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D ONE Nov 19. 2023

99% 사람들은 모르는 귀여움 그 녀석의 진정한 의미

2. How cuteness defines us

"보통 사람들은 귀여움을 
호감의 매력과 연결 짓지만
귀여움의 본질은 어느 누구에게도 
거부감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있다."

귀여움의 본질을 생각하는 사람만큼 피곤한 사람도 없습니다. 이렇게 필자처럼 피곤한 사람들은 귀여움이 가진 이면의 힘에 대해 생각합니다. 세상에 넘쳐나는 귀여움의 과잉을 그저 하하 웃으면서 즐길 수는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귀여움은 매력이 아니라 권력이기 때문입니다.


귀여움의 본질은 매끄러움입니다. 매끄러움은 거침이 없는 상태이며, 거침없음은 곧 갈등이 없는 상태입니다. 즉, 귀여움은 갈등을 거부하는 것이죠. 갈등은 그 자체로 '다름'을 내포합니다. 인간은 다른 것에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낍니다. 막연한 거부감을 갖습니다. 하지만 귀여움은 그렇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길을 걷다가 귀여운 강아지를 발견했습니다. 가던 길을 멈추게 만들 정도로 귀여움의 힘은 강력합니다. 수많은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시선 한번 얻으려고 천문학적인 예산을 집행하는 것을 생각하면, '거부감 없이' 시선을 모으도록 만드는 능력은 돈이 되기도 합니다.


정리하자면, 귀여움은 인간의 경계의식을 느슨하게 합니다. 대상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춥니다. 누군가에게 거부감이 없이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은 곧 힘이 됩니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무소불위의 권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한 사람의 영향을 넓히기 위해서는 '거부감 없이' 다가가는 게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잠깐 언급하였지만, 귀여움은 돈이 됩니다. 마케팅에서 귀여움의 속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지요. 마케팅에는 3B의 법칙이 있습니다. 각각 BABY(아기), BEAUTY(아름다운 여성), BEAST(애완동물)을 가리키는데 이 셋의 공통점은 '다수'의 사람들에게 호감을 준다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귀여움과 순수함이 지닌 이미지는 얼핏 '영향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힘이 없어 보임으로써 힘이 생기는 역설은 귀여움이 우리를 지배하는 방식입니다.


But if cuteness were merely about the charming, innocent and unthreatening, it wouldn’be so ubiquitous. As we move toward the ‘uncanny’ end, sweet qualties get distorted into something darker, more indeterminate and more wounded.  - <Why the power of cuteness is colonizing our world> 中


귀여움이 단순히 무해하고, 매력적인 상태에만 국한되는 뜻을 가졌다면 결코 지금처럼 현대사회에 만연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가 왜 귀여운지 모르겠지만 "그냥 귀여워"라고 하듯이 귀여움이라는 녀석은 불분명하고, 불확실하고, 정의하기 힘든 그 무엇에 대한 절충과 타협의 가치로서 우리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귀엽다고 느끼거나 말을 할 땐, 대상이 지닌 순수함과 그곳에서 풍기는 안락함에 대한 예찬임과 동시에 나아가 복잡하고 진지한 것에 대한 회피 성향을 의미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냥 귀여운 것이니까요"


귀여움의 가장 무서운 점은 상대방이 그 강력한 힘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함과 동시에 역으로 선망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왜 강아지를 싫어해? 우리 집 아이는 물지 않아요!"와 같은 몰상식한 멘트를 몰지각하게 내뱉는 견주/묘주를 포함한 모든 주인들이 이 대한민국에 넘쳐나는 것처럼, 귀여움은 그 자체로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제대로 판단할 수 없게 만듭니다. 귀여우면 귀여운 거지. - 이 강력한 한 마디가 99%의 사람들의 뇌를 마비시키거든요. 유토피아를 쓴 토마스 아퀴나스가 '지혜'를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order thing rihgtly. 귀여움은 순서를 파괴할 수 있습니다. 귀엽다는 이유로 나머지 모든 이유를 무시한 채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이 저는 오히려 무섭기까지 합니다.


귀여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자신도 모르게 이미 귀여움의 노예가 되어 버린 것일지도 모릅니다.


[참고 기사]

1. https://www.bbc.com/culture/article/20240813-yoshitomo-nara-and-the-dark-side-of-japanese-cuteness


이전 01화 현대인은 어떻게 귀여움의 노예가 되었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