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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 ONE Nov 20. 2017

영어를 잘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1

12. 교환학생의 영어와 나를 위한 학습법

"미국에 있는 노숙자는 그래도 영어를 할 줄 알잖아.
걔네는 한국에서 적어도 영어강사는 할 수 있어.
너는 무엇을 할 줄 아니?

 괴테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고. 교환학생도 방황한다. 말을 더듬거리나 원어민 친구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할 때면 사고 회로는 길을 잃다가 적당히 'Yes or No'의 간단한 대답으로 상황을 무마하려 한다. 혹자는 'Sorry?'와 같이 다시 물어보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짧은 대화 동안 'Sorry?'를 연발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죄지은 사람도 아니고, 계속 못 알아들어서 미안하다고 하는 것도 못해먹겠다'고 싶은 순간이 온다.


몇몇 분들은 의아해할 수 있다. 영어 실력을 키우려면 미국, 캐나다, 영국과 같은 영어권 국가로 나가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인데 왜 굳이 덴마크를 갔느냐고 말이다. 하지만 교환학생을 지원해본 사람은 알다시피, 영어권 국가로 파견을 가기 위해서는 지원자들 사이에서 이미 영어를 잘하는 상태여야 한다.


우리가 배운 만큼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이유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많은 사람들이 원어민 발음에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모습을 떠올렸으리라 생각한다. 필자도 예전에는 발음이 좋고 더듬거리지 않으며 오랫동안 유창히 영어로 말할 수 있는 상태를 잘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위와 같은 생각이 꼭 틀린 것은 아니다. 반기문 前 유엔 사무총장의 영어 실력에 대해 발음으로 평가절하하려 했던 한국인들의 잘못된 인식을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영어 학습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듣기'다. 많은 사람들이 영어 학습을 할 때, 간과하는 사실이 하나 있다. 기본적으로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소통을 하기 위함이다. 소통이란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하고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어를 배우는 입장에서는 청해가 가장 중요하다. 상대방 말을 이해하려면 당연하게도 그 말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외국어로서 영어를 배울 땐, 당연히 말하기보다 듣기를 많이 할 수밖에 없는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많은 이들이 '말'을 잘하는 것에만 치중하고 있다.  일례로, 교환학생 파견 전에 취업 준비와 영어 공부 일환으로 OPIC이라는 스피킹 시험을 본 적이 있다. 최고 등급인 AL을 받았었다. 시험을 준비하고 치르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득점을 받는데 듣기 실력은 거의 필요치 않았다는 사실이다.


English Deaf: 할 말이 없기 말을 못 하는 것이다.    

 "Feel frustrated". 좌절했다는 얘기가 아니다. '답답하다'고 말할 때 쓰는 표현을 여기서 배웠다. 답답하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던 답답한 상황의 연속을 나는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렇게 난 다른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기숙사 친구들과 같이 거실에서 넷플릭스를 보고 있을 때, 남들은 모두 웃는데 혼자 '왜 여기서 웃는 거지' 생각하며 진지한 표정으로 스크린을 응시하던 나는 어느 순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조용하고 진지한 한국인이 되어버렸다.


강의실에서의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필자는 질문하고 발표하기를 좋아하는 것을 넘어 즐기는 사람이다. 그렇게 적극적이라고 자부하던 사람이 팔을 움찔하며 머뭇거리고 있었다. 망설임의 순간은 찰나였지만 후회는 지속됐다. 특히 수업이 끝나고 교수한테 질문하는 경우가 많아지자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본질적인 이유가 아니었다. 수업이 거듭될수록 근본적인 원인이 보였다. 내가 무슨 말을 들었는지 확신이 들지 않기 때문에 질문은커녕 이해하는데 급급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전반적인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만 한국어로 공부했을 때와의 이해력과는 비교 불가였다. 이런 과정이 지속되니, 점점 할 말이 없게 되었다.


