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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 ONE Jan 29. 2023

스타트업 COO가 바라본 '팀장'의 3가지 조건

<일요일에는 일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스타트업과 팀 리더십에 관하여


대표님! 제가 웬만한 '척'은 잘하는데
한 가지 안 되는 게 있습니다.
'돈 있는 척'은
돈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요?

5년 전 필자가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스타트업 대표님께서 퇴사를 반려하실 때, 눈물을 머금고 말했던 문장. 일을 시작한 지 2달이 좀 되지 않아서 필자는 퇴사를 통보했다. 스타트업에서의 일은 재밌기는 했지만 대기업 최종 면접 문턱에서 떨어진 직후에 붙어서 그랬던 것인지, '내가 뭐가 부족해서 스타트업에서 있어야 하지?'라는 생각을 했다. 수습기간까지 적용된 실제 월급을 받는 순간 '이 돈으로는 내 인생 수습도 제대로 못하겠다' 싶었다.


필자와 친하게 지내는 한 살 많은 형이 있다. 이 형은 CJ를 다니다가 퇴사 후 세계여행을 하고 한국에 돌아왔다. 세계여행을 하면서 '삶의 방향성'은 찾았지만, 그 방향성을 구체화할 수 있는 '업'은 아직 찾고 있지 못한 상태였고 그런 형에게 필자는 이전에 다녔던 스타트업 입사를 권유했다.


그렇게 약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이 사람은 한 회사의 COO(Chief Operating Officer)가 되었다. 사원에서 최고운영책임자가 되기까지 최저임금에서부터 시작하여 대기업 이상의 연봉을 받는 그의 성장과정은 친구인 필자뿐만 아니라 '업'을 고민하는 모든 분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하여 시작된 글쓰기 콜라보 프로젝트 <일요일엔 일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다음과 같은 분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1) 대기업 대리급에서 스타트업 셀(cell)장  / (소규모) 팀장급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

(2) 스타트업 셀(cell)장  / (소규모) 팀장급에서 '대기업 대리/과장'급으로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

(3) 스타트업 사원/대리급 직원에서 (중고 신입으로서) 대기업 신입으로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


위 3가지 한 가지라도 속하는 분들은 '자기와 비슷한 직급'에 있는 사람만의 이야기를 듣고 섣불리 '이직'을 판단하면 후회하기 쉽다. 왜냐하면 결국 커리어라는 것은 일정 수준에서 비슷한 면모를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앞으로의 조직문화는 '팀장'을 중심으로 한 '팀 리더십'으로 개별적이면서도 집단적인 성격이 강화될 것이다. 다시 말해 한 개인으로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팀장 그리고 팀 리더십'을 개별적 차원에서 고민하지 않는다면, '이직'이 아니라 '아직' 방향성을 구체화할 때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중견기업 인턴)  (스타트업)  (대기업 ①)  (대기업 ②) 과정을 거쳤다. 대기업에서 다른 대기업으로 이직하고 나서도 후회가 많아 이전에 다녔던 스타트업 대표님과 그 회사의 COO 형과 셋이 식사를 한 적도 있다. 다시 이직을 고민했지만 결국 여러 조건을 고려했을 때 옮기지는 않았다.


앞으로의 글들은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하는 대기업에서 스타트업 또는 스타트업에서 대기업 이직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아웃사이트(outsight)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할 것이다. 가장 구체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인 시대에 필요한 글이라는 믿음으로 시리즈를 시작한다. (※아웃사이트 = 밖에서 얻는 통찰)


우리가 팀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팀장 리더십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① 우리도 언젠가 팀장이 될 수 있다. 앞으로는 더더욱 나이와 연차의 진입장벽이 굉장히 낮아질 것이다.

② 팀장이 되고 나서 팀장 리더십을 공부하면 이미 늦었다.

③ 팀장이 아니라면 당신은 팀원이다. 팀장 리더십을 파악하고 활용하는 적극적 팔로워십이 필요하다.


1. 요즘 팀장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대기업에서 팀장이란 (부서마다 다르지만) 각 팀원들의 업무를 체크하여 임원 승진 후보군이자 모시고 있는 임원을 보좌하는 역할까지 하는 일종의 철인과 같다.(만약 당신의 팀장이 팀원보다 바쁘지 않아 보인다면 그 조직은 단언컨대 잘못 됐다.)


스타트업에서 팀장이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가요?

회사의 규모나 사업 분야에 상관없이 팀장의 역할은 사전적 의미와 동일할 것이다. 팀을 이끌고 책임지는 사람이 바로 팀장이다. 뻔하지 않은 대답을 위해서는 뻔한 질문에서 탈피해야 하듯  (스타트업)에서 팀장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스타트업에서 팀장이 되는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자질'을 포함한 물음이어야 한다.  


 "스타트업 팀장들은 욕심쟁이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에서 팀장이 되는 사람은 일에 대한 욕심이 많은, 적극적이며 주도적인 사람이다. 스타트업은 태생적으로 성장이 기본이 되어야 하고 성장하지 못하면 망한다. 따라서 스타트업은 어떻게든 성장을 목표로 앞으로 달려가야 한다.  


대기업은 다르다. 물론 업무를 잘하는 것은 물론 적극적이고 주도적이어야 할 테지만 '어느 정도 안정적인 대기업'에서는 다른 부서에서 부수적인 일 받아오지 않으면서 동시에 경영층에 존재감 낼 수 있는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구성원들이 불만을 갖지 않음과 동시에 '성장 경험'을 제공한다는 느낌까지 부여해야 하는 위치라는 점에서 '일에 대한 욕심'의 비중은 스타트업보다 적어질 수밖에 없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는 기회가 넘쳐흐른다. 매출이 매년 몇 배씩 성장하면 기존 인력으로 정상적인 회사 운영이 어렵다. 그렇기에 급성장하는 스타트업은 사람을 수시로 채용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스타트업의 팀장'에게는 새로운 자질, 즉 '리더십'을 필요로 하게 된다.  


