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D ONE Apr 22. 2023

뉴욕, 새로운 욕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신비한 도시

NewYork City, such a beautiful dizziness

홀리 몰리 과카몰리 홀리 카우 홀리 쉿! - 성스러운 똥에서부터 소와 몰리 등 각종 냄새들의 소믈리에가 된 것만 같은, 아무말 대잔치의 도시 규칙성 위에 불규칙하게 올라온 빌딩의 모습은 기이하게 신선했다.


여행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 설렘의 감정은 사라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여행지에서 새벽 달리기를 하고 싶었다. 센트럴파크를 달리며 이곳에서의 삶을 생각해 봤다. (물가와 신변 위협 등의 환경을 생각해보니) 바로 끝났다. 외국 오면 애국자 된다고 하더니, 없던 애국심까지 생겨나 옷을 빨파로 맞춰 입었다. (대한민국 만세!)


"Oddly Normal" 하다고 말하는 이 뉴욕의 모습은 안타깝게도 유교보이와는 맞지 않는 점도 참 많았지만 자세한 얘기는 생략한다. (1호선이 그리워지는 뉴욕 지하철이란...)


New York city, such a beautiful disease ~ 감미롭게 들리던 노라 존스의 목소리는 각종 사이렌과 강력한 bass bumping 된 차를 진짜 dumping 해버리고 싶을 정도의 such a beautiful dizziness를 느낄 수 있었던 이곳.


-에서도 굉장히 신박한 인종차별을 당했다. 술이나 약에 절은듯한 삐쩍 마른 중년의 백인은 갑자기 내 아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뭐가 떨어졌다는 것을 알려주나 싶어서 봤는데 다시 고개를 드니 나를 향해 주먹질로 위협했다. 본능적으로 태권도 태극 1장에 나오는 이마 막기(?)를 하며 "what the fuck? (...)"


엠파이어스타이트 빌딩과 크라이슬러 빌딩 그 사이의 수많은 건물 외벽의 유리창에 난반사되어 비추는 햇살에 갑자기 기분이 더욱 좋지 않았다. 무언가 이 기분을 해소할 것이 필요했다. 저번주 숙소에서 들었던 "you make me feel brand new"의 멜로디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 노래는 너무 감미로웠다. 내 상황과 맞지 않았다. 나는 지금 블루스가 필요했다. 색소폰 소리가 필요했다. 쳇 베이커가 공연했다던 그 공연장. 뉴욕에서의 마지막 재즈바로 버드랜드가 적절했다.


그곳의 분위기는 이전에 갔던 재즈바와는 다르게 식사를 즐기며 공연을 볼 수 있는 테이블과 바 테이블이 넓게 퍼져 있어 어떤 곳에서는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재즈바는 음악을 들으러 가는 게 아니라, 그 음악을, 살아 있는 소리로 만드는 그 퀸텟(quintett)이 서로 improvise를 하며, 예상치 못한 박수와 반응에 능숙하게 대처하는 그런 모습을 우수에 젖어 보고 싶었는데..


재즈바 공연을 주문하는 곳 근처에 앉아서 보면 "excuse me와 thank you 그리고 appreicated와 you're welcome"의 whispering이 감흥을 깨기 마련이다. 그래미 노미네이트 되었다던 보컬은 생각보다 중후한 음색의 소유자가 아니었다. 그나마 색소폰이 위안이 돼주었다 그 특유의 울림으로 오케스트라와는 어울릴 수 없는 그 독창적인 소리가 내가 닮고 싶고, 갖고 싶은 것이었다. 보컬처럼 항상 주목받을 필요는 없지만, 자기 순서가 되었을 때 그 특유의 오리지널리티로 모두를 집중시킬 수 있는 그 힘이 좋았다.


공연이 끝나면 언제나 그렇듯 지금의 영화 속 같은 장면도 조명이 꺼지고, 다시 사람들의 대화 얘기가 들리고 영수증의 suggest tip/ gratuity가 최소 18% 이상부터 찍히는 모습을 보면 아 이곳이 현실이구나... 바로 깨닫게 된다.


재즈바를 나와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며 너무 많은 광고들 때문에 아무런 광고에도 집중할 수 없는 타임스퀘어 한복판에서 나의 시계를 생각한다. 시계 모양 때문에 그런지는 몰라도 동그란 그 시계 안에 시침/분침/초침이 원을 그리며 흐르는 것 같지만 사실 내게 시간은 오히려 스퀘어, 정사각형처럼 흐르는 것만 같다.


유년기/학창 시절 쭈욱

직장인 쭈욱

가정을 이루며 쭈욱

할아버지가 되어 손주를 보는 삶 쭈욱


네 개의 선을 모두 이으면 우리의 시계가 네모나게 생기는 것이다. 시간이 쌓이면 언제나 우리는 우상향으로 살고 있다고 느낄 수 있지만 사실 우리도 "사는 거 다 비슷해, 똑같아"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 시계의 모양이 선도 아니고 원도 아니고 네모나기 때문이지는 않을까? 그 사각형이 결국 자기 인생이 가질 수 있는 행복의 총합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랜만에 새로운 감정을 느꼈다. 새로운 감정을 주는 그 모든 순간이 내겐 여행이었다. 뉴욕에 입국할 땐 출장으로 시작했지만 돌아갈 때는 여행으로 끝낸다.


좋은 것을 보면 좋은 대로 나쁜 것을 보면 나쁜 대로 한국에서는 뱉어낸 적 없었던 새롭고 창의적인 욕들이 끊임없이 떠올랐던 도시. 이곳은 뉴욕.


매거진의 이전글 브루클린 브릿지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