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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 ONE Mar 06. 2023

왜 많은 직장인이 돈 들여 커뮤니케이션 코칭을 받을까?

[직장인 커뮤니케이션] 예의는 말의 모양이 아니라 말의 방향이다

말하기 능력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그 무엇을
드러내는 데 가장 필요합니다.

"입만 살았다"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알맹이는 없는데 많은 말을 하는 사람들이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사람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는 순간을 보면, 남의 일인데도 괜스레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화가 납니다. 물론 저는 묵묵히 일하기보다는 스스로 한 일을 타인에게 드러내고 좋은 평가와 평판을 위해 말하기 능력을 활용하는 사람이지만 말입니다. 화가 나는 이유는 특별히 없습니다. 직장인 분들은 아시겠지요. 입만 살아있는 사람들이 있는 조직은 결국 일하는 사람 따로 소위 광(光) 파는 사람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사회 변화를 피부로 직접 느끼는 경우가 바로 '직장인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을 할 때입니다. (필자는 멀티 페르소나, 요즘 말로는 부캐가 몇 개 있습니다) 상황과 직급에 맞는 말하기 방식이 체화되지 않은 사회 초년생들을 주로 만나는데요. 오늘 글에서는 회사에서 일 욕심은 있지만 지나친 배려의식으로 오히려 본인과 동료 모두 괴로워하는 상황'에 직면하신 클라이언트의 사례를 갖고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OOO님 스피치 자기 진단 리포트>


■ 문제(WHAT)

 OOO님의 고민은 '상대방을 지나치게 배려하여' 필요한 질문을 제때 하지 못하여 요청사항을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명확하게 내용 보고를 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직장 내에서 그치는 것이 대인관계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는 자기 진단을 도출했습니다.


■ 이유(WHY)

상담 결과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① 상대방이 바빠 보이는 경우 말을 거는 것이 업무를 방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로 인해 스스로 상대방의 말을 해석하여 자체적으로 일을 진행하다가 이후 결과물을 공유할 때, 상대방이 원하는 방향과 맞지 않는 부분이 종종 발생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②상대방의 능력이 본인보다 뛰어나다고 판단될 때, 말에 대한 자신감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 진단(HOW)

(뻔한 결론이지만) ① 반드시 상대방에게 직접 그리고 재차 물어봐야 합니다. (근데 그게 어렵습니다) 클라이언트께서 가장 만족하신 피드백이 있습니다.

상대방을 배려하기 위해
질문을 하지 않으셨다고 하셨지만
사실 그런 방식이
본인에게 편했기 때문입니다.

본인 스스로 문제임을 인지함에도 불구하고 1-2년 동안 상황이 지속되었다는 것은 그것이 편하고 익숙한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문제 개선을 위해서는 "불편함을 무릅쓰고 질문을 해야 합니다. 다만 해당 클라이언트는 '재차 물어보는 행위가 상대방에게 자신의 무능력함을 보이는 행위'라고 생각하셨습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말하기가 아니라 마인드셋 변경을 제안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질문을 제때 하지 못하여 엉뚱한 결과가 나오는 것만큼 아쉬운 일은 없을 것입니다.


② 본인보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에게 더욱 주눅든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특히 회사라는 공간은 상급자가 본인보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고 더욱 능력이 뛰어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오히려 잃을 것 없다는 마인드로 전환이 필요합니다. (물론 어렵지만요)


■ 대안제시(WHERE)

① 업무 타이밍의 주도권을 잡을 것

- 상사들은 어쩔 수 없이 긴급하게 결과물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 실무자들은 '보고서 작성'이 완료되는 그 시점을 '업무 완료'의 시점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만, 정말로 업무가 완료되는 시점은 스스로 작성한 결과물을 어떻게 보고하고, 예상질문에 대한 답변까지 정리되었을 때가 진정한 업무 완료이자 보고 가능 시점입니다.

(예시 1) "OO 대리, 일 언제까지 가능해요?" -라는 상사의 질문에는 "작성완료 + 최소 15분/30분"을 잡고 얘기해 보도록 합시다.


② 사람과 상황을 구분하자.

- 불편을 무릅쓰고 질문을 해보라는 무책임한 피드백보다는 사람과 상황을 구분해서 접근하시길 제안드렸습니다. 사무실에서 주로 전화 통화를 선호하는 사람은 업무 질문을 할 때도 자리로 찾아가 묻는 게 낫고, 내용이 확실하게 정리 필요하거나 한 번 들어도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 경우 메일로 질문 내용을 사전에 정리하고 보낸 후에 사내 메신저로 "질문드려도 괜찮을까요? 관련해서 메일 하나 송부드렸는데 필요하시면 열람 가능하실 때, 자리로 뵙고 간단히 배경 설명 드리겠습니다"와 같은 문장으로 양해를 구하는 게 낫습니다. (괜히 궁금하지도 않은) 점심은 맛있게 먹었느니, 주말을 잘 보내셨는지와 같은 아이스브레이킹 멘트는 진심이 아니라면 굳이 할 필요 없다고 봅니다.


③ 인풋과 아웃풋을 동시에 만들자.

- 전문가들은 끊임없이 공부합니다. 직무 고민이 아니라 사내 커뮤니케이션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전문가의 영상과 기록물들을 참고해야 합니다. 필자도 여전히 커뮤니케이션이 어렵기 때문에 매주 HBR/DBR 칼럼을 읽고 전문가의 영상을 찾아보며, <온오프믹스>와 같은 사이트에서 세미나를 찾아 듣습니다. 그리고 한 주를 마무리하는 일요일 저녁에 <다음 주 회사 생활 퀘스트>와 같이 할 일을 적어봅니다. 가령 <말 끝을 흐르지 않기>라는 작은 목표가 있다면 이를 위한 연습을 여러 방법으로 시도해 보는 것입니다.

(예시 2)
(1) - 단답형으로 말하기 (=핵심 내용 한 문장으로 결론부터 말하기)
(2) - 천천히 말하기(=또박또박 발음하기 위해 노력하기)
(3)- 문장의 끝맺음 멘트를 정하기 (앞의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OO님의 생각은 어떠세요?"와 같이 특정 멘트를 정해놓은 후 끝맺음 문장만큼은 정확하게 말하기

수업을 하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해당 클라이언트는 진심으로 예의를 갖추기 위해 '우회적으로 말하는 습관'이 몸에 뵌 분이셨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직장이라는 공간은 어쩔 수 없이 '효율'이 중요한 곳이기에 우회적 말하기는 '예의 아닌 예의'가 되어버린 사례였습니다. 직장 커뮤니케이션에서 예의란 말의 모양이 아니라 말의 방향입니다.


말의 모양은 결국 한 사람의 모습을 담을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스스로 말하기 습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신다면 어투/어조/발성/억양과 같은 기술적 측면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을 거쳐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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