 영어 스피킹 자체는 일상에서 많이 쓰는 표현을 외워서 자주 쓰다 보면 자연스러워질 수 있다. 하지만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그냥 자신의 말만 한다면, 이는 대화가 아니라 일방적 외침에 불과하다. 그래서 필자와 같은 사람이 생기는 것이다. 스피킹 시험은 최고 성적을 받을 수 있지만 실제로 외국인과 깊은 대화에 어려움을 느끼는 영어 귀머거 말이다. 청각장애인을 농아인 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듣지 못하는 사람은 말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聾(귀머거리 롱)'과 '啞(벙어리 아)'의 병치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영어에서도 벙어리를 'deaf-mute'로 표현하는 것을 보면, 듣기와 말하기는 별개가 아니다.


나를 위한 영어 공부를 어떻게 할 것인가

    국제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전혀 국제적이지 않은 영어 실력이 외국 친구들 특유의 친절히 포장된 표현들로 위로 받을 때면 역으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비싼 돈 들여가며 외국에 왔는데, 정작 영어 실력이 발전하지 않는다면 여기서 얻은 다양한 경험과 배움 들이 모두 부정 당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혹자는 외국에 있으면 당연히 영어 실력이 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영어권 국가의 경우는 잘 모르겠지만, 덴마크에서 교환학생의 생활은 보통 영어로 수업을 듣고 외국 친구들과 대화할 때 영어로 이야기하는 정도가 끝이다. 이런 것들은 한국에서도 영어로 수업 듣고 교환학생 친구들과 영어로 말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영국을 제외한 유럽으로 교환학생 파견을 간 사람들은 일과 이외의 시간에 무엇을 하는지에 따라 영어 실력 향상 여부가 결정된다. 외국에 있으면 흔히 영어 컨텐츠를 많이 접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문물의 발전 덕분에 너무나 쉽게 한국의 컨텐츠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우리에게 스마트한 공부 환경을 제공했지만 오히려 사용자들은 스마트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우리의 어리석음과 스마트한 환경을 조화롭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영어를 잘하지는 않지만, 잘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으로서 직접 하고 있는 6가지 학습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굳이 외국에 있지 않아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기에 나름 유용할 것이다.


1. Internalizing interface: 인터페이스 내면화

   첫째, 인터페이스를 바꾸는 것이다. 일단 스마트폰 언어를 영어로 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면, 노트북으로 카카오톡 로그인을 하면 스마트폰에 'You were automatically logged into KakaoTalk PC in lock mode from the PC' 메시지가 뜬다. 페이스북도 영어로 바꾸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세요?'에서 'What is on your mind?'로 바뀐다. 대다수의 한국인들에게 '너 지금 무슨 생각해?'를 영어로 말해보라고 하면 아마도 'What are you thinking about right now?' 이렇게 표현할 것이다. 잘못되었다기 보다는 다양한 표현에 일상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2. Self-enrichment with famous quotes: 영어 명언으로 자기계발을 하다.

 두 번째 방법은 영어 명언 공부다. 특히 자기 계발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영어 명언 공부는 최선의 방법이다. 영어 공부 자체는 어렵지 않다. 우리의 과제는 꾸준히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영어 공부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습관이란 저항 없이 하는 행동이다. 그렇기에 영어 공부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할 때는 반드시 자신을 분석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많은 한국인들이 영어를 시험, 취업, 승진의 수단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영어 명언 공부는 일거양득 효과가 있다. 또한 영어 명언이 보통 직관적이고 짧고 쉬운 문장 구조를 갖고 있다는 특징도 매력적이다. 본인은 다이어리에 매일 하루 명언을 적는데, 영어 명언을 하나씩 적고, 세 번 정도 암송한다. 비록 모든 표현을 외우지 못할지라도 그 순간만큼, 긍정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면 공부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있다.