2. (스타트업)에서 팀장에게 필요한 리더십이란?


만약 당신이 경영진이라면 누구를 리더십으로 앉힐 것인가. 명심하자. 대기업과 달리 이곳에서는 함께 10년씩 동고동락한 동료는 현실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 (회사의 역사 자체도 10년이 되지 않은 곳이 태반이다!) 과연 스타트업 팀장은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하는가? (당신이 임원을 꿈꾼다면 ③을 바로 봐도 좋다)


 ① "성과 증명형 리더"

1차 조건은 현재 몸담고 있는 조직 내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사람이다. 어떻게 하면 성과를 낼 수 있는지 아는 사람이기에 회사는 그 사람에게 조직을 맡기고 싶어 한다. 일당백 하는 사람이 없으면 스타트업은 성장할 수 없다. 엄연한 현실이다.


 ② "불타오르는 동기부여형 리더"

2차 필요조건은 불타오르는 동기부여 능력이다. 아무리 일을 잘해도 팀장이라는 포지션을 희망하지 않는다면 동기부여가 결여되기에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 스타트업에선 유독 R&R을 넘나드는 일을 하는 경우가 많기에 무엇보다 동기부여가 중요하다. 어떤 일이라도 내게 맡겨진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도전할 줄 알아야 하기에 단순히 일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일에 대한 열정이 가득해야 한다.

보통은 위 2가지 조건을 갖춘 사람들이 스타트업에서 팀장을 맡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스타트업에서 팀장을 경험하면서 느낀 바가 있기에 하나를 더 추가하고 싶다.


 ③ "회사의 비전과 경영진에 대한 믿음을 가진 충성형 리더"

3번째 조건은 바로 회사의 비전과 경영진에 대한 믿음이다. 회사의 비즈니스와 경영진에 대한 믿음이 강한 사람이 팀장이 되어야만 한다. 스타트업은 매우 소규모 집단이기 때문에 중간관리자의 역할이 그 어느 곳보다도 중요하다. 중간관리자가 회사나 경영진을 믿지 않으면 그 스타트업은 조직이 와해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생각해 보라. 20-30명의 규모만 되어도 '능력' 있는 스타트업 직원들은 처우가 좋은 직장으로 항상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의 중심을 잡아줄 팀장이야말로 그 누구보다 경영진과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강한 믿음을 지녀야 한다)

솔직히 삼성, 현대, SK, LG와 같은 대기업에서
그 회사가 꿈꾸는 미래를 함께 만들고 싶다고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3. 일만 잘하는 팀장이 팀을 망치는 과정

바야흐로 코로나 특수 (공동 필자인 스타트업 COO는 전자상거래 분야에 있다)로 성장을 지속, 신규 영업팀장 선임을 고민하던 시기였다. (당시 필자가 이 스타트업에서 일할 때, 총 직원이 5명이었는데 어느덧 30명이 넘는 조직으로 커져 있었다!)


이때 '악마의 재능' 소유자로 불린 직원이 신규 팀장을 지원했다. 당시 대표님은 반대 의사를 표했다.

팀장은 중간관리자인데, 본인(대표님 자신)의 비전과 의견에 동의하지 못하는 태도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당시 필자는 이런 대표님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그건 '스타트업'에서의 팀장이라면 '일당백'하는 업무 능력의 소유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결국 임원진 5명 중에 3명이 찬성하고 1명 보류, 1명 반대였고, 딱히 다른 대안이 없었기에 그분이 신생 팀의 관리자가 되었다.


예상했듯이 신생 영업팀의 성과는 기대 이하였다. 하지만 그 원인은 예상 밖이었다. 훗날 그 팀장은 퇴사했다. 우려대로 그분은 회사와 대표에 대한 믿음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매사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재밌는 점은 팀원들과의 관계는 매우 좋았다는 사실이다. 팀원들 입장에서는 신생 팀인 만큼 힘든 점이 많았는데, 팀 내부적으로 결속력을 다지는  자리를 자주 마련하며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이 사람의 치명적이 단점이 있었는데, 그건 '실력 있는 팀원들을 동기부여하는 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유능한 팀원들은 결국 성과를 내서 회사에서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컸는데 그때의 팀장은 팀원들에게 “왜 그렇게 열심히 해? 돈 받은 만큼만 해”라고 말할 정도로 의욕이 없었다. 그렇게 신생 팀의 팀장님은 회사보다 개인에 집중했고 남몰래 이직에 성공했다.


따라서 경영진도 팀장을 선별하는 기준에서 애사심과 충성심을 높게 볼 수밖에 없다.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선임해야 한다. 단순히 일만 잘하는 사람을 팀장으로 선임하는 순간 문제는 팀 그리고 회사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 스타트업은 조직이 작은 만큼 한 사람의 파급력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클 수밖에 없다.

 ‘대표의 꿈 = 회사의 비전 = 나의 꿈’
위 방정식이 성립되면 자연스럽게 개인의 동기부여로 이어진다.

글이 길었다. 첫 콜라보 글쓰기여서 그런지 분량 조절에 실패했다. '직장인'이 아니라 '직업인'이자 동시에 '사업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다음엔 <스타트업/대기업 팀장의 이상과 현실>의 주제로 돌아오겠다. (작지만 소중한 구독자님들에게 오늘도 감사에 말씀을!)

※ 스타트업이나 대기업 회사 생활 경험담 (팀장 리더십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싶으신 분은 ' <작가에게 제안하기> 또는 댓글로 의견 공유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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