적으로 작용했다. 이는 사회 하부구조로 퍼져, 덴마크인들에게 개별적으로 '우리는 행복한 국가의 국민'이라는 무의식적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누군가 인터뷰를 시도할 때, 덴마크인들은 이미 질문의 내용과 의도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에 행복 연구나 설문 조사에서 긍정적으로 답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행복을 어떻게 팔 것인가 : 긍정 심리학과 행복 마케팅      

Samsung Galaxy ad at Aarhus, Denmark_(2017년 10월 기준)

     
덴마크 오르후스 시내 한복판에서 보이는 삼성 갤럭시 광고는 더 이상 제품 스펙을 강조하지 않는다. "Unbox our future". 가치를 강조할 뿐이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이런 변화가 생긴 것일까? 2000년 전까지 심리학은 인간의 질병과 부정성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전했다. 그러던 중 '긍정심리학' 분야가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심리학은 인간의 강점과 나아가 행복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발전하였다.

Psychology throughout most of its existence has been a science based on the disease model. Traditionally speaking, it was all about studying what’s wrong with people. Seligman proposed it was time to move the fulcrum and balance the negative weight of this human science with the positive. (중략) … the side of strength now needed to refocus, and begin an era of studying into the human strengths and happiness.
*출처: http://happyproject.in/branding-happiness

Brand happiness goes to market 

    긍정심리학의 인기는 마케팅 환경도 바꾸었다. 과거 심리학이 단점을 분석하는 것에 집중했다면, 현대의 심리학은 장점을 찾아내고 이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마케팅도 다르지 않았다. 사람의 심리를 꿰뚫는 통찰력은 마케팅과 심리학과 궤를 같이하기 때문이다. 

Instead of feeding the fears and exploiting the weaknesses of the consumers, brands that design ways to make the customers happy, would have the ethical and moral advantage. "Consumer happiness was a better proposition than customer satisfaction."

    과거의 마케팅이 소비자의 단점과 결핍을 환기시켜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소비를 유도하려 했다면, 지금은 행복을 자극하고 촉진하는 행위에 더욱 가깝다.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아닌 "우리의 미래를 열어봐"라는 짧고 강렬한 메시지로 가치를 강조했다. 행복 마케팅의 시대에서 기업 브랜드는 배경이 되어버린 것이다. 


    기업의 행복마케팅 목적을 판매 측면에서만 이해하면 부족하다. 행복 마케팅은 본질적으로 기업의 생산 측면에서도 원가 절감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긍정심리학에서는 경험을 사는 것이 물건을 구입했을 때보다 더욱 지속적인 행복감을 준다고 한다. 기업 입장에서 제품이 아니라 경험을 파는 게 중요해진 이유는 제품의 재생산 보다 소비자가 스스로 경험과 기억을 재생산하도록 촉진하는 게 더욱 쉽기 때문이다. 


    또한, 직원 동기부여 측면에서도, 단순 제품 생산을 넘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게 기업 입장에서 더욱 효율적이다. 처음 행복 마케팅의 대상은 소비자였지만 이젠 기업 내부를 향하게 되었다. 즉, 기업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행복을 주입하고 있는 것이다.  "Infusing the workplace with happiness in order to raise productivity" (구글의 경우를 생각해보라!)


행복한 데니씨와 퍼스널 브랜딩

    행복 마케팅은 기업과 소비자를 넘어 개인의 층위로 확장 중이다. 대표적인 예가 본인이다. 필명인 행복한데니씨는 ‘Happiness’와 ‘Danish’의 합성어다. Danish(데니쉬)의 발음이 사람의 '격'인 '데니씨'와 비슷하게 들리는 점에 착안했다. 사실 본인은 행복과 거리가 먼 사람이다. 매사에 비판적이며 장점보다는 단점을 많이 봤고, 스트레스를 쉽게 받아 짜증과 많이 내는 그런 류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학 재수를 하면서 진지하게 인생을 성찰하며 철학과 관점을 갖게 되니 어느덧 행복 연구까지 하고 있다. 


    퍼스널 브랜딩에 관한 정의들은 다양한데, 강연에서 직접 들었던 메타브랜딩 박항기 사장의 표현이 압권이다.  "존재 이유를 찾고 자신을 바꾸어가며 알리는 연대기적 과정”


    필자가 행복한데니씨로서 브랜딩을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퍼스널 브랜딩은 제너럴 브랜딩과 달리 마케터와 주체 관계를 이룬다는 점이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렇기에 퍼스널 브랜딩으로 스스로를 객체화하여 드러내고 싶은 모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행복 마케팅의 목적과 같다. 경험을 재생산하기 위함이다. 나의 경험이 오로지 나뿐만이 아닌,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고 인생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의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 글은 행복이라는 개념 자체가 더 이상 개인의 감정 또는 상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고 팔 수 있는 가치 상품이 된 과정을 살펴보았다. 긍정 심리학의 발전과 파생된 여러 연구와 이야기들은 행복 마케팅의 일상화 시대를 열었다. 행복 마케팅의 대상은 소비자에서 근로자, 근로자에서 개별 존재 각각으로 향하며 삶의 일부가 되었다. 행복이 만연한 지금, 이제는 한 차원 더 높은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단순히 행복을 추구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유를 찾고 의미를 가질 수 있다면, 이번 행복 글쓰기는 성공적인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참고 자료


1. http://happyproject.in/branding-happiness/

2. https://www.linkedin.com/pulse/how-science-happiness-changing-marketing-farida-lodhi

3. https://www.expatexplorer.hsbc.com/survey/

4. http://www.smartinsights.com/online-brand-strategy/2017-year-brands-deliver-meaning-well-happ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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