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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 ONE May 03. 2023

재주는 제주가 부리고 오늘도 세월은

그리고 글은 언제나 스스로를 채우네

When you realize
there is nothing lacking
the whole world belongs to you

비가 오는 제주의 5월에서 때아닌 4.3 사건을 생각한다. 반백 년의 세월이 흘러 제대로 된 정부의 사과를 받게 된 뒤늦은 시간의 그을림처럼.


현무암의 숨구멍에서 올라오는 비 냄새는 서울의 그것과 다른 황막함이 있다. 제주에서 황막함을 느끼는 순간은 결코 처음부터 찾아오지 않는다. 거칠고 아득하게 넓다는 황막함의 감각을 에메랄드빛 바다 위에 띄워놓기 위해서는 인생 마디마디에 틈이 필요하다. 그 무엇보다 내구성이 강하며 어떤 날씨에고 견딜 수 있는 구멍 송송 뚫린 검디 검은 현무암의 단단함에도 틈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제주는 우리들에게 다른 생각을 품어볼  있는, 다른 삶을 꿈꾸도록 만드는 재주가 있다.  다양한 가능성에 혼자 카페에 앉아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의 다채로운 말투와 곳곳의 창의적인 발음이 피어나는 입간판 등을 보며 제주가 부리는 재주 앞에서  혼자 몰래 주문을 걸어보는 것이다.

글을 쓰는 감각
연필로 쓰는 그 생각
사각사각 계속 깨어있길

8번째 제주. 제주가 달라지는 걸까 내가 달라지는 걸까. 바다는 그대로인 것 같은데 왜 보이는 것들은 달라지는 것일까.


비 오는 날의 제주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곳 같지만 그 날씨조차도 우리의 인생엔 언제나 희망만 가득할 수 없다는 교훈을 잊지 말라고 말하는 것처럼 비는 답하듯 내렸다.

바람벽에 흰당나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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