3. Contemplating templates: 숙고하며 템플릿 암기하기

토플 공부를 해본 사람이라면, 템플릿이라는 용어를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는 스피킹이나 라이팅을 할 때, 필수적으로 쓰이는 표현과 논리 전개 방법을 구조화한 것이다. 그리고 많은 경우, 학원에서는 여러 템플릿들을 암기하도록 시킨다. 암기 위주의 학원 교육을 비난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암기에 본능적인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에게 템플릿의 필요성과 효과를 강조하고 싶다. 암기가 선행되면, 그 템플릿(template)에 자신의 이야기를 붙여나갈 응용력이 생긴다. '숙고하는(contemplate)'를 거친 템플릿은 곧 실력이 된다. 자기소개를 하거나 일상 대화를 나눌 때, OPIC을 준비하면서 외웠던 표현들을 참 많이 썼다.



5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이 방법을 꾸준히 유지하지 못했다. 대신 매일 영어를 쓰는 직무 특성상 자주 쓰는 표현을 정리하고 있다. 예를 들면, 휴가를 가기 전에 첨부 자료를 확인해달라는 표현을 쓸 때, Please find the atthached for the detail and let me know if you have questions. I will reply it back once I returned to the office.

영어를 잘 못하는 직장인(필자 포함) 참고해달라는 표현을 쓸 때, refer to 라는 표현이 참 많이 나올텐데, 현지인들이 휴가 부재중에 따른 메일 자동회신 내용을 보면, find란 표현이 자주 사용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영어에 정답이 없다고는 하지만, 분명 자연스러운 표현이란 것은 존재한다. 자신이 주어진 처한 상황에 따라 템플릿을 꾸준히 업데이트하자!


4. Reversing the verse: 한국 노래로 영어 공부

    누구나 한 번쯤 영어 학습의 일환으로 팝송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많이 들으면서 원어민의 발음에 익숙해지면 좋겠지만 사실 쉽지 않은 작업이다. 가사를 보면서 들어야 들리고, 이해는 가사 해석을 보고 나서야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적어도 본인은 그렇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K-pop의 발전은 많은 한국 노래를 영어로 번역했다. 자신이 아는 노래 가사를 영어 표현으로 접했을 때, 기존의 익숙함이 기억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5. Mitigating media exposure: 영어 기사로 미디어 노출을 조절하다.

손가락 터치 한 번이면 바로 기사를 볼 수 있는 용이성 덕분에 우리는 너무나 쉽게 미디어에 노출되어 있다. 필자도 마찬가지인데 특히 정치에 관심이 많아 관련 뉴스를 자주 봤었다. 하지만 정치 뉴스가 으레 그렇듯 사람의 분노만 들끓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하면 저질스러운 사람에게 지배 받는다는 플라톤의 일침 때문에라도 뉴스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온라인 영자 신문이었다. 크게 두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편견을 깨는 영어 표현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면, ‘특검’을 Special Prosecutor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Independent Counsel로 쓰였다. 둘째, 뉴스를 덜 보게 된다. 영어 기사를 보면 내용 이해가 어려워져 자연스럽게 뉴스 보는 횟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6. Watching Interview: 인터뷰로 영어 공부

영어 공부는 재미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래 공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스포츠 선수 인터뷰를 자주 본다. 외국 리그에 진출한 한국 선수의 인터뷰부터 좋아하는 선수와 감독 등의 인터뷰를 보며 공부했다. 인터뷰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길지 않다. 둘째, 분야의 제약이 적다. 필자는 운동을 좋아했기에 스포츠 인터뷰를 주로 봤지만, 연예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영어 인터뷰 영상은 무궁무진하다. 셋째, 반복적이다. 인터뷰는 보통 특정 이벤트에 대한 기분이나 소감, 향후 계획 등을 묻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반복되는 표현들이 종종 들릴 것이다.



        한국인이 받는 영어 스트레스도 엄청나지만, 외국에 있는 한국인은 오히려 더하다. 쉽게 늘지 않는 영어실력에 답답함을 느끼고 조급해지고 시간에 쫓기는 상황은 마치 내가 있는 공간마저 조여 오는 듯하다. 그래서 틈을 만들었다. 영어는 일상과 일생 사이에 무한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생활 속에서 습관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일상에서 행복감을 느끼기 힘든 이유는 행복을 습관적으로 느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만약, 영어로 일상에 틈을 만든다면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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