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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 ONE Jan 19. 2023

받은 만큼 일하는 내가 1인분만 하면 문제인가요?

조용히 퇴직을 꿈꾸는 수많은 1인분 소식좌들에게

20대에 1인분 하겠다는 생각을 하면
나이 들어서도 평균만큼만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일요일엔 일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오타가 아니다. 월요일이 아니라 일요일이다. 월요일 출근길에 일을 생각하면 하루의 시작을 이미 부정적으로 시작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계획보다 늦게 일어났거나, 대중교통에서의 예측하지 못한 사건사고들이 우리의 월요일 시작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시작이 잘못되면 출근하고 나서 으레 발생하는 보통의 일들도 부정적인 기운과 만나 '스트레스' 상황이 되어 결국 자신을 괴롭힐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상대적으로 평온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일요일에 '일'생각을 해야 한다. 특히 일요일 저녁은 상대적으로 외부 환경을 통제할 수 있는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일에 관한 생각이라는 것은 다양할 수 있겠으나 다음 주에 '나를 가장 괴롭힐만한 일이 무엇인지' '이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미리 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생각한다. '일'을 '사람'으로 바꿔도 좋다.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에서 커리어를 하직하기까지. 

일요일에 일을 생각하지 않으면, 주중 내내 '조용한 사직'을 준비할 가능성이 높다. 조용한 사직은 결국 '주는 만큼 일한다'는 신조다. 필자도 회사에서 자주 말했던 문장이다. 주는 만큼 일한다는 것. 그건 표준근로계약서에 따른 합당한 계약의 이행이다. 즉, 잘못한 게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조용한 사직의 행태는 회사는 물론이거니와 장기적으로 회사원에게 모두 좋지 않다.


1명이 1인분만큼 일하고 월급 받는 만큼만 일 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결정이다. '어리석다'는 본디 '어리다'에서 비롯된 단어로 '나이가 어려서 슬기롭지 못하다'는 뜻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즉 지금의 2030 사회초년생이 주장하는 1인분론(論)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아마도 사회초년생들은 이런 필자의 주장을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주장이라고 하겠지만 말이다.

'어리다'는 원래의 '슬기롭지 못하다'는 뜻을 '어리석다'에 넘겨주고 자신은 '나이가 적다'는 뜻으로 변화한 것이다. '어리다'가 문헌에 처음 등장하는 15세기에는 '어리석다'(愚)의 뜻만을 가지고 있었다.(홍윤표, 연세대학교)

어원까지 따진 이유는 결국 현명한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의 경험과 의견을 반드시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시대가 빠르게 변할수록 중요한 것은 그러한 흐름 속에서도 결코 변하지 않는 그 무엇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쓰고도 어렵다.


커리어의 정점에 도달한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주인의식'을 갖고 일했다는 점이다. 필자도 처음엔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정작 회사의 진짜 주인들은 '주인의식'을 얘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인은 그냥 주인이고 직원은 그냥 직원이지 도대체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데 어찌 주인의식을 갖느냐는 말이다.


주인의식은 쉽게 말하면 일에 대한 책임감이다. 본인의 할당량을 채우는 것도 역시 자신이 감당한 가능한 책임을 지는 행위다. 다만 그게 연차가 쌓일수록 반복되면 안 된다. '연봉 상승'이라는 건 결국 '돈을 더 줄 테니 그 상승분만큼 책임의 무게'를 더욱 버티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20대에 1인분만 하면 50대에도 1명만 책임질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벌게 될 것이다.

최근 건축가 유현준의 인터뷰 영상을 시청했다. 그가 말하길 어렸을 때 1인분만큼 일할 생각을 한다는 건 첫째, 본인이 속한 조직이 얼마나 구린지를 방증하는 것이며 둘째, 나이 먹어서도 1인분 책임질 만큼만 돈을 받아도 된다는 사실이 합당함을 인정할 수 있을 때, 1인분론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받은 만큼만 일하면 된다"라고 말하는 입버릇 생겼었다. 시간은 1년, 2년이 흘렀고 돌아보니 발전 없는 내가 보였다. 당연한 결과였다. 할 수 있는 딱 그만큼만 했기 때문이었다.


퇴사를 생각하면 업무에 집중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업계라는 곳은 생각보다 좁디좁아 잘하는 사람은 어떻게든 소문이 나게 되어 있다. 조직 생활을 통해 한 가지 배운 사실이 있다면 유능한 인재는 나갈 곳을 찾아보기 전에 타 조직에서 먼저 연락이 온다. 같이 일해 본 사람은 알기 때문이다.


실제로 1인분 이상 한 사람만이 다른 조직으로 떠날 수 있었다. 

1인분 이상 일한다는 것이 반드시 '손해 보면서' 일을 한다는 의미일까? 그렇지 않다. 사고의 전환만 한다면 말이다.  "Life is all about mentality."


일단 1인분 이상 일을 하게 되면 그게 다 본인 실력이 된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이 회사에서만 통용되는 실력 굳이 키우고 싶은 생각이 없는데요?' 이럴 때는 이직 준비를 하는 게 최선이다. 다만 이직을 여러 번 하다 보면 어느 조직이나 비슷하다고 느낄 때가 온다. 그럴 때는 '업무 자체'를 보지 말고 '일하는 방식'에 집중해서 본인의 실력을 키워야 한다. 특정 업무를 깊게 잘하는 것에서 다양한 일을 대응할 수 있는 능력으로의 전환을 제안한다.


만약 당신이 1인분 이상의 일을 하지만 그에 따른 합당한 대우를 못 받는다면 다음과 같이 전략 변경을 제안한다. (1) 기존에 본인 할당량 업무 이외의 것들을 하지 않는다. (2) 만약 문제가 발생하여 책임 소재를 묻는다면 이때가 기회다. (3) 내가 지금껏 1명 이상의 노력을 통해 문제없이 일이 진행되게 했고, 내가 다른 사람들만큼 일 했을 때, 지금처럼 문제가 발생하니 나의 존재감만큼 합당한 보상을 제안한다. (4) 협상이 잘 되지 않았고 나아진 것이 없어도 괜찮다. 회사 입장에서 자발적으로 1인분 이상 업무 사람들 집에 보내기 어렵다. 어느 조직이든 무임승차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5) 본인의 성향이 1인분 이상 하는 사람이라면 조직 외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 (1인분+α) 준비를 제안한다. (가령, 자신이 노력하고 싶지 않은 조직이라면 '사이드 프로젝트'를 이직 준비로 삼아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2030세대는 분노한다

불안은 사실을 추구하는 감정이고
분노는 진실을 추구하는 감정이다.

이 글을 쓰는 필자도 자기 고백컨데, 여전히 받는 만큼만 일하고 싶고 주변에 보이는 무임승차자들 뒤통수 한 대 치면서 "너 같은 놈들 때문에 군말 없이 1인분 이상하면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있단다" 외치고 싶다. 어쩌면 2030 세대가 1인분만 하겠다는 말을 하게 된 건 (특히 공무원 조직에서) 호봉에 따른 자동 연봉 상승 대비 그들이 부담하는 업무가 비상식적으로 비대칭적이고 불균형하기 때문일 것이다. 즉, 조용한 사직의 트렌드는 작금의 세태 (시대를 타고난 고인물들이 회사에 가득함과 동시에 그들이 받을 연금을 자신들의 세금으로 지원하며, 정작 본인들은 연금 고갈을 걱정해야 하는) 분노와 불안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쓰고 나니 이상적인 내용이 가득하다. 정작 스스로도 1인분 이상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느낀다. 사실 1인분론(論)이 나온 진짜 이유는 아무리 일을 많이 하고 잘해도 개별적 처우 개선이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1인분을 채우려고 하는 '양심적' 선택에 오히려 감사해야 하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30 세대들은 앞으로 최소 70년은 더 산다고 가정하면, 미리 (1인분 + α)의 경험을 쌓아야 한다. 동물들이 겨울 식량 비축하듯 말이다.  


※마무리하며.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몸의 이상신호를 느낀다면 무조건 휴직하거나 퇴사 준비를 하라. 일은 결국 밥벌이에 불과하다. 밥도 못 먹을 정도로 일을 한다는 건 결국 자신의 1인분 공깃밥을 회사가 빼앗아 간 것이나 다름없다. 몸과 마음의 건강이 무조건 1순위다. 위험 신호가 감지되면 반드시 주변인들에게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자.  '1인'/ '분(分)'이지 '1'/인분이 아니다. 잘못 나누면 말 그대로 인분(人糞)된다. 똥 말이다 